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면서, 부모로서 공부하고 배울 점이 늘어난다.

얼마 전에 - 그리고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 두 아이들이 각기 학교에서 약간의 난처한 일이 있었는데, 그 경험으로 배운 것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려 한다.

코난군의 이야기보다는 비교적 간단한 둘리양의 이야기를 먼저 쓴다.

 

지난 월요일 아침, 남편과 아이들을 먼저 출근 등교 시켜놓고, 나는 집에서 이메일과 채점 등의 일을 하다가 학교 주차장이 한산해지는 오후에 출근을 하기로 했다.

오후 3시에 학생 면담이 잡혀 있고, 4시부터 6시 30분 까지는 교생실습 세미나 수업이 예정되어 있는 날이었다.

오후 2시 30분 경...

한산한 도로를 드라이브 하며 출근하고 있는 도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길벗 초등학교 사무실인데,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은 음악 공연 연습을 위해 강당으로 이동했는데 둘리양은 한사코 교실을 떠나기를 거부해서 교장 선생님이 둘리양 교실에서 함께 있어주었으나, 다음 일정이 있어서 더이상 함께 있어줄 수가 없다고 했다.

안전 규정상 학생을 혼자 빈 교실에 두어서는 절대 안되는데, 둘리양은 다른 아이들이 있는 강당으로도 가지 않겠다, 그러면 교장 선생님 방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해도 싫다, 그 어떤 제안을 해도 제자리에서 꼼짝을 하지 않고 버틴다는 것이다.

약 두어 달 전에 이런 일이 있어서, 그 때 담임 및 교장 선생님과 면담을 했었는데, 둘리양이 거부하는 것은 강요하지 않고, 대신에 누군가 옆에 있어줄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보호자에게 연락을 하기로 정한 것을 실행한 것이었다.

하필이면 지금 이 순간이라니!

곧 가겠노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은 다음, 일단은 가던 방향으로 출근을 했다.

다행히도 3시에 만나기로 한 학생이 조금 일찍 와있어서, 도착하자마자 그 학생의 수강 상담을 5분 만에 마쳤고, 4시 세미나 수업은 마침 출근해서 자기 일을 하고 있는 동료 섀런에게 부탁을 했다.

상황이 이러저러해서 내가 최대한 아이를 데리고 빨리 돌아오겠지만, 만약에 내가 늦으면 대신 수업을 좀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엑셀을 한껏 밟아서 초등학교에 도착하니 둘리양네 반 다른 아이들은 모두 하교 준비를 하고 있는데 둘리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상담 선생님 방에서 엄마를 기다리기로 했다고 담임인 핫지 선생님이 알려주셨다.

강당에서 노래 연습도 안하겠다, 교장 선생님 방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것도 안하겠다, 고집을 부리다가, 상담 선생님 방에 가서 기다리는 것은 하겠노라고 해서 그리 된 것이라고 한다.

상담 선생님 방에서는 아주 얌전하게 책 세 권을 읽으면서 엄마를 기다렸다고 한다.

마침 교장 선생님도 그 방으로 오셔서 자초지종을 다시 한 번 설명 듣고, 번거롭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둘리양을 데리고 나왔다.

 

사실은, 그 중간에 코난군과 관련해서 의논할 것이 있어서 교장 선생님 방에서 20-30분을 지체했지만, 둘리양과는 상관없는 일이므로,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쓰려고 한다.

 

둘리양은 바깥 놀이 시간에 진흙을 밟으며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그 때문에 바지와 외투에 진흙이 잔뜩 묻어서 기분을 망친 모양이었다.

진흙을 묻힌 채로 다른 반 아이들과 4학년 아이들까지 함께 하는 노래 연습을 하러 갈 기분이 아니어서 그렇게 고집을 부렸던 것 같다.

운동장에서 놀다가 넘어지고 옷을 버리는 아이가 한 둘이 아니지만, 그래서 지저분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1학년 아이에게 그리 챙피한 일도 아니건만, 자존심 강한 둘리양은 그 사건이 입에 담기조차 싫은 일이라, 모든 선생님들의 애를 태우고, 마침내 출근하는 엄마까지 불러들인 결과를 낳았다.

