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일 후에 나는 또다시 디즈니 크루즈를 타게 된다!

주머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거의 포기하고 있었지만, 나와 아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남편이 여러가지로 궁리한 끝에 마침내 세 번째 디즈니 크루즈를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에게는 디즈니 크루즈 여행이 힐링의 효과가 있어서, 그것만 생각하면 아무리 힘든 일도 해낼 수있고, 아무리 속상한 일도 삼킬 수 있게 되니, 보약보다 효과가 좋고 명품백 보다 소중한 가치가 있다.

 

암튼, 이번에는 7박8일 웨스턴 캐리비안 코스인데, 멕시코 코즈멜, 그랜드 케이먼 군도의 조지타운, 그리고 디즈니 소유의 섬인 캐스트어웨이 키에 정박하는 일정이다.

디즈니 크루즈라인 에는 네 척의 배가 있는데, 그 중엔 디즈니 드림, 디즈니 원더는 타보았고, 이번에 탈 배는 가장 최근에 건조되고 가장 큰 규모인 디즈니 판타지 이다.

이 다음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유럽으로 가게 된다면 디즈니 매직을 타는 것으로 모든 배를 다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2021년 부터 2023년 까지 매해 한 척씩 새로운 배를 추가하겠다는 디즈니 크루즈사의 발표가 있었다고 하니, 그것까지 다 타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

 

어느날 디즈니 크루즈 후기를 검색하다가 피쉬 익스텐더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쉬 익스텐더는 미국의 수많은 크루즈 회사 중에서도 오직 디즈니 크루즈 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활동인데, 쉽게 말하자면 선물교환 놀이이다.

 

아래 사진은 흔한 디즈니 크루즈 객실 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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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문이 원래는 깔끔한 흰색인데 자석으로 온갖 장식품을 만들어서 크루즈 여행을 하는 동안 자기 객실문을 이렇게 장식해두는 것이 일종의 풍습이다.

벼르고 벼르다가 떠나온 비싼 여행이고 대부분 어린아이들을 동반하는 가족여행이니, 이렇게 최대한 즐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문을 장식해두면 기다란 복도에 나란히 붙어있는 방 중에서 자기 방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실용성도 있다.

(그러나 너무 점잖은 우리 가족은 이전 크루즈에서 한 번도 이런 장식을 한 적이 없다 :-)

 

위의 요란한 장식 중에서 이렇게 생긴 것을 찾았다면 당신은 숨은그림찾기의 고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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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피쉬 익스텐더를 걸 수 있는 물고기 모양 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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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중에서 배의 왼쪽에 있는 방에는 물고기 모양, 오른쪽 방에는 해마 모양, 그리고 아주 비싼 컨시어지 룸 (호텔로 치자면 스위트룸 같이 넓고 호화로운 객실) 에는 불가사리 모양의 장식이 붙어  있는데, 원래는 여기에 빨래가방을 걸어놓거나, 가족간에 메모를  전달할 때 메모지를 꽂아둔다든지 하는 등의 용도로 쓰게 되어 있었는데, 2005년에 오하이오 주에 사는 데비 칫테스터(Debbie Chitester) 라는 아줌마가 처음으로 여기에 선물 가방 (피쉬 익스텐더) 을 걸어놓고 선물교환 놀이를 시작했다고 한다.

 

데비 아줌마의 마음을 내가 십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나도 처음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예약해놓고 기다리는 일 년 동안, 이 멋진 여행을 위해 무얼 준비하면 좋을까 늘 궁리했고, 이 신나고 재미난 이벤트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는 사람 누군가가 디즈니 크루즈를 간다고 하면 나의 경험과 노하우를 말해준다거나, 친하게 지내는 케빈네 가족이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갈 때는 랜야드 (카드 목걸이)를 직접 만들어서 선물하기도 했다.

 

피쉬 익스텐더 놀이는 이러하다.

페이스북 그룹에서 같은 날 같은 배로 크루즈를 떠나는 사람들이 온라인 모임을 만든다.

