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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난지 12년이 된 코난군.

지난 12년 동안에 건강하고 착하게 잘 자라서 고맙다.

진심으로, 다른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자라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마음이다.

그런데 연말 보너스도 아니고, 건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 더해서 누구에게나 칭찬받는 성품을 가졌고, 무엇이든 빨리 잘 배우는 능력을 가졌고, 심지어 얼굴도 잘 생겼으니 (ㅋㅋㅋ), 나는 완전히 복권 당첨된 것만큼이나 운이 좋은 엄마이다.

이렇게 흡족한 아들녀석이 24시간 지속 파티를 원한다고 하니, 그 정도 소원은 당연히 들어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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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 구하기 힘든 동네에서 십오년을 살면서 익힌 요리 솜씨를 발휘해보려고 했지만, 코난군이 생일날 저녁에 친구들과 먹고 싶은 음식은 치즈 핏자와 오레오 쿠키 아이스크림 케익이라고 했다 :-(

사실, 미국인 아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별로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코난군이나 둘리양 친구들을 불러서 밥을 해먹일 때마다 느끼는데,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노는 것이 중요하지, 무얼 먹고 무얼 마시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어찌 보면 분주하게 부엌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지만, 그래도 모처럼 아들의 생일상을 거나하게 차려주고픈 내 욕심이 좌절당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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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기심 보다도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니, 마트에 가서 24시간 동안 먹일 네 끼의 식사와 음료와 간식 거리를 구입했다.

냉동 핏자, 냉동 감자튀김, 등등 냉동 식품을 데우고, 그래도 베이컨과 와플은 직접 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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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도 내용이 부실하긴 해도 내가 직접 만들었으니 어느 정도 엄마의 정성이 담긴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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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 7시에 우리집에 모여서 저녁 식사를 하고 케익을 나눠먹고, 밤에 거실에서 영화를 보고 놀다가 자고, 다음날 아침, 점식, 저녁밥 까지 먹으면서 24시간 동안 놀다가 조금전에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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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들이 보통 하는 생일 파티는 볼링장이나 극장 같은 곳에서 조금 놀다가 거기에서 제공되는 음식과 케익을 먹고 헤어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열 명 정도의 친구를 초대해서 그런 파티를 두 시간 정도 하면 대략 150-20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코난군이 기획한 24시간 집에서 하는 파티는 넉넉하게 잡아서 100달러 정도 마트에서 장을 본 것으로 네 끼와 간식을 먹이고, 아이들은 영화를 보거나 당구를 치거나 각자 가지고 온 게임기나 전자기기로 게임을 하며 실컷 놀 수 있었으니 가격대비 성능이 아주 좋은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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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당구를 치면서 아이들은 마치 어른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 우쭐해 했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위스키 잔에다가 쥬스를 따라놓고 마시기도 했다 ㅎㅎㅎ

나도 그런 기분을 맞추어 주려고 크리스탈 잔에 알콜 없는 샴페인을 따라주어서 생일 축하 건배를하도록 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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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세 명만 초대하려고 했는데 (우리집 거실의 소파가 침대로 변신하는데, 거기에서 잘 수 있는 최대 인원이 네 명이다), 다른 한 명이 자기가 초대받지 못한 것을 알고 속상해하며 울었다고 하길래 그 아이도 초대를 해서 손님 네 명, 우리 아이들까지 여섯 명의 아이들이 어울려 놀았다.

얌전한 아이, 천방지축 산만한 아이, 조용한 아이, 시끄러운 아이...

그 모든 아이들이 즐겁게 놀다 갔으니 만족스런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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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한다, 나의 아들!

 

 

2019년 1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