일단 집에 데리고 가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내 수업은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몇 가지 업무를 마치기로 했다.

엄마 학교에 따라간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진 둘리양은 좋아하는 장난감을 한 가방 챙겨서 차에 올랐다.

학교에 도착하니 섀런이 고맙게도 수업을 다 마치고, 늦게 돌아온 나를 반겨주었다.

 

도대체 쟤는 왜 저런지 모르겠다며 섀런에게 둘리양 사연을 털어놓고 하소연을 하니 (물론 둘리양이 듣지 못하도록 다른 방에서 문을 꼭 닫고 말했다. 엄마가 동료에게 자기 흉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 날에는 그 분노를 내가 책임질 수 없다 :-) 섀런이 자기가 어렸을 때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섀런이 지금의 둘리양 나이 쯤 되었을 때, 교회 주일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고한다.

그날 따라 뱃속이 불편해서 화장실을 다녀오면 속이 편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소풍을 가기위해 버스를 타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낯선 소풍 장소에서 화장실을 빨리 찾지못하다가는 곤경에 처할 것 같은 두려움이 커서, 소풍을 가지 않겠다, 버스에 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화장실을 못찾아서 옷에 똥을 싸게 될까 두려워 그런다고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어린 마음에 너무 챙피한 일이라,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하고 마냥 소풍을 안가겠다고 버티기만 했고, 주일학교 선생님들은 난감해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둘리양의 가끔씩 발현하는 침묵의 똥고집이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일이지만, 자신에게는 너무나 챙피하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일체의 언급을 회피하고 조개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 자신이 원하는 바, 혹은 원하지 않는 바를 고집할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날인 화요일은 공교롭게도 둘리양의 충치 치료가 예약되어 있었다.

9시 15분에 시작하는 학교에 지각하지 않도록 아침 8시 진료 시간을 잡아두었는데, 예상했던 대로치료가 한 시간 안에 끝이 나서 지각하지 않고 등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충치가 생긴 어금니를 갈아내고 레진으로 떼우는 치료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일명 웃음 개스 라고도 부르는 아산화질소 흡입 마취를 했는데, 잠이 들지는 않지만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치료가 끝나면 5분 이내에 원상태로 회복이 된다고 설명했지만, 둘리양의 기분은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았나보다.

칫과에서 학교로 운전해 가는 동안 몇 번이나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했는데, 나는 나대로 이 날 수업과 회의가 연달아 잡혀 있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온갖 감언이설로 돌리양을 꼬드겨서 학교로 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엄마 학교에서 캔디를 갖다 주겠다, 주말에 주주를 불러서 놀게 해주겠다, 별 별 이야기를 다 해주어도 별로 효과가 없더니만, 급기야 학교 주차장에서 하차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일단 추우니 학교 건물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고 말하며 아이의 등을 떠밀어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현관문에서 교실까지 이어지는 복도에서 꼼짝도 안하고 서서 학교에 안가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둘리양...

바로 전날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등교 지도를 하던 교장 선생님과 상담 선생님이 둘리양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며 교실 쪽으로 걷도록 유도했다.

나는 교장 선생님에게 아마도 둘리양이 칫과 마취 때문에 컨디션이 안좋아서 그런것 같다고 설명하고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남기고 도망치듯 학교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우리 학교에 거의 다 도착해갈 즈음에 또 전화를 받았다.

학교의 가능한 모든 사람들이 다 시도해 보았지만 둘리양을 교실로 보내는데 실패했고, 복도에 둘리양을 혼자 서있게 할 수는 없으며, 둘리양과 함께 있어줄 인력이 없다는 소식이었다.

일단은 우리 학교에 도착을 해서 곧 있을 회의에 이러한 이유로 늦을 것 같다고 알린 다음 다시 둘리양 학교로 갔다.

전 날 저녁과 이날 아침, 칫과의 동선까지 더해서, 우리집과 래드포드를 잇는 도로를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는지 이루 셀 수가 없다.

내 차가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차라서 다행이었다 ㅠ.ㅠ

 

둘리양 학교로 향하는 차 안에서 다음 행보를 계획해야 했다.

