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 생일 즈음부터 지금까지 무척 바쁜 일정에다가 아이들이 또 감기 기운으로 학교를 결석하거나 눈으로 인해 휴교를 하는 일이 있었고, 지난 목요일에는 나까지 감기몸살에 걸려서 말 그래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수요일 눈으로 인한 휴교에 이어 목요일은 등교 시간이 두 시간 늦추어진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는 감기약 기운인지 감기 탓인지 헤롱헤롱한 상태로 출근을 했다.

금요일에 타주에 있을 학회 참석을 위해 학교에서 챙겨야할 것도 있었고 학과의 중요한 일로 학과장과 다른 동료와 만나 상의해야 할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목요일 저녁에는 다음날 둘리양 교실로 보낼 컵케익을 구웠다.

금요일 새벽에 일어나 공항까지 운전해서 가는데 비는 또 왜 그리 내리는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있는 머틀 비치 라는 도시는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는 휴양지인데, 미 동부 교육학 연구 학회가 올해에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학과에서 출장비를 모두 지원해주니, 고급 호텔에 머물고 공항 택시도 아낌없이 타고, 호강을 하기는 했으나 줄줄 흐르는 콧물과 두통 때문에 그 호강을 제대로 즐기지를 못한 것이 안타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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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에서 발표는 포스터 형식으로 했는데, 참신한 연구주제(!) 덕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과 향후 연구 방향이라든지 요즘의 온라인 미디어에 관한 비평을 심도깊게 나눌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이 학회는 전미 교육학 연구 학회 산하에 있고 미국의 동남부 해안선을 따라 있는 주 (매사추세츠 부터 아래로 플로리다 미시시피 등) 들끼리 따로 모여서 학술 정보를 교환하는 학회인데, 우리 학과 동료 교수인 루피아가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나도 올해에 처음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원래는 지난 가을에 버지니아 분회 (역시 전미 교육학 연구회 산하 단체) 학회에서 발표하려던 것을 허리케인으로 학회가 취소되어 이번 학회에서 발표하게 되었다.

유아교육에 관련한 다른 세션에 참석을 했더니 나와 같은 조지아 대학교 출신의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가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와서 과학교육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웨일즈 출신이라는 이 교수는 유아교육계에서 드문 남자 교수인데, 유튜브 등의 온라인 미디어에도 연구 관심이 있어서 - 게다가 UGA 동문이라서 반갑기도 하니 -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대학원생들 중에는 한국인 박사과정 여학생이 두 명이나 있어서 그것도 반가웠다.

한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미국으로 대학원 유학을 왔다고 하는데, 그래서 영어도 학회 발표도 혹시나 실수할까 조심하며 그러나 열심히 발표하는 모습을 보니 십 수년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감회가 새로웠다.

발표를 마치고 호텔방으로 올라오니 그제야 좀 쉬면서 기운을 회복했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나혼자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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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 흠이라면 따로 돈을 더 내지 않고 무료로 사용하는 와이파이가 너무너무 느려서 그 조용한 시간 동안에는 블로그를 쓸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오늘 아침에 호텔을 나와서 머틀 비치 공항에 오니 무료 와이파이가 제법 빨라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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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베란다에서 대서양을 바라보면서 이런 유유자적한 글을 썼어야 하는데...

힐튼 호텔의 고약한 상술은 돈을 더 내야만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학과에서 출장비가 지원되니 하루에 10달러를 더 내고 빠른 서비스를 이용해도 괜찮았겠지만, 차라리 아무 것도 안하고 잠이나 푹 자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서 일찌감치 잠들고 아침에도 실컷 잔 후에 느지막히 일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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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보니 해안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호텔방에 구비된 맛없는 커피일망정, 바다가 보이는 베란다에 나와서 마시니 - 그것도 안개낀 해변에서 - 제법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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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루피아는 가족들과 함께 오지 그랬냐며, 내년 학회는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리니 그 때는 아이들을 데리고와서 참석하라고 했다.

하지만, 남편도 함께 휴가를 낼 수 있다면 모를까, 아이들을 학교 결석시키고 내가 데리고 학회를 참석하는 것은 출장 더하기 엄마 노릇 업무까지 너무 힘든 겸직이 될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토요일 오늘은 둘리양의 생일이다.

엄마가 출장도 가야 하고 이런저런 일들로 올해에는 생일파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컵케익은 반친구들과 금요일에 나누어 먹었고, 아빠는 아마존닷컴에서 둘리양이 갖고 싶어하던 인형을 사주었고, 나는 오늘 저녁에 집에 도착하면 둘리양과 쇼핑을 하기로 약속했다.

다리가 길어져서 새 스타킹을 사주어야 하고 운동화도 많이 낡아서 생일 기념으로 새로 사주기로 했다.

한 시간 반을 더 기다려서 비행기를 타고 샬롯 공항에 내리면 다시 두 시간을 더 기다렸다가 로아녹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된다.

로아녹에서 주차해둔 내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 저녁 6시가 조금 넘을 것 같다.

오늘 하루는 완전히 길에서 다 보내는 셈이다.

그래도 이렇게 가끔은 학회 참석을 해야 연간 평가 점수도 잘 받을 수 있고, 또 모든 여행 경비가 학교에서 지원되니, 아이들도 많이 자랐겠다, 일 년에 한 번 씩은 이런 출장을 다녀볼까 싶다.

 

2019년 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