미국 사는 한국아이 이름 짓기

소년공원 2011.09.21 08:58 조회 수 : 21809

4년 전, 코난군이 태어날 즈음에 코난아범과 나는 아이의 이름을 짓느라 고심했다.

미국에서 태어날 것이니 미국 국적을 가지게 될 것이고, 우리 부부가 앞으로 주욱 미국에서 직장다니며 살 계획이니, 이변이 없는 한 그 아이 역시 미국에서 오래도록 살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이름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느껴지게 하고 싶어서 "마이클" 이니 "에이든" 이니 하는 영어 이름보다는 한국식 이름을 지어주자는 데에 일단 동의를 했다.

그 다음으로 고려해야 했던 문제는 "승혁" 이라든지 "희찬" 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이중모음과 격음, 그리고 미국인이 발음하기 힘든 모음이 들어가는 것을 피해야만 했다. (미국인이 절대 발음할 수 없는 모음으로 "으" 가 있다. 승연, 승기, 혜은 등등은 미국인이 발음하기 참 어려운 이름이다.) 제아무리 좋은 이름이라도 사람들이 바르게 불러주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 고려하고 주의해야 할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너무나 독특한 이름이라서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은 인터넷 검색이 보편화된 요즘 세상에 사생활 보장이 안되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자면 내 첫째 동생 이름이 그렇다. 그래서 그런지 이 녀석은 그 흔하다는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같은 것을 전혀! 하지 않고 산다.)

위의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이름이라 하더라도, 영어나 한국어의 어감으로 무언가 부정적인 느낌이 있으면 안된다. 예전에 알던 어떤 사람은 두 아들의 이름을 외자로 "건" 이와 "강" 이라고 지었는데, 한국식 이름이면서도 미국인이 쉽게 발음할 수 있고, 좋은 뜻도 담고 있고, 다 좋았다. 

그러나, 미국인이 얼핏 연상하기 쉬운 단어는 "총" 이라는 뜻 (스펠링을 제아무리 Kun 하고 다르게 쓴다 하더라도) 의 "Gun" 이 된다. 게다가 "Kang" 은 "Gang (깡패단)" 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발음이다. 그 남자 아이들이 고등학생쯤 되고나면 교장선생님이나 학교 상담선생님은 두 아이의 이름만 듣고서 아무리 안그러고 싶어도 불량학생의 이미지를 지울 수가 없을 것이다. 두 형제의 이름이 하나는 "총" 이고 하나는 "깡패" 이니 말이다.


각설하고... 그렇게 고심끝에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이름이 바로 코난군의 이름 "김 영 민" 이었다.

신생아 검진을 위해서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백인 할머니 간호사가 "영, 민, 킴" 하고 또박또박 다음 환자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코난 아범과 나는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예쓰! 성공이야!!" 하고 좋아했다. 영어로 쓰인 스펠링만 보고서도 보통의 미국인이 똑바로 발음할 수 있는 이름인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우리 부부는 또 한 번의 창의력을 발휘할 때를 맞이했다.

이번에는 여자 아이 이름이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서 좋은 이름을 추천해주실 수도 있기에, 우리 아이 이름의 조건을 다시 한 번 요약 정리해보기로 한다.


1. 한국식 이름: 한자의 뜻 까지는 크게 상관하지 않음. 그냥 들었을 때, 한국 이름이구나, 하고 느껴지는 이름이면 충분함.


2. 이중모음 (ㅢ, ㅖ, ㅚ, ㅟ, 등) 이나 "으" 모음이 없어야 함.


3. 외자 이름이나 두 글자, 세글자, 상관없으나 받침이 없을수록 발음이 쉬움.


4. 시류에 편승한 이름이나, 요즘 가장 인기좋다는 "민준", "서연", 등의 너무 흔한 이름은 정중히 사양함.


5. 그렇다고 너무 독특해서 인터넷으로 다 검색되는 이름도 사양함. 사생털기는 무서버...


6. 영어나 한국어로 이상하거나 부정적인 어감이 느껴지지 않아야 함.



2011년 9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