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둘리양의 학교로부터 2주 분량의 수업 자료가 배달되었다.

첫번 재택 수업 결과물은 그전 주에 우편으로 선생님께 제출했고, 그 후 며칠간 다음 수업 자료가 배달되기 까지는 내가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서 출력한 자료를 가지고 공부를 하도록 했다.

마침내 학교에서 잘 짜여진 수업계획안과 자료를 받아드니, 무척 든든한 느낌이 든다.

 

오늘 월요일 아침에 이번 자료로 하는 첫 수업을 하다보니 담임 선생님께 문의할 것이 생겼다.

여차저차 해서 이러저러한 것이 궁금하다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둘리양과 주주의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참고로, 주주가 거의 매일 우리집에 와서 둘리양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는 것은 담임 선생님만 알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 함께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이 자기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실망하거나 화를 낼까봐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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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0분이 지나지 않아서 선생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내 질문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물론이고, 두 소녀의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다며, 자신은현재 집에서 다음 번 수업 계획안을 쓰고 있던 중이라고 했다.

반려견 새이디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며 아이들에게 인사를 전해달라고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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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개는 무슨 종인지 모르겠으나 (곱슬 털이 있는 것으로 보아 푸들이 조금 섞인...?) 덩치가 엄청 크다는 것은 알겠다 :-)

테크놀러지 덕분에 실시간으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을 수 있고, 보고 싶은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사진으로 교환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코난군은 주로 윗층에서 아빠와 함께 학교 과제 및 아빠가 주는 수학 문제를 공부하고, 나는 아랫층에서 둘리양과 주주를 데리고 공부를 시키면서 내 할 일을 하고 있다.

이 두 소녀는 2학년이지만 정신 연령이 무척 높아서 엄마가 짜준 시간표를 잘 지키면서 공부도 잘 하고 있고 쉬는 시간마다 뒷마당에 나가서 신나게 놀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에는 뒷마당이 넓은 집에 - 게다가 트리하우스와 플레이하우스 까지 있는 집! - 살고 있어서 무척 다행이다.

전해 들은 바로는 동네 놀이터도 다 폐쇄했다고 하니, 우리처럼 너른 마당이 없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뛰어놀 곳이 없어서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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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교시 수업을 마치면 점심을 타먹으러 학교버스 정거장으로 산책삼아 나간다.

미국에서는 학교버스 운전자가 교통경찰 처럼 규칙 위반 차량을 적발하는 권한이 있고, 그 벌이 무척 세기 때문에, 이렇게 노란 학교 버스가 정차하고 있는 주위로는 그 어떤 다른 차량도 속도를 내거나 추월해서 함부로 지나갈 수가 없다.

요즘 한국에서는 스쿨존 관련 교통 법규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아서 논란이 있다는 것 같은데, 차츰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인식도 법안의 세부사항도 조금씩 고쳐나가면 좋아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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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보따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웃집 꽃나무가 무척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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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하러 일부러 나갈 필요없으니 이것도 행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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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봉지에 담긴 점심밥을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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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양이나 주주가 먹기에는 한 끼 분량이 좀 많다.

우유 두 병, 바나나, 롤빵, 야채 한 줌, 데워먹으라는 쪽지 아래에는 치킨너겟이 들었고, 오른쪽 비닐 안에 든 것은 후식으로 먹을 케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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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너겟은 전자렌지에 1분간 데워서 먹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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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층에서 아빠와 함께 공부하던 코난군도 점심 시간에는 내려와서 함께 식사를 한다.

외동아이인 주주는 코난군과 둘리양과 함께 북적북적 하면서 함께 먹고 떠드는 것이 무척 즐거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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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네 부모와 나의 연합전선은 여전히 잘 가동되고 있어서, 지난 금요일에는 이런 문자를 주고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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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에 새 물건이 들어오는 오아시스 마트는 금요일을 놓치면 콩나물이나 파 등의 채소가 다 팔리고 없게 된다.

이 날은 금요일이었는데, 주주가 집에 가고나면 얼른 나가서 오아시스 마트에서 장을 보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주네 엄마가 "이제 퇴근하는 길이야, 곧 주주를 데리러 갈께" 하고 문자가 왔길래, "걱정말고 천천히 와, 아이들이 이제 막 저녁 밥을 먹기 시작했어" 하고 답장을 했다.

그랬더니, 주주네 엄마가 오아시스 마트에 들러서 장을 봐줄테니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문자로 보내라고 했다.

그러면 나는 따로 장보러 나가지 않아도 되니 좋고, 주주 엄마는 자기 장을 보면서 우리 것을 사다주면 그 동안에 주주가 저녁 식사를 마칠 수 있으니 두루두루 모두가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냉동 김말이 튀김이나 떡볶이용 떡을 영어로 설명하자니 좀 어려워서 인터넷으로 사진을 검색해서 보내주었다.

나중에 우리집에 와서 주주 엄마는 내가 부탁할 것 이외에도 아이들 간식거리나, 세일이라서 싸게 샀다며 이런저런 물건을 잔뜩 주고, 돈도 받지 않았다.

"우리 주주가 이 집에서 늘 밥을 먹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내가 사줘야지" 라고 말하면서...

입이 짧은 주주는 별로 많이 먹지도 않는다고 했더니, 그나마 우리집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 집에서 혼자 먹는 것보다 잘 먹는다며 더욱 고마워하길래, 나도 더이상은 돈을 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

 

월화목금요일은 내가 데리고 공부를 시키고, 한 주일의 중간인 수요일은 주주네 아빠 집에서 다소 느슨한 스케줄로 놀게 하는데, 둘이서 이러고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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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아니 미스 유에스에이가 더 적합한 대회일 듯... ㅋㅋㅋ

미인대회 수상자 사진처럼 보이는데, 주주의 옷장을 뒤져서 둘이서 깔맞춤으로 차려입고 이쁜 척을 하고 노니, 주주 아빠가 사진을 찍어준 듯 하다.

 

주주 아빠네 집은 거실과 지하실이 무척 넓어서 아이들이 요가나 체조를 하고 놀아도 충분한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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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양은 체조를 좋아하고 주주는 무용을 오래 배워서, 틈만 나면 이런 모습으로 논다.

이건 아마도 주주 엄마가 주말 저녁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산책하다가 찍은 사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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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사진은 동료이자 선배 교수인 리즈가 이메일로 보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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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김치볶음밥과 김치만두를 만들었다고 한다.

예전에 김치를 만들어서 나누어준 적이 있는데 그걸 이제서야 꺼내서 요리를 했나보다.

리즈는 예순이 훌쩍 넘은 선배이지만, 언제나 활기차고 열심히 일하는, 나에게 모범이 되는 특수교육 전공 교수인데, 작은 아들은 장가를 갔고 아직 장가를 안간 큰 아들과 함께 새로운 요리를 하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후라이팬에 만두를 익히다보니 좀 타기는 했지만, 그래도 만두를 빚은 솜씨는 이만하면 외국인 치고는 훌륭하다 :-)

 

 

2020년 4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