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비상시국 생활기 :-)

소년공원 2020.03.21 16:24 조회 수 : 3238

어른들의 학교가 휴교를 하고 며칠 뒤, 아이들의 휴교령이 내린지 일주일이 지났다.

나라가 시작한 이래로 이런 일은 처음이다보니, 모든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고 모든 문제에 답은 정해지지 않은 그런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처럼 방역 관련 법안이 마련되어 있다거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하는 정부와 의료체계가 없다보니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내 개인의 삶과 우리 가족의 생활은 지난 한 주간 동안 비교적 평온하고 무사하게 지나갔다.

남편과 내가 수업은 온라인으로 하고 다른 업무도 이메일이나 화상회의로 하고 있는 덕분에, 아이들을 집에 데리고 있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해서이다.

아이들 학교가 속한 교육청 -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청 - 에서도 제법 일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휴교령이 내리기 전부터 진작에 거의 매일 현재 상황을 업데이트해서 알려주었고, 휴교령이 내리고나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찾아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매일 학교버스로 배달되는 아이들의 점심 식사이다.

아이들이 평소에 버스를 타는 시간으로부터 네 시간이 지난 시각에 평소에 버스를 타던 정거장에 평소에 타던 버스가 와서 아이들 점심을 나누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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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군이 아침 7시 25분에 버스를 타는 곳에 아침 11시 25분이면 그 버스가 도착한다.

 

원래는 소득수준에 따라 공짜로 점심을 먹는 아이가 있고, 할인된 가격으로 사먹는 아이가 있고, 우리 아이들은 제값을 내고 사먹거나 집에서 엄마가 준비해주는 도시락을 먹는다.

하지만 비상시국에 누가 어떤 가격으로 점심을 사먹는지 확인하는 것은 너무 복잡한 일이고, 또한 급식을 준비하는 직원들은 이 일이 없으면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되니, 음식을 충분히 준비해서 소득수준에 상관없이누구라도 공짜로 점심을 받아서 먹도록 했다.

원래 타던 버스 정거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점심을 받을 수도 있고, 중학교 버스로부터 초등학생이, 초등학교 버스로부터 중고등학생이 점심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누구, 어디, 구별없이 아무나 버스 정거장에 서있는 초중고 학생이라면 점심을 받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원칙이다.

이 얼마나 간단하고 아름다운 원칙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고 버스 정거장마다 시간을 달리해서 나가서 수십인 분의 음식을 받아오려 한다면 그것이 가능한 맹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각자의 양심에 맡기고 - 학교 급식이 그렇게까지 욕심을 낼만큼 맛있거나 비싼 것이 아니다ㅎㅎㅎ - 지역사회 아이들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것은 교육청 혹은 다른 공공기관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할,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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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메뉴는 봉지에 담아서 아이들이 받아갈 수 있는 것이어야 하니, 빵이나 냉동식품, 밀봉된 과일이나 야채, 그리고 팩에 든 우유 정도이다.

냉동식품은 그냥 먹어도 될 정도로 해동이 되어 있지만 원하면 데워서 먹으라는 쪽지가 동봉되어 있다.

받아서 2시간 안에 먹지 않으려면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하라는 당부도 써있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정한 시간표에 따라 공부시간과 쉬는시간을 구분해서 따르고 있는데, 점심을 받으러 나가는 시간이 3교시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로 한 시간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

무료 점심이 아이들의 규칙적인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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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엄마를 둔 둘리양의 베스트프렌드 주주는 지난주 내내 -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 우리집 가정학교에 동참하고 있다.

무료 학교 점심이 없었다면 우리아이들까지 세 명의 아이들 (더하기 남편과 나자신) 밥을 준비하느라 시간을 빼앗겼을 것이다.

3교시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은 산책삼아 버스 정거장으로 나가서 점심을 받아오고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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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온이 높아서 베란다에서 소풍처럼 점심을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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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공짜 점심의 장점은 이렇다:

1. 아이들의 규칙적인 생활을 돕는다.

2. 매일 학교 버스를 만나면서 휴교 기간에도 학교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학교 버스는 학교 컴퓨터에 문제가 있으면 고쳐서 배달을 해준다거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배달하기도 하고, 또 평소에 늘 만나던 교직원과 안부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3. 부모의 재택근무를 돕는다.