(다른 크루즈 선실에는 이런 물고기가 달려있지 않으므로, 피쉬 익스텐더 라고 하면 무조건 디즈니 크루즈 여행객만이 하는 활동이다)

열 가족 정도가 모이면 한 팀이 구성되고, 여행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나이, 성별, 객실번호,  가장 좋아하는 디즈니 캐릭터, (음식이나 다른 것을 조심하기 위해) 알러지 여부나 그런 것을 같은 팀 멤버끼리 공유한다.

위의 모든 사항을 고려해서 선물을 준비한다.

크루즈를 타고난 후에 객실을 돌면서 준비한 선물을 피쉬 익스텐더에 넣고 돌아온다.

내 방 문 옆에 걸린 피쉬 익스텐더에 배달된 선물을 열어보며 즐거워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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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 익스텐더 자체가 크기가 제한되어 있고 (아무리 커봤자 문 옆에 걸 수 있을 정도), 다른 여행짐도 많은데 선물까지 가지고 와서, 받은 선물을 들고 가야 하니 선물을 잘 정해서 준비해야 한다.

보통은 크루즈 여행 중에 유용하게 쓰이는 물건을 준비하는 것 같다.

선물은 돈을 주고 사기도 하고, 직접 만들기도 하는데, 디즈니 캐릭터로 장식하거나 포장하는 것이 기본 상식인 듯 하다.

구글 검색에서 fish extender gift 라고 치면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몇 가지 선물은 이러하다.

 

여행용 물티슈에 디즈니 크루즈 로고나 미키마우스 스티커를 붙여 장식한 것.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다보면 물티슈는 참 쓸모가 많은데, 주기에도 받기에도 비싸지 않아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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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집게에 디즈니 캐릭터 스티커를 붙여 꾸민 것인데, 배 안에서 수시로 물놀이를 하니 수영복을  화장실이나 베란다에 널어놓고 말릴 때 좋을 것 같다.

이것도 들고 가기에 무겁지 않고, 배 안에서 무척 유용하게 쓸 수 있으며, 정성은 가득하지만 실제 구입가는 무척 저렴하다.

빨래집게 한 셋트에 1-2달러 정도, 스티커나 장식 테잎도 몇 달러만 주고 구입하면 수십 개를 만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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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크루즈의 모든 배는 모든 항로에서 해적파티를 하는 날이 있는데, 밤에 선상에서 파티를 할때 손에 들고 흔들며 기분을 내라고 야광봉 (디즈니 캐릭터로 포장되어 더욱 좋다) 을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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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선물의 종류는, 배 안에서 있으면 무척 좋지만, 없어도 별 지장 없는 작고 가벼운 그 어떤 것이 적합하다.

 

맨처음 피쉬 익스텐더에 대해서 알게된 것은 이 블로그를 읽으면서였는데, 거기에 보면 솜씨가 대단한 사람이 여러가지 아기자기한 선물을 만드는 과정이 잘 소개되어 있다.

https://blog.naver.com/roorie83/221523852867

 

이번 크루즈는 크리스마스를 끼고 있어서, 선물교환 놀이를 하면 우리 아이들도 많은 선물을 받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사돈의 팔촌의 개나 고양이 까지도 선물을 챙기고,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여러 개의 선물을 하는데, 한 마디로 일년 내내 벌어서 크리스마스 선물값으로 다 쓰는 것처럼 보인다 :-)

그런 와중에 단촐하고 검소한 우리 부부에게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고작해야 두어가지 선물을  받으며, 다른 친구들이 받는 선물 공세를 지켜보아야만 했다.

(다행히도 그런 선물 공세를 심하게 부러워 하지는 않는 눈치이다 :-)

이번 피쉬 익스텐더 놀이로 모처럼 선물을 많이 받게 될테니 아이들이 더욱 즐거워 할 것이고, 그 와중에 다른 객실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다면 그것도 재미가 있을게다.

 

 

2019년 8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