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소식 01: 씨리즈 글 첫 편 :-)

소년공원 2019.09.10 23:13 조회 수 : 118

엊그제 깜짝 뉴스에 이어 집이 완성되고 이사를 들어가는 날까지 기록해둘 것도 많고, 가족 친지들에게 소식 업데이트도 할 수 있도록 새집소식 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할 계획이다.

--------------------------------------------------------

 

방금 다시 방문한 킵스팜 주택단지 홈페이지를 보니 지난 번에는 빨간색으로 묶여있던 17번과 18번 땅이 새로이 매물로 나왔고, 53번 땅은 진회색으로 팔렸다고 표시가 되어있다.

Screen Shot 2019-09-10 at 11.14.19 PM.jpg

일요일에 쓴 계약서가 효력을 발휘해서 공식적으로 이 땅이 우리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곧 우리집이 지어질 예정이다.

IMG_4477.jpg

 

두어달 전쯤에 친하게 지내는  A교수님이 나에게 꿈 이야기를 해주었다.

A교수님 댁으로 우편물이 배달되었는데 내 이름이 금빛으로 멋있게 적혀있어서, 이건 나에게 온 것이 아니라 소년공원 박사님께로 가야하는 우편물이라고 말하는 꿈이었다고 한다.

꽤나 두툼한 봉투에 멋진 필체로 내 이름이 적혀있는 것이 너무나도 생생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어서, 평소에는 대수롭잖게 여기는 꿈 이야기를 다 전해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 말을 듣고 혹시나 싶어서 생전 사지 않는 복권을 사다가 추첨일을 기다려보았으나, 꽝이었다.

A교수님은 복권이 실패한 이야기를 듣더니, 그 봉투 안에 든 것은 돈이 아니라 어떤 중요한 문서같았다고 한다.

직장에서 이미 더이상 승진할 수 없는 가장 높은 직급으로 승진을 했고, 부자 친척이 땅문서를 물려줄 일도 없는데, 나에게 올 중요하고 기분좋은 두툼한 서류가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에 과속으로 교통규칙 위반 범칙금 티켓을 받았는데, 이게 그거였나? 별로 기분 좋은 서류는 아니구만... 하는 일도 있었다 :-)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 집을 짓기로 하고 매매 서류에 싸인을 하면서, 이게 바로 그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사실, 지난 번 글에도 썼듯이, 나는 집을 사기 48시간 전까지만 해도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을 떠나 이사를 할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맨 처음 이 집을 살 때, 가능하면 살 수 있는 형편 내에서 가장 큰 집을 사서 은퇴할 때 까지 오래오래 살자고, 그래서 이사비용도 아끼고, 내 마음대로 고치고 꾸미면서 살자고 남편과 계획을 세웠기때문이다.

 

2005년 10월에 지금 집으로 이사를 들어오고 지금까지 이 집에서 생활을 돌이켜보면 늘 행복했고 운이 좋았다.

두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고 우리 부부가 직장에서 안정되게 자리를 잡고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이웃들도 좋은 사람을 만나고 집도 딱따구리나 박쥐나 너구리가 출몰하기는 했지만 어디 심하게 망가지거나 도둑이 들거나 하는 나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14년 살면서 이래저래 모은 살림이 너무 많아서 그 짐을 다 들고 이사를 가는 것은, 우리가 직장을 옮겨야 한다든지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메일 주소를 만들 때도 우리집 주소를 지메일 주소로 쓰기도 했다.

 

새 집으로 이사할 궁리를 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코난군이 큰 방을 가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에서는 차고 위에 방을 얹는다든지 하는 증축을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증축을 해볼까 싶어서 알아보니 시청에서 허가를 받은 후에 차고를 아예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하니,비용이 많이 뛰고, 난방 등등 불편하거나 전기세 많이 올라감과 동시에, 공사 중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할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다.

 

다음으로 이사를 고려해볼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옆집이 우리 생각보다 좋은 값에 팔린 것이었다.

우리 옆집에 살던 론과 조앤 부부는 더이상 노쇠해진 몸으로 단독주택 관리를 하는 것이 힘들어서노인들을 위한 주택시설로 입주를 하려고 살던 집을 내놓았는데, 우리 생각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리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그 집과 비슷한 연령에 비슷한 크기의 우리집도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한 값으로 팔리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30년이 넘은 이 집을 지금 팔면 좋은 값에 팔 수 있지만, 원래 예정대로 20-30년을 더 살고 나간다면 그 때는 너무 오래된 집이라 헐값에 처분해야만 할 것이다.

코난아범이 나보다 조금 더 많이 이사를 고려한 것은, 집안팎으로 점점 손봐야할 것들이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째 씨를 뿌리고 보살펴도 잔디는 큰 나무의 그늘 밑에서 햇볕을 못받아서 좀처럼 싱싱하게 자라지 않고, 너무 큰 나무들은 강풍에 부러져서 지붕이라도 무너뜨릴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해마다 치르는 딱따구리와의 전쟁도 피곤했다.

남편도 이제 오십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으니 주말마다 봄여름이면 잔디를 깎고, 가을이면 낙엽을 긁어 치우고, 겨울이면 눈을 치우는 마당일이 힘들어질 때도 되었다.

나무가 많은 집에서 충분히 살아봤으니 이젠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무 없는 마당 집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 짓는 집은 주택단지가 이제 막 조성된 곳이어서 마당에 큰 나무가 하나도 없다 :-)

잔디를 깎다가 바깥으로 드러난 나무뿌리에 기계가 걸려서 덜컹거릴 일도 없고, 갈퀴로 낙엽을 긁어모을 일도 없다!

바로 뒷마당에 나무는 없어도 길건너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산림욕을 하는 것만큼이나 숲속 향기를 호흡할 수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

 

이런 어른들의 계산과 속사정을 모르는 코난군은 혼잣말처럼 말하기를 "나는 그냥 내 방이 지금보다 컸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인데, 엄마 아빠는 진짜로 새 집을 사서 이사를 하는구나!" 했다 :-)

일요일 오후 시간을 집계약하는데에 다 쓰고 - 집의 세부적인 설계를 미리 정해야 그에 맞게 터파기 공사부터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생각하고 비교하고 결정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 집에 돌아오니 무척 피곤했다.

그런데 마침 코난군이 오늘 새 집을 사는 계약을 했으니 그걸 축하하는 의미로 외식을 하자고 했다.

그래, 너를 위해 집도 사는데, 그깟 외식은 왜 못하겠느냐 ㅎㅎㅎ

동네에서 오며가며 앞을 지나치기만 했던 멕시칸 레스토랑으로 갔다.

Unknown.jpeg

여느 멕시칸 레스토랑이 그러하듯 칩과 살사가 무제한 무료로 제공되고...

IMG_6782.jpg

레스토랑 외관이 허름해서 별 기대를 안했는데, 사장님과 일하는 직원 모두가 멕시코 사람인 듯 보였다.

음식맛도 아주 좋아서,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접시가 깨끗하게 비워진 상태...

IMG_6783.jpg

코난군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너를 너무 사랑하나봐. 네가 큰 방이 갖고 싶다고 해서 새 집도 사고, 네가 외식하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외식도 하고... 그런데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마. 너한테서 보답을 바라고 이렇게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아니고,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해서 그런거니까. 그냥 우리가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것만 기억해줘!"

 

라고...

참...

내가 했지만 너무 멋진 말 아니었나 몰라? ㅎㅎㅎ

 

 

2019년 9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