4. 교육청 관내 아이들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학교 급식이 없으면 굶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다.)

거의 매일 날아오는 교육청 소식 이메일에 의하면 하루에 5천여 명의 아이들이 무료 점심을 먹고 있다고 한다.

나는 어쩐지, "아이들" 에게 무료로 "밥" 을 준다는 것은 인류를 위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

 

학부모들끼리도 도우면서 살고 있다.

주주의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하고 따로 살고 있지만, 양육권은 공동으로 행사하고 있어서 주주가 우리집에 와서 지내는 것에 대해 함께 의논하고 소식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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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거의 매일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게 되니 주주의 아빠와 엄마는 내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주주가 둘리양과 함께 있기 때문에 내가 오히려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주주가 없었다면 둘리양이 심심하다며 나에게 칭얼대거나, 오빠인 코난군과 다투는 일이 자주 생겼을테지만, 주주 덕분에 둘리양은 하루 종일 행복해서 내가 재택근무를 하는데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주일의 중간인 수요일은 주주네 엄마가 고용한 무용선생님이자 베이비시터인 16살짜리 고등학생 언니네 집에 가서 하루를 보내고 오기 때문에 나는 수요일은 모처럼 학교에 출근해서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업무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수요일에 코난군은 바이올린 레슨이 있고, 아빠와 함께 나가서 테니스를 치기로 했다.)

16살 언니야는 주주엄마가 얼마나 지불하는지는 모르지만, 10시간 동안 주주와 둘리양을 데리고 있으면서 무용연습도 시키고, 책도 읽어주고, 요리, 미술, 게임, 산책, 등등 무척이나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어제 목요일에는 아침에 누가 집을 보러 오겠다고 해서 온가족이 도서관에 가있으려고 집을 나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도서관이 문을 닫아버렸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나 커피샵도 의자를 다 치워버려 음식을 픽업해서 사가는 것만 가능하게 되어서, 아이들 세 명을 데리고 우리 부부가 갈 수 있는 곳이 근처에 없었다.

할 수 없이 30분을 운전해서 내 연구실로 피난을 했다.

다행히 출근한 사람이 거의 없어서 남편과 코난군은 내 연구실에 자리를 잡고, 두 소녀들은 우리학과 조교들이 사용하는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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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연을 들은 주주 아빠는 이제부터 주주 편으로 자기집 열쇠를 보낼테니, 다음에 집을 보여주기 위해서 집을 비워주어야 할 때는 주저말고 자기집에 와있으라고 했다.

집안에 와이파이 비번도 써두겠다고도 했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니, 수업에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주주네 부모에게 부탁해서 가져다 달라고 하거나 사다달라고 하니 그것도 서로를 도울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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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미술 수업에 주주도 함께 데리고 가기로 했는데 필요한 사이즈의 캔버스가 집에 없어서 주주 엄마에게 사다 달라고 했던 날, 하필이면 누가 집을 보러 온다고 연락이 와서 우리가족과 주주는 부랴부랴 집을 비우고 나와있었다.

주주 엄마는 캔버스를 우리집 현관문 앞에 내려놓고 가면서 현재 우리집 상황을 사진으로 찍어서 알려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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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서 캔버스 앞에 놓인 것은 부동산 중개인들이 사용하는 열쇠 보관함이다.

비밀번호를 눌러서 박스를 열면 우리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가 들어있다.

 

금요일 오전에는 학과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교내에서 10명 이상이 모이는 모임은 금지하는 규칙을 따르기 위해 온라인으로 화상회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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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과에는 34명의 교수와 2명의 비서가 있는데, 그 모든 사람들과 사범대 학장까지 참석해서 37명이 동시에 접속해서 회의를 했다.

학장은, 온라인 강의 준비를 하느라 수고가 많다며 격려를 했고, 교육실습 지도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다른 대체 과제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다음주부터 시작할 온라인 수업은 그런대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지만, 곧 다가올 다음학기 수강신청을 위한 어드바이징은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할지 아득하기만 하다.

 

 

 

2020년 3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