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에 바람이 좀 많이 불고 비가 많이 왔다.

월요일에 아이들 학교와 남편 학교는 휴교령이 내렸고, 우리 학교는 정상 수업을 한다고 발표했지만, 저녁에 있을 내 수업은 내가 자체적으로 휴강시켰다.

교생 실습 세미나 수업인데 휴교 때문에 학생들이 실습을 나가지 못해서 세미나에서 함께 의논할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이 플레이 데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코난군은 친구를 데려와서 우리집에서 놀고, 둘리양은 친구 주주네 집에 가서 놀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주주네 집에 둘리양을 데려다주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서니, 이런 놀라운 장면이 내 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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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론 어르신네 앞마당 큰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서 도로의 절반을 가로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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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8시 쯤에 쓰러진 것 같다고 또다른 이웃이 말했는데, 정작 이 집 주인은 집에 있으면서도 아무 소리를 못들었다고 한다.

우리 가족도 비바람이 부는 소리 말고는 듣지 못했는데, 아마도 나무가 반대 방향으로 쓰러지면서 우리쪽 보다는 길 건너편으로 큰 소리가 울렸던가보다.

이렇게 큰 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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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방향으로 넘어졌더라면 이 집의 지붕은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고 사람도 다쳤을텐데 불행중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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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마당을 돌아보니 잔 가지가 많이 떨어진 것 말고는 별 피해가 없다.

코난아범이 긴 톱으로 미리 약한 가지를 쳐두어서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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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개이면 잔 가지를 얼른 치워야지, 차고에서 차를 빼고 넣을 때마다 차 바닥에 가지가 걸려서 덜거덕 거리는 것이 신경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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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7일 월요일에 더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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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에서 생기는 열대성 저기압 폭풍은 태풍, 대서양에서 발생한 것은 허리케인이라고 한다.

얼마전에 태평양에서는 제비 라는 태풍이 위력을 과시한 것 같은데, 이번에는 대서양의 플로렌스 차례이다.

 

내가 사는 곳은 애팔래치아 산맥 자락 산악 지형이라 바다에서 오는 허리케인이 여기까지 도착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번 플로렌스는 남북 캐롤라이나주를 정면으로 치고 들어오다보니 여기에도 아주 많은 비가 내리거나, 강풍으로 인한 정전 등의 피해가 우려되는가보다.

남북 캐롤라이나 주는 물론이고 버지니아 주지사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어서가 아니라 ㅋㅋㅋ

허리케인 덕분에 해야할 일을 안해도 되게 된 일이 있어서이다 :-)

 

원래는 이번 주 목요일에 버지니아 샬롯츠빌에서 학회가 열리는데 거기에서 발표를 하게 되어있었다.

하지만 주말에는 아이들 갖가지 행사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야채 요리 하느라 바빠서 발표 자료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 이전에도 개강준비와 개강이후 학교 일로 바빠서 발표 준비를 할 틈이 없었다.

심지어 이번 학기에 처음 가르치는 과목의 강의 준비로 매주 쫓기고 있었기 때문에 학회 발표 준비는 늘 머릿속에서 나를 걱정시키고는 있었지만, 도무지 준비할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어제 퇴근할 때는 '오늘 밤을 새서라도 발표 준비를 해야겠다' 다짐하고 집에 왔는데, 허리케인 때문에 안전 문제가 염려되어서 학회가 취소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수십 년 학회 역사상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데, 다행히 예약했던 호텔은 수수료 없이 취소가 가능했고, 학회 등록비는 환불이 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학과에서 지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별 문제가 없다.

게다가!

미루고 미루던 발표 준비를 안해도 되니 어젯밤에 실컷 잠을 잘 수 있었다 :-)

수요일 오후 강의를 마치자마자 세 시간 거리를 운전해가서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에 학회에 참석해서 발표를 하고 다시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피곤한 일정이 없어진 것도신나는 일이다.

마침 내가 없을 예정이던 목요일 아침은 아이들 학교 사진을 찍는 날이라 옷이며 머리모양이며 보살펴 주어야 할 것이 많은데 내가 집에 있게 되어 그것도 다행이다.

(그런데 허리케인 때문에 어쩌면 아이들 학교도 취소될지 모르겠다)

 

아무쪼록 너무 큰 피해 없이 플로렌스가 잘 지나가기를 바란다.

 

 

2018년 9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