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전에 내가 태어나던 날은 설날

그리고 올해에는 내 생일 다음날인 내일이 설날이다.

 

오늘 저녁 수업에 소아과 의사선생님이 초빙 강사로 오시기로 되어있어서 복장을 다소 갖추어 입어야 예의가 될 것 같고, 내 생일이니 즐거운 날이고, 또 음력 설날을 모르는 미국인들을 계몽시키고자 하는 뜻에서 개량 한복을 입고 출근했다.

예전에 어린이집 교사로 일 할 때 입었던 옷인데 십 수 년을 묵혔다가 꺼내 입은 옷이지만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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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서프라이즈~~ 하고 받은 선물은 14K 핑크 골드 귀걸이였다.

돈은 아빠가 냈지만 디자인을 고른 것은 자기라며 뿌듯해 하던 코난군.

지난 연말에 아이들 학교 행사에 갔다가 반가워서 덥썩 안기는 둘리양이 쳐내는 바람에 귀걸이 한짝을 잃어버린 일이 있었는데, 남편이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귀걸이를 선물하기로 했던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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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골드와 진달래색 개량한복이 잘 어울렸고 오늘따라 날씨도 완연한 봄처럼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지만 동료 교수의 남편이 노환으로 돌아가셨고 그 장례식이 오늘인데다, 어제 플로리다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등으로 인해 나혼자 너무 행복해 하거나 즐거운 티를 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월 15일에 추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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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2월 15일은 제 생일입니다.

SNS의 발달로 당신의 친구 아무개가 곧 생일입니다 하고 알려주기도 하니 모르시던 분들도 알게 되셨겠지요.

 

해마다 제 생일에 전화나 이메일, 문자 메세지, 영상통화, 카카오톡, 등등 갖가지 방법으로 제게 연락하셔서 축하해주시는 분들께 언제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올해에는 여러분들의 수고를 덜어드리고자, 그리고 제가 그 축하 인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는 변명을 하고자 자수해서 먼저 글을 올립니다 :-)

 

미국의 학제는 한국과 많이 달라서 2월 중순 현재 봄학기가 한창 진행중입니다.

따라서 세 과목의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하며 실습생을 지도하는 일은 13년째 늘 그렇듯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한국에서 오신 비지팅 스칼러 선생님과 공동 연구 및 우리 아이들 한국어 학습을 시키느라 주말까지도 일정이 바쁩니다.

한국어 수업 덕분에 친하게 지내게 된 투빈이네 가족과 어울려 여자 아이들은 발레 수업을 받게 하고 남자 아이들은 운동 수업을 받게 하느라 번갈아 기사 노릇 하는 것도 주말마다 있는 일입니다.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에 저희 유아교육 전공 내에 새로이 신설될 세부전공을 완벽하게 계획해서 교육부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니 그 일로 더 바빠질 것 같습니다.

동료 교수 한 분이 이번 5월에 은퇴하니 그 자리를 채울 신입 교수를 임용하는 위원회의 일도 맡고있어서 다음 주와 그 다음 주에 임용 후보자를 불러다가 면접과 모의 수업 등등을 하게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또한, 봄학기마다 다가오는 대학원생들의 종합시험을 출제하고 평가하고 최종 디펜스에 참석하는일이 3월 달력의 빈 자리를 다 채웠습니다.

 

이 와중에 킨더학년 둘리양은 자기 생일 당일에는 학교에 컵케익을 구워서 가져가고, 그 다음 날인토요일에는 동네 수영장에서 파티를 하겠노라 선언을 하였으며, 컵케익의 모양과 맛과 장식물 등을 직접 골랐습니다.

파티의 주제 및 답례품도 골라서 주문해서 배달시켜 두었습니다.

미국의 생일 파티는 음식 준비는 수월하지만 - 핏자를 배달시키고 냉동 치킨너겟이나 오븐에 데우려고요 - 초대장을 미리 보내고 누가 오는지 안오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생일 선물을 받으면 일일이 고맙다는 답카드를 보내야 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제 생일은 할 수 있는 한 간소하게 보내고 싶어집니다.

가족들과 동네 식당에서 저녁이나 사먹자 하고 계획하려니, 생일인 목요일은 저녁 수업이 있어서 그것도 여의치 않고, 다음날인 금요일 저녁에는 코난군이 친구 생일 파티에 가야 하는 일정이 있어서 억지로 시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낳아주신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가끔은 내 생일이 2월이 아니라 조금 여유로운 6월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미역국도 끓여먹고 생일 축하 전화나 메세지도 조금 더 여유롭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흰 머리카락이 늘어가고 누가 봐도 푸근한 중년 아줌마가 되어가는 46번째 생일...

여전히 건강하고 행복하며 열심히 일하고 많이 사랑받고 그렇게 살겠습니다.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이끌어주시고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2018년 2월 13일에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