아이에게 야단을 칠 것인가, 토론을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우선 아이를 학교에 둘 것인가, 조퇴시켜서 데리고 나올 것인가...

교육적 원칙으로 보자면,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것은 그릇된 가르침을 줄 수 있으니, 아이와 함께 복도에 서서 기다리다가 아이가 준비가 되면 교실로 돌려 보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답이다.

그러나, 고집이 보통이 아닌 둘리양이 교실로 가겠다고 마음을 바꿔먹을지 불확실하고, 한없이 기다리다가는 내 다음 일정이 모두 엉망이 되어버린다.

또한, 둘리양과 내가 복도에 무작정 서있으면 복도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것이고, 그런 창피한 상황은 둘리양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하여 상태가 더 나빠질 것이다.

해서, 일단은 아이가 칫과 치료후 마취 부작용으로 몸이 안좋아서 그런 것이라 설명하고 조퇴시켜서 데리고 나왔다.

내 연구실로 와서는 실제로 바쁘기도 했지만, 일부러 더 바쁜 척을 해서 둘리양이 혼자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내가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할 때는 내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면서 아무런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수업을 갈 시간이 되었을 때, 평소에는 컴퓨터를 가지고 가지 않지만, 둘리양 교육을 위해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모두 챙겨 나왔다.

잠시 연구실에 들를 때를 빼고는 계속해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둘리양은 종이에 그림만 하염없이 여러 장 그리고 놀았다.

배가 고프다길래 네 가방 안에 있는 도시락을 꺼내서 먹으라고 말해주고 수업을 하러 나오기도 했다.

즉, 엄마 학교에 오는 것이 언제나 엄마가 놀아주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야만 다음에 또 자기 학교에 가지 않고 엄마 학교에 가겠다고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침 11시부터 저녁 5시 까지 그렇게 혼자 있게 두고 바쁜 척을 하며 연구실 안팎을 드나들며 일을하다가 마침내 퇴근 시간이 되었다.

그 동안 하루 종일, 둘리양이 학교에 가지 않은 것에 대해 묻지도 않았고 나무라지도 않았다.

퇴근해서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다음 번에는 칫과 진료를 오후 시간으로 잡을께. 그래서 치료를 마치면 집에 가서 쉴 수 있게 해줄께. 오늘 치료 받고 힘들어서 학교에 가기 싫었지?" 라고만 말했다.

 

재미있게도, 둘리양은 자신이 얼마나 엄마를 힘들게 만들었는지를 깨달은 모양으로, 평소라면 샤워도 하기 싫다 이도 안닦겠다 하고 실랑이를 여러 번 벌였을텐데, 이 날 저녁에는 시키기도 전에 자기가 먼저 이를 닦고, 샤워도 순순히 고분고분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저녁으로 계란죽을 끓여 주었는데, 한 입 입에 넣고 평소라면 "앗 뜨거!" 하고 화를 내었을 텐데, "앗!' 하고 놀라기만 하더니, 이내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I love hot food!" 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엄마한테 미안하긴 많이 미안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엄마가 자기 잘못에 대해 야단을 치지도 않고 화를 내지도 않으니 더욱 양심에 가책이 느껴졌던 것 같다.

 

내가 배우고 느낀 것은...

 

둘리양이 더 자라서, 챙피한 것 보다도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자존심이 상해서 혹은 너무 챙피해서 아무 말도 않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에게 화를 내보았자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나는 기분이 나빠질 뿐이고, 아이는 소리지르는 엄마를 보며 죄책감을 안느껴도되는 면죄부를 줄 뿐이다.

물론, 이렇게 깨닫기는 했지만,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내 인내심이 버티지 못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기다리지 못할 일도 생길 것이다.

그래도 달리 더 나은 방법이 없으니, 그저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릴 뿐...

어린이집 다닐 때 보다는 그래도 훨씬 더 말이 통하고 사리분별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18년 12월 5일

 

다음 글에서는 코난군의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데 워낙에 방대하고 복잡한 이야기라서쉽게 시작조차 하기가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