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그레이 제 3장: 인물 열전

소년공원 2018.12.23 16:29 조회 수 : 77

대학생 때 처음으로 읽었던 수호지는 이문열이 평역한 버전이었다.

90년대 초반 그 당시만 해도 이문열은 아주 높이 평가받는 문인이었기 때문에, 내가 수호지를 읽은 것은 이문열의 이름값 덕이 컸다.

초반 몇 십 페이지를 읽어가다 보면 수호지의 등장인물이 양산박 이라는 곳에 모두 모였다는 장면을 묘사하는데 등장 인물을 소개하는 데에만 세 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을 할애했던 것이 기억난다.

오늘의 코드 그레이 편에서는 양산박에 모인 도둑떼 만큼은 못되어도, 글을 쓰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 그리고 관련 교사와 교장에 관해 간략하게 써보려고 한다 :-)

 

한글로 기록된 이 글을 해당 아이나 부모가 읽을 리가 만무하지만 그래도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 본명 대신에 코드 블랙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한다.

 

딜런, 와이엇, 어네스트, 핀, 이렇게 네 명의 소년은 코드 블랙의 저자이고, 짐과 그의 누나는 이야기를 쓰는 것은 아니고 간간이 구글 문서에 접속해서 철자를 손봐주는 등의 편집을 했다.

 

[핀]

아직 미완성인 상태인 소설 코드 블랙에서 핀은 아직 그 캐릭터가 분명하게 설정되지 않았으나, 사회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천재성이 휘번득이는 그런 아이로 묘사되고 있다.

아마도 핀이 활약하게 될 나중의 대목에서 보다 더 캐릭터에 대해 배우게 될 것 같다.

실제 세계에서 핀은 중학생 형과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는 여동생을 둔 5학년 소년이다.

핀의 엄마는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암튼 직장을 다니고 있고, 아마존 닷 컴에서 온라인 책을 출판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 간접 경험 덕분에 핀이 다른 아이들에게 우리도 글을 써서 온라인 출판을 하자며 독려하기도 했다.

핀의 아빠는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버지니아 공대와 관련한 직장을 다니는 것 같고, 맞벌이 부부로서 세 아이를 키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 육아와 교육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핀에게 코딩교육을 시켰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딜런의 아빠와 나누다가 딜런 아빠가 주도하는 코딩 수업에 핀을 보내게 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사건 - 코드 블랙이 금서 취급을 받게 된 사건 - 에는 다소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핀이 아직 본격적으로 글을 쓰지 않아서 이번 일이 직접적으로 큰 충격이 되지 않았기 때문인 듯 하다.

핀과 딜런은 마블 수퍼히어로 영화를 무척 좋아하고, 영재반에 함께 다니고 있으며, 서로의 집도 가까워서 자주 함께 어울려 노는 친한 사이이다.

 

[어네스트]

먼젓번 글에서 썼던 것 처럼, 어네스트는 딜런과 만 세 살 무렵부터 친구가 되었다.

두 아이 모두 토이스토리 만화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매일 어린이집에 토이스토리 캐릭터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함께 놀았던 것이 친구가 된 계기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에 헤어졌다가 5학년이 되면서 다시 만났고 딜런과 같은 반에다 영재반 수업도 함께 받고 있다.

어네스트는 남동생과 여동생이 한 명씩 있다.

어네스트의 아빠는 엔지니어 일을 하는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으로 출퇴근 하는 것이 아니라,집에서 재택 근무를 하거나 미국 전역, 심지어 해외로 출장을 많이 다니며 일을 한다.

맏아들인 어네스트의 교육에 관심은 많지만 직업적 특성 때문에 어네스트의 학교 관련 일은 대부분 엄마가 알아서 하는 편이다.

어네스트의 엄마는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세 아이를 낳아서 키우면서 아이들 축구 교실에 부코치로 자원봉사도 하면서 마라톤 대회도 나가고, 출장을 자주 가는 남편 대신에 잔디도 깎고, 정원도 가꾸고, 교회도 열심히 나가고, 기타등등,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거리는 사람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막내 아이를 임신했을 때 박사학위를 받고 친정이 있는 콜로라도로 직장을 잡아 이사를 가게 되었을 때, 임신 막달의 부른 배를 안고 아직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버지니아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운전해 가서 휴가 여행을 즐기다가 다시 콜로라도로 운전해서 이사를 했던 전력이 있다.

