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렇게 많은 종이에 수십 번의 싸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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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자를 받아서 집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서류가 더욱 많은 것이다.

변호사가 보는 앞에서 직접 싸인을 해야 하고, 변호사도 이 사람들이 직접 싸인했음! 하는 도장을 쾅쾅 찍는 것이 과정이다.

이 여자 변호사는 마침 지난 주에 자기 부모님을 대신해서 집을 한 채 구매했는데, 아버지 대신 싸인한 번, 어머니 대신에 싸인 한 번, 그리고 아버지 아무개, 어머니 아무개를 대신해서 내가 싸인했습니다 하는 글귀까지 모든 페이지에 다 적어넣느라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다고 한다 :-)

우리는 남편과 내가 각기 싸인을 직접 했으니 그나마 싸인하는 일이 수월한 편이었던 것 ㅎㅎㅎ

 

변호사 사무실에서 서류에 싸인을 하는 일은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20분 정도 밖에 안걸렸다.

모든 싸인한 문서를 다시 복사하는 시간이 10분 정도 걸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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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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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서류에 싸인을 했으니 공식적으로 우리집이 된 새집으로 가서 공사총감독 존으로부터 집열쇠를 받았다.

스테잇슨 홈즈 회사에서 입주를 축하한다며 예쁜 화분과 선물꾸러미와 카드를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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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융자를 받은 금융업체에서도 자기네와 거래해주어서 고맙다는 표시로 50달러 짜리 스타벅스 상품권을 주었다.

융자를 내고, 집을 사고 파는 돈계산이라든지, 세금문제 확인이라든지, 오만가지 복잡한 일은 남편이 다 처리했지만, 남편은 스타벅스 커피를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로스팅한 커피가 훨씬 더 맛있기 때문) 상품권은 내 차지이다 :-)

곰과 왕서방의 착취 관계라서가 아니라, 남편과 나는 일생의 동지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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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이상 새집과 헌집을 구분해가며 기록을 할 일이 없으니 (우리집과 남의 집으로 구분되는 상황) 아마도 새집소식 씨리즈 글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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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이나 살았고, 이 집에서 두 아이를 낳았고, 조교수에서 정교수까지 승진도 했고, 앞뒷마당, 위아래층, 안팎 할 것 없이 구석구석 직접 손보고 단도리하며 살았던 정든 집과 작별 인사 차원에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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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의 15년간 내 삶을 돌아보면, 성장, 변화, 종종걸음, 외발자전거 타면서 저글링, 냉탕 온탕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기, 뜨거운 불판 위에서 팥빙수 먹기... ㅎㅎㅎ 등등의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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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행복했고, 무척 바빴고, 무척 정신없던 시절이 이 집과 함께 나를 떠나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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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크고 점잖은 새집에서는 포도주가 숙성되듯, 우아하고 고상하게, 격조높은 삶을 살아갈 것 같은 느낌도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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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이 집에서 마지막으로 아이들 친구들을 모두 초대해서 성대한 트리하우스 파티를 열었을텐데,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주주가 단독으로 오늘의 초대손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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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감히 말하지 못한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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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우리 이사 프로젝트에 코로나19 덕을 많이 봤다는 것이다.

남편도 나도 출근을 안하고 재택근무를 하니, 집을 팔고 사는 일을 다른 일로 쫓기듯이 하지 않을 수있었다.

게다가 아이들도 평상시였다면 오케스트라 연주회다, 체조 발표회다, 친구 생일파티다, 해서 엄청나게 동동거리고 돌아다녀야 했을 것을, 이리도 조용하게 지내니 이삿짐을 꾸리는 일과 여름학기 강의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시간과 정신이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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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덕분에 헌집이 천천히 팔려서 새집으로 이사하는 시기와 잘 맞은 것도 무척 잘 된 일이었고...

월급쟁이에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이라서 남편이나 내 월급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외출과 외식을 못하고 아이들 공짜 점심을 얻어먹으니 저축이 늘어나는 좋은 일도 생겼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늘어놓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예의가 아니니, 그만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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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