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한국어 캠프

소년공원 2018.01.02 17:56 조회 수 : 259

지난 9월부터 주말마다 한국어를 배우던 아이들이 방학을 맞이하게 되었다.

방학이라 시간이 많으니 조금 더 인텐시브 하게 한국어 수업을 - 그러나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도록 - 해보자고 한명숙 선생님과 의논을 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한국어 발화가 되도록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아이들을 더 참가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동네에 한국인 가족이 제법 살기는 하지만, 우리 아이들과 연령이 비슷하고 또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다보니 이웃의 투빈이네가 떠올랐다.

아빠가 버지니아 공대 교수로 부임해 온지 3년 정도 되었고, 엄마는 몇 번 마주쳐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유쾌하고 화통한 성품이라 친하게 지내고 싶은 그런 사람이었다.

이름에 빈 이 들어가는 두 아이들은 우리집 투민이들 보다 한두 살 어리거나 많은 남매인데, 아들아이가 코난군과 같은 태권도장을 다녀서 서로 알게 된 가족이다.

마침 투빈이네 아빠는 우리 동네 한글학교 교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터라, 아이들 한국어 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또 우리집과 투빈이네 집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서로의집을 오가며 캠프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잇점도 있었다.

2주간 월수금요일에 우리집과 투빈이네 집에서 번갈아 만나 수업을 했고, 한명숙 선생님이 전반적인 커리큘럼을 짜고 진행하시고, 나와 투빈이 엄마가 보조교사로서 간단한 동화들려주기 노래부르기 등의 활동을 도왔다.

고작 2주간 여섯 번의 수업일 뿐이었지만 짧은 시간에 비해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크게 늘었다.

어린 송아지가~ 하고 평소에 놀면서 한국 동요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집에 오신 손님에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가 훨씬 발음이 명확해졌다.

 

캠프의 마지막 날은 마침 1월 1일이라서 한복을 입고 새배도 하고 떡국을 먹으며 설날의 풍습에 대해 배우기로 했었다.

우리 아이들은 돌 사진을 찍었던 날 이후로 한복을 입을 기회도 없고 한복도 없었는데, 한명숙 선생님의 친정 어머님께서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로 한복을 보내주셔서 이렇게 잘 차려입힐 수 있었다.

요즘 나오는 아이들 한복은 입고 벗기에도 아주 편하게 만들어져서 아이들이 불평하지 않고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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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으로 한국식 절하는 법을 보여주고 가르친 다음 직접 세배를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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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와 선생님께 새배하는 아이들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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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하게 앉아서 덕담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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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나이 만큼의 달러로 세뱃돈을 주신 한명숙 선생님, 그리고 아빠 엄마가 주는 세뱃돈 까지 받아들고 신이난 아이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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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른들이 계획하고 실행한 여러 가지 교육 활동도 유익했지만, 네 명의 아이들이 어울려 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 가장 큰 효과였다고 생각한다.

교육 활동 중에 배웠던 말이나 노래를 놀이하면서 다시 해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코난군은 이 집 둘째 아들과 함께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체스를 두고 총싸움 칼싸움을 하며 놀았고, 평소에 남동생과는 함께 할 수 없었던 발레하기 옷갈아입기 놀이 등을 우리집 둘리양과 실컷 하고 놀아서 좋았던 큰 딸.

둘리양도 자기가 하고싶던 공주 놀이를 이 언니와 마음껏 하고 노느라 굉장히 행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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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양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으로부터 낯선 것을 배우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데 이번 참에 투빈언니와 친해져서 함께 무용학원을 다녀보기로 했다.

 

그동안 들었던 전래동화의 내용을 기억하며 문장으로 말해보기 퀴즈 게임을 마치고 겨울방학 캠프의 모든 프로그램이 끝났다.

내가 다림질해서 만들어간 캠프 셔츠를 입고 졸업사진을 찍었다.

여름 방학에 아이들이 다니는 캠프의 대부분이 마지막 날에는 셔츠나 기념품을 받아오길래 우리 캠프도 그 풍속을 따른 것이다 :-)

한 장에 4달러 밖에 안하는 무지 셔츠를 사다가 전사지로 출력해서 다리미로 다려서 만든 셔츠는 주기에도 받기에도 부담이 없는 선물이다.

캠프 기간 내내 엄마를 도와서 훌륭한 보조교사 역할을 해준 도원양은 평소에 요리하기를 좋아해서 셔츠 대신에 앞치마를 만들어 선물했다.

수업료 한 푼 받지 않고 성심성의껏 가르쳐주신 한명숙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자면 값비싼 선물을 드려도 모자라겠지만, 보수를 바라고 하신 일이 아닌데 섣부르게 그 값을 치르려고 하기 보다는 의미가 담긴 선물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예상대로 아이들 얼굴이 담긴 셔츠를 기뻐하며 받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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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빈이네 아빠와 투민이네 아빠가 서로 집을 고치는 일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차를 고친다거나 목공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아빠들 끼리도 많이 친해지고 앞으로도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서 기뻤다.

투빈이네 아빠도 솜씨가 좋아서 가구를 직접 만들거나 집안팎의 자잘한 문제를 직접 고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