이번에 다시 버지니아로 이사올 때도 콜로라도에서 곱게 버지니아로 오지 않고 - 그 거리만 해도 2,500 킬로미터이다! - 플로리다까지 운전해 가서 여름 휴가 여행을 즐기고, 조지아에서 가족 모임을 갖고, 그 다음에 우리 동네로 이사를 해왔다.

이렇게 열혈여성이다보니, 이번 사건에서도 초반에 잠시 망설이는 듯 했으나 지금은 장학사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데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와이엇]

와이엇은 딜런과 같은 반 친구이기도 하고 같은 태권도장을 다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딜런과는 성향이 조금 다른 아이라서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저 태권도장에서 마주치면 눈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사이였다.

와이엇의 엄마는 버지니아 공대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교수이고, 아빠는 컴퓨터 엔지니어 일을 하고 있고, 중학생 (? 아니면 고등학생?) 형이 한 명 있다.

이 가족의 특이점이라면, 와이엇의 엄마가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민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와이엇의 아빠가 이번 일에 부인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와이엇의 엄마도 평소에 학교 행사에 자원봉사를 자주 해서 나와 안면이 있기도 하지만, 이번 일에서는 엄마는 한 발 물러나 있고, 와이엇의 아빠는 딜런의 아빠와 힘을 합쳐 장학사에게 편지 쓰는 일을 주도하고 교장과 면담에도 참여했다.

와이엇은 형과 나이 차이가 제법 있어서 집에서 다소 아기 취급을 받으며 자란 듯 한데, 평소에 딜런과 각별히 친하지는 않았으나 함께 소설을 쓰게 되면서 친하게 된 것 같다.

소설에서 와이엇이 쓴 부분을 읽어보면 딜런이나 어네스트가 쓴 부분에 비해 다소 필력은 딸리지만, 풍부한 감성이 돋보였다.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 캐릭터들 간의 로맨틱한 관계 발전에 대해서 쓴 부분도, 다른 두 아이들이 쓴 것보다 훨씬 섬세한 감정 묘사를 하고 있다 :-)

 

[딜런]

딜런은 블랙스버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양친 부모는 모두 한국에서 유학와서 정착한 이민자이다. 

1학년 여동생이 한 명 있고, 아빠와 엄마는 각기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딜런의 아빠는 전공인 물리학 이외에도 무척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아들인 딜런도 그런 성향을 물려 받고 자라는 것 같다.

이번 소설을 쓰는 데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 이전에도, 지금 현재도, 늘 친구들과 새로운 재미있는 일을 생각해내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이가 딜런의 엄마라서가 아니라 :-) 딜런은 정말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고, 선생님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범생이다.

에이 비 씨로 성적을 매기게 되는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늘 모든 과목에서 에이를 받았고, 태권도는 2단, 테니스와 수영은 엄마보다도 잘 하는 수준이다. (엄마도 보통의 아줌마들에 비하면 운동이뒤지지 않는 편임 :-)

딜런의 아빠는 대한민국의 386 세대인데,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중고등학생때 반장으로서 반 친구들을 대표해서 선생님과 투쟁을 한 전력이 수 차례 있고, 85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했을 때 부터는 열심히 데모를 하고 다녔던 것 같다 :-) (주: 사실과 다름. 87년 까지는 주로 동의하지만 직접참가하지는 않음. 87년 이후에 생각이 많이 달라짐. 구경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닮음.)

그 전력 덕분에, 이번 코드 블랙 금서 사건에서 누구보다 투지를 불태우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마침 와이엇의 아빠와 대화가 잘 통해서 둘이서 이메일을 주고 받거나 직접 만나서 의논을 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마흔 넘어 얻은 아들의 학교 일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어서 다른 학부모들과 교류도 활발하며, 그 덕분에 이번 일에 응원도 많이 받고 있다.

딜런의 엄마는 직장 일로 바쁘기도 하고, 다소 게으른 성격이기도 해서 이만하면 코드 블랙 금서 사건은 대충 마무리지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교사와 교장의 대처가 너무나 한심해서 대충 마무리 지을래야 마무리가 안되는 상황이라서 남편을 말릴 수가 없다.

 

[짐과 짐의 누나]

딜런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짐은 평소에도 늘 딜런의 엄마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딜런을 바꿔달라고 하고, 학교에서 소풍이나 견학을 가면 딜런의 옆 자리에 앉으려고 노력한다.

