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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 남편이 우수강의상을 받은 것을 축하한다며 동료의 부인이 직접 키워서 선물해준 양란이다.

집에 두면 밤에나 잠시 볼 수 있고 바빠서 물주는 것을 잊어버릴 수 있으니 내 연구실에 가져다 놓았다.

연구실에서 내가 물을 마실 때마다 조금 남겨서 부어주니 며칠 후에 꽃봉우리가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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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꽃이 진짜인가 조화인가 싶을 정도로 화려하고 고운 꽃의 빛깔은 전혀 바래지 않고 시들지도 않고 오래 버텼다.

그리고 여름 방학이 되면서...

집으로 화분을 가지고 오는 것을 깜빡 잊어버렸고, 그 사이에 한국에서 오신 시댁 가족들과 장거리여행을 다니고, 여름 학기 온라인 강의를 집에서 하고, 그렇게 여름 방학이 거의 다 끝나고 출근을 하루 앞둔 전날 밤에서야 이 화분이 생각났다!

다음날 오랜만에 출근하면 틀림없이 시들어 죽어있으리라 생각했다.

늘 식물을 키우다가 죽게 만드는 일이 이어졌으므로 꽃에게, 그리고 선물해준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놀랍지는 않았다 :-)

 

그런데!

다음날 출근해서 연구실 문을 몇 달 만에 열어보니, 죽기는 커녕 꽃잎 하나 떨어지지 않고 잘 살아 있었다!

아무리 양란은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고는 하지만, 족히 두 달은 넘는 기간 동안에 돌보는 이 없이도 잘 살아있는 것이 고맙고 기특했다.

다시 출근을 하면서부터는 아무리 못해도 (주말 동안에 출근을 안하더라도) 사흘 안에는 들여다보고 물을 줄 수 있으니, 지금까지도 잘 살아 있다.

여름 동안에 햇빛이 비치는 창쪽으로 식물이 기울어진 것을 빼면 - 그래서 이제는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 도대체 저 꽃은 언제나 시들까 싶을 정도로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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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면 꽃을 더 피우려고 봉우리가 여러 개 새로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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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도 길게 자라난데다가, 끄트머리에 새로운 가지를 뻗어낼 촉이 자라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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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아홉달째 꽃을 피우고 있는 대단한 양란이 신기해서 기록한다 :-)

 

2019년 10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