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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중에 사브리나 라는 작품이 있다.

이 영화가 시작하는 첫 대목에서 별볼일 없는 운전기사의 딸인 사브리나가 아버지가 근무하는 부잣집을 방문하면서 그 집의 구조를 소개하는 장면이 있다.

"그 집이 얼마나 부자였나 하면... 실외 수영장과 실내 수영장이 딸려있고, 실외 코트와 실내 코트가 딸려 있었지..."

이런 대사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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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종족 (테니스 광 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아예 그렇게 타고난 종족이라는 뜻으로 내가 지은 별명이다 :-) 인 남편과 연애시절에 함께 본 영화였는데, 사브리나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부잣집의 두 아들과 삼각관계에서 어떤 러브 스토리가 이어지는지 보다도 인도어 아웃도어 테니스 코트가 더 뇌리에 박혀 기억에 남아있다.

(위 사진이 바로 실내 테니스 코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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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종족은 자기들끼리 어울리는 기회가 많아서 - 그래야 함께 테니스를 즐길 수 있으니 - 나도 그들과 어울릴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그 중에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기 집에 야외 테니스 코트를 소유하고 있기도 했다.

조지아에서도 그랬고 버지니아에서도 그랬다.

우리도 넓은 땅에 집을 짓고 테니스 코트도 지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 처음에 배수가 잘 되는 토양층을 만들고 평평한 표면의 코트를 만드는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하지만, 그 후에도 계속해서 풀이나 나무 뿌리가 자라나서 코트 표면에 균열을 만들어 내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도 노력과 비용을 아주 많이 요구하는 일이라서 일찌감치 포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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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차라리 실내 코트를 가지고 있는 것이 관리하기가 더 수월하다.

나무뿌리가 자라서 코트를 침범하거나 비바람에 표면이 상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트 면적에 더해서 공이 바깥으로 나가면 따라가서 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필요하고, 또 충분히 밝은 조명 시설도 있어야 한다.

집 안팎에 테니스 코트가 없으니 남편은 가까운 공원이나 대단지 아파트가 소유한 코트에 가서 테니스를 친다.

아래 사진은 그 중에서 코난아범과 코난군이 자주 공을 치러 나가는 어떤 아파트에 딸린 코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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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오른쪽에는 아파트 수영장이 보인다.

코트 윗쪽의 진회색 사각형은 농구장이고 그 위로는 주택들이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테니스를 치다가 잠시 쉬면서 저 주택을 쳐다보면, '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코트가 가까워서 참 좋겠다' 하는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라켓과 수건과 마실 물을 바리바리 챙겨서 차를 타고 와야 하는 곳이지만, 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런 준비없이 라켓만 들고 와서 언제라도 테니스를 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제 새 집으로 이사를 가면 더이상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집 뒷마당에서 고등학교 테니스코트가 건너다 보일 정도로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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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우리집이 들어설 자리이고, 노란 선을 따라 걸어가면 천천히 걸어도 1-2분 내에 테니스 코트까지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조명 시설이 되어 있어서 밤에도 경기를 할 수 있고, 공립 고등학교 시설인 만큼 지역사회 주민이 사용하는 것이 허락되어 있다.

남편과 친한 테니스 종족 중에 쌍둥이 아빠 에드리언을 우연히 만나서 우리 가족의 새집으로 이사소식을 알려주니, 가장 첫 마디가 "그 집, 고등학교 테니스 코트 옆에 있는 그 주택단지 아니야?" 였다.

"그래, 맞아! 코난아범이 그 집을 사게된 큰 동기 중에 하나이지 :-)" 라고 대답해주었다.

내가 두툼하고 기분좋은 서류봉투를 받는 꿈을 꾸어준 A 교수님도 테니스 종족이라서, 아마도 우리 이사 소식을 듣자마자 이 코트를 가장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새 집으로 이사하면 낙엽 긁을 시간이 남고, 나무와 잔디 관리를 하던 시간이 남으니, 가까운 고등학교 코트에서 테니스 종족들이 자주 모일 것 같다.

경기를 마치면 우리집에 와서 시원한 음료라도 한 잔씩 나누며 테니스 이야기 꽃을 피우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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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코난군의 중학교 까지 이어지는 통학로를 그려보았다.

평평한 길이라서 걸어가도, 자전거를 타고 가도, 힘들지 않은 길이다.

중학교 건물 현관문을 들어서기까지 천천히 걸으니 9분이 걸렸다.

3년 후에 고등학교로 올라가게 되면 등굣길은 더 단축되어 5분이면 충분하다.

학교에 다녀와서 아빠와 함께 테니스를 치러 갔다가, 돌아와서 씻은 후에 바이올린 레슨을 받으러 갔다 오는 그 모든 동선이 몇 분 안에 있으니, 정말 좋은 위치이다.

 

 

2019년 9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