이번 소설 쓰기 놀이에도 당연히 참여했는데, 이야기를 쓰지는 않고 글을 손보는 일을 하기로 했다.

중학생인 누나도 우연히 동생이 편집하고 있는 소설을 보더니 흥미를 느껴서 편집을 몇 차례 도와주기도 했다.

짐의 부모도 버지니아 공대 교수이고 짐의 엄마는 딜런의 아빠와 방과후교실에서 아이들 픽업하면서 자주 마주치고 인사하는 사이이다.

이번 일에는 짐이 직접 글을 쓰지 않았기도 하고, 또 짐은 이전에도 다른 일로 교장실로 불려가거나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는 일이 가끔 있어서, 짐의 부모는 이번에도 또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 같다.

 

[슬랜코 교장]

교장 직을 꽤 오래 한 듯 자기 나름대로는 학생과 학부모를 다루는 솜씨가 능숙하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교장이 되려면 교사로 오랫동안 일해야만 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20대에도 교육지도자 전공으로 졸업하면 교장이 될 수 있으니 슬랜코 교장은 50대 후반 60대 초반의 나이로 미루어 교장경력이 최소한 30년은 되었을 것 같다.

교생실습 지도로 인해 딜런의 엄마와는 단순히 학부모와 교장 관계 뿐만 아니라 다소 동반자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교장 자신은 지금 현재, 자신의 설명과 소통으로 모든 일이 잘 마무리가 된 줄로 알고 있다.

사실 표면적으로 보자면 그렇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모든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컴퓨터 금지 처벌에서 벗어났고, 학부모들에게는 학교 외부에서 개인 컴퓨터와 개인 어카운트로는 무슨 글을 어떻게 쓰든지 문제삼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퇴학 운운 했던 점은 잘못되었음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딜런의 바이올린 공연이나 영재 발표 등의 행사때마다 학교에서 마주치면 딜런의 엄마와 슬랜코 교장은 미소를 주고받으며 알뜰히 인사를 챙기고 있다.

 

[그레맨 선생]

딜런 엄마네 학교 출신-이지만 직접 가르친 것은 아님-으로 요즘 초등학교에서 희귀한 남자 교사이다.

5학년에 올라갈 때 남자 선생님인 그레맨 선생님 반이 되기를 딜런은 손꼽아 빌었고 마침내 소원이 이루어졌다며 무척 기뻐했다 -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지? ㅎㅎㅎ

덩치가 무척 커서 키는 2미터 가까이 될 것 같고 체중은 120킬로그램은 훌쩍 넘을 것 같아 보인다.

딜런의 엄마는 교생실습 지도를 하면서 그레맨 선생을 10년 이상 알고 지내는데, 좋게 말하면 무슨 일이든 설렁설렁 대충대충 넘어가는 쉬운 사람이지만,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너무 털털해서 하는 일이 무척 허술한 편이라, 교생실습 지도교수로서나 학부모로서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이다.

내가 지도했던 교생들 중에서 어떤 학생은 수월하게 실습을 마쳤고, 또 어떤 학생은 제대로 지도하지 않는 선생님 아래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스스로 소개하기를 엄격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고 넉넉지 않은 형편의 가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중산층 고학력 가정의 아이들이 과반수가 넘는 길벗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자기 나름대로는 아이들에게 겸손함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딜런의 정기 학부모 상담에서 딜런의 아빠에게, 딜런은 모든 면에서 다 잘하고 있으나, 겸손함을 더 갖추게 하기 위해서 자기가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딜런이 엄마와 함께 만들어 올린 유튜브 비디오를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있는데, 거기에다 대고 "너는 부모를 잘 만나서 이런 것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유튜브 비디오를 만들어 올리는 데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서비스만 있으면 되는 것인데, 그게 무슨 가진자의 특권인 양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짧은 면담 시간이 지나가버려서 딜런의 아빠는 그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에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그레맨 선생은 30대 중반 혹은 후반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컴퓨터나테크놀러지에 관해 무지한 면이 큰 것 같다.

그러니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이 특권층의 일이라 생각하고, 엠아이티 에서 개발한 어린이 코딩 학습 프로그램을 비교육적이라며 학교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불후의 명작이 될 수도 있는 코드 블랙을 첫 문단 하나만 읽고서 위험하니 당장 지워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8년 1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