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중환자병동 견학 수업

소년공원 2019.10.11 15:24 조회 수 : 91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이번에 난생 처음 가르치게 된 [의학적 관점에서 본 유아특수교육] 과목의 수업이 있다.

두꺼운데다 의학용어로 가득찬 두꺼운 교과서에 밑줄을 그어가며 마치 내가 학생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 강의 준비를 하고 가르치고 있다.

어제 저녁에는 수업 대신에 로아녹에 있는 큰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 병동 견학을 했다.

사투를 벌이는 아기 환자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가족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정장을 갖추어 입고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달라는 당부를 받은데다, 퇴근시간의 교통지체가 우려되어서, 학생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시간 여유를 많이 두고 미리 출발하고, 병원에 도착해서는 점잖고 어른스럽게 행동하라고...

 

나역시 견학에 늦지 않기 위해서 구글 지도가 예상하는 운전 시간보다도 40여분을 먼저 출발했으나...

우리 학교에서 로아녹까지 가는 큰 고속도로는 사고라도 발생했는지 한없이 막혀서 나자신이 10분 가량 지각을 하고 말았다.

다른 학생들도 운전 경로가 나와 비슷하니, 대부분 나와 비슷한 시간에 도착을 했고, 나는 정장에 구두를 신은 채로 우왕좌왕 뛰어다니며 큰 병원 건물 안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서 어느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지 찾으며, 또 주차장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의 문자에 답하느라, 점잖고 어른스러운 행동은 커녕 정신건강이 좋지못한 사람이 널뛰기 하는 형상을 마구 보여주었다 ㅎㅎㅎ

 

다행히도 우리를 안내해주기로 한 간호사 선생님도 업무 교대에 지장이 생겨서 지체가 되는 바람에, 모든 학생들이 도착한 다음에 견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열 다섯 명의 학생들과 나까지 열 여섯 명의 무리가 병동을 휘젓고 다니면 아기 환자들에게 좋지 않다며, 네 명씩 네 그룹으로 나누어 견학을 하니, 늦게 시작한 견학 수업이 모두 끝난 시간이 8시 30분이었다.

다시 우리 동네로 운전해서 귀가하니 9시 30분...

너무 피곤해서 원래 가기로 했던 다음날 출장을 내맘대로 제껴버렸다 :-)

같이 가기로한 동료 교수가 변심해서 나혼자 가야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는데, 고속도로 정체를 뜷고 견학 수업을 너무 늦게 마친 것은 아주 좋은 변명거리가 되었다.

 

원래는 금요일인 오늘 우리 학교는 하루 동안의 가을 방학이라서 수업이나 회의 등의 일정이 하나도 없고, 나는 샬롯츠빌 (우리학교에서 2시간 40분 운전해 가야 하는 거리) 에서 있는 웍샵에 동료와 함께 참석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웍샵이 아침 9시 30분 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등교를 늦게 하는 둘리양은 친구 주주네 집에 데려다 주어서 주주와 함께 등교를 부탁해놓고 나는 샬롯츠빌로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엄마의 바쁜 일정은 상관없고, 친한 친구와 아침 댓바람부터 함께 놀다가 함께 등교한다는 사실에 신이난 둘리양을 실망시킬 수 없어서,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둘리양을 주주네 집에 내려주고 나는 우리 학교 연구실로 출근을 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교수도 출근한 사람이 몇 안되어서 아주 조용하다.

밀린 시험과 과제물 채점을 하고, 인터넷으로 한국 티비 방송도 보고, 차도 만들어 마시고...

오랜만에 여유있고 조용한 시간을 즐겨서 행복하다 :-)

 

어제 견학했던 신생아 중환자 병동에서 기념품으로 나누어준 미숙아 전용 기저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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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은 기저귀가 헐렁할 정도로 어제 들여다보았던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 환자들은 아주 작았다.

내 엄지 손톱만한 손과 엄지 손가락 한 마디 만한 발에는 하루에 수십번씩 검사와 치료를 위한 바늘을 찌른다고 했다.

아직 젖병을 빠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아기들의 영양 공급은 콧속으로 관을 넣어서 하고 있었는데,그 영양공급 튜브는 빨대라기 보다는 이불을 꿰메는 정도 굵기의 실에 가까웠다.

그 가느다란 관에서 병아리 눈물 만큼씩 들어오는 분유를 먹고, 위의 손수건 보다도 더 작은 기저귀에 배출을 하는 작고 가녀린 아기들은, 의료진의 노력으로 건강해져서 퇴원하는 경우도 많지만, 한두가지 이상의 질병이나 장애를 가지게 되어, 생후 2-3년 안에 우리 학생들 - 그 때에는 졸업해서 특수교육 교사가 된 - 을 만나게 된다.

미래의 학생들을 미리 만난 나의 현재 학생들은 뜻깊은 실습이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이 과목을 또 가르치게 될텐데, 그 때는 아예 두세시간 일찍 견학지로 모이라고 해서 병원내 카페에서 환담회를 가지다가 견학을 시작하도록 하든지 해야겠다.

 

 

2019년 10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