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많은 한국의 어린이들은 나뭇꾼이나 산신령이 나오는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지만, 미국의 어린이들은 해적 이야기를 우리 나라 나뭇꾼 이야기만큼이나 자주 듣고 읽으며 자란다.

디즈니 고전적 명작인 피터팬도 후크선장이 지휘하는 해적선이 중요한 배경으로 나오고, 그 밖에도 디즈니 티비 시리즈 중에는 해적을 주인공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제법 많다.

디즈니 월드 놀이공원에는 캐리비언의 해적 이라고 하는 놀이기구가 있는데, 배를 타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 한 바퀴를 돌아보는 동안에 해적 캐릭터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간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놀이기구가 인기를 끌자 디즈니 영화사에서는 아예 캐리비언의 해적들 이라는 영화를 씨리즈로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니 디즈니 크루즈 항해에서 해적파티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은 낮에는 캐스트어웨이키에서 놀고, 저녁에는 해적복장으로 식사를 하고 선상에서 벌어지는 해적파티에도 참석하는 날이었다.

그 모습 그대로 캐리비언의 해적들 영화에 출연해도 될 만큼 요란하고 대단하게 해적 분장을 한 가족들도 많았지만, 우리 가족은 그냥 배에서 나눠준 두건만 둘렀다.

아무래도 나뭇꾼의 나라 출신이라 해적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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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복장을 하고 디너를 먹는 동안에 사진사가 또다시 테이블을 돌면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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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예쁜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어서 이번에도 무제한 파일로 받는 옵션으로 사진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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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시가 다 되어서 선상에서 있었던 해적 파티에서는 춤과 노래 공연이 이어지고 모두가 신나게춤을 추기도 하고 마지막 마무리로는 선상 불꽃놀이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너무 피곤해서 그랬는지 어두워서 그랬는지, 파티에서 찍은 사진은 모두 촛점이 안맞게 찍혀서 여기에 올리지 않기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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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크루즈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이틀 연속으로 캐스트어웨이키에 배를 대고 내려서 놀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날 밤에는 캐스트어웨이키 부두에서 배를 뗐다가 다음날 아침에 다시 배를 대었다.

이 섬에는 다른 배는 들어오지도 않고  섬 안에 다른 사람이 사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밤에는 배를 바다에 따로 띄웠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전날밤 선상 불꽃놀이를 하려고 그랬나 짐작해보기도 했다.

이 날도 간간이 비를 뿌리는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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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마 치고는 서늘한 기온이지만 애팔래치아 산맥 자락의 겨울 날씨에 비하면 한여름같이 느껴져서 우리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에 들어가서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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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해가 심하게 비추지 않아서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배에서 내리는 곳과 바닷가에서도 사진사가 다니면서 이렇게 사진을 찍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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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도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바닷가 놀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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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타는 둘리양은 속도가 느려서 아빠가 뒤따라 오면서 경호를 해주었고,  코난군과 나는 페달을 마음껏 씽씽 밟으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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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멋진 장식이 나오면 서로 사진도 찍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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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연 그대로의 모습도 이미 멋있는데 디즈니 테마공원 처럼 이렇게 곳곳을 꾸며두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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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를 한 바퀴 돌고 난 다음에 아이들은 바닷물에 얼른 들어가고 싶어했지만 나는 자전거를 더 타고 싶어서 남편과 아이들을 해변으로 먼저 보내고 혼자서 섬을 두어바퀴 돌았다.

도중에 비가 내리기도 했는데, 비를 맞으며 열대식물이 우거진 길을 자전거로 달리니 아주 신기한기분이었다.

카리브해의 섬이 아니었다면 12월에 비를 맞으면서 자전거를 탈 일이 나에게 결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비탈길이 많은 우리 동네에서는 12월은 커녕 날씨가 좋은 봄가을에라도 나는 자전거를 탈 생각을 하지 않는다 :-)

훈풍을 맞으며 간간이 비도 맞으며 아무도 없는 - 이틀째인데다 날씨가 쨍쨍하지 않아서 이 날은 더욱더 섬이 한산했다 - 한적한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데 간간이 열대림 사이로 푸른 카리브해 바다가 보였다.

나혼자 한 시간 정도 자전거 드라이브를 하면서 진정한 휴가를 만끽했다.

 

아이들은 튜브위에 흰 모래를 끼얹어놓고 도넛이라며 깔깔거리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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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와 플로터 (물에 뜨는 매트), 그리고 스노클링 장비는 이틀 패키지로 지불해서 이틀 동안 무제한으로 대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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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플로터를 바다 위에 띄우고 그 위에 누워서 유유자적 떠있었는데 그것 또한 신선놀음 하는 듯 휴가 기분을 제대로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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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이 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바다가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코난군이 아빠와 함께 타려고 예약했던 바나나 보트가 취소되었다.

둘리양은 아직 만 8살이 되지 않아서 예약이 안되기 때문에 나와 남기로 하고 코난군과 아빠만 둘이 타보라고 예약을 해두었는데 그게 취소되어서 돈은 굳었으나 코난군이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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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도 점심을 해변에서 먹고 더 놀다가 느지막히 배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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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오르려고 하는데 코난군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스티치가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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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치의 원래 정체는 하와이에 불시착한 외계인인데, 하와이 원주민 아이, 릴로네 가족을 만나 함께 살게 되면서 개, 고양이, 쥐를 적절히 섞어놓은 것 같은 이런 모습을 유지한다 :-)

릴로와 스치티 애니메이션은 하와이를 배경으로 삼아서 (모아나도 그렇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그래서 디즈니 크루즈에서 더욱 사랑받는 캐릭터인 것 같다.

지난 5월에 한국에서 온 고모와 삼촌이 두 아이들에게 각자 커다란 스티치 인형을 사주어서 이번 크루즈에도 잘 때 안고 자려고 가지고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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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각별한 캐릭터이니 가족사진을 함께 찍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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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날은 크루즈의 마지막날 그것도 저녁 시간이라서 사진사들이 나오지 않고, 승객들이 각자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 했다.

전문 사진사는 없어도 캐릭터 경호원 직원이 있어서 다함께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배 안팎에 수시로 출몰하는 캐릭터는 복장때문에 거동이 불편하고 시야가 완벽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닌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인 펭수가 언제나 매니저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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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크루즈의 마지막 날이 저물어갔다.

 

 

2020년 1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