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불을 피우기 위해 나뭇가지를 열심히 주웠다.

평소에도 좋아하는 팝콘을 불에다 직접 튀겨서 먹기 위해서이다.

예전에 둘리양이 태어나기 전에 코난군을 데리고 캠핑을 갔을 때 이 팝콘을 사서 만들어 먹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캠핑 준비를 하면서 코난군이 이 팝콘을 또 사먹자고 해서 두 개를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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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집에서 사먹는 팝콘은 전자렌지에 가열하는 방식이지만 전기가 안들어오는 캠핑장에서는 이렇게 불위에 놓고 튀길 수 있도록 특별한 포장이 되어 있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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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위에 팝콘 그릇을 얹고 타지 않도록 계속해서 흔들어주면 어느 순간 은박으로 된 포장 윗부분이 부풀어 오르면서 팝콘이 튀겨지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더이상 팝콘이 튀는 소리가 나지 않으면 다 된 것이므로 포장을 열고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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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의 맛이야 거기서 거기로 다 비슷하지만, 캠핑을 와서 불을 피우고, 방금 튀겨낸 것을 먹으니 재미가 더해져서 더 맛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사실 캠핑이라는 활동 자체가 그러하다.

집에서도 늘 해먹는 밥이고 자는 잠이지만, 고작 하룻밤 잠자리를 마련하고자 시간을 들여서 텐트를 치고, 한 끼 식사를 공연히 고생고생하며 어설픈 취사 환경에서 어설픈 식사 준비를 하는 재미를 누리려고 캠핑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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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본 김에 구울 수 있는 것은 죄다 꺼내서 굽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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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사온 소세지 두 가지와, 집에서 가져온 쥐포를 구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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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원두커피를 내리자니 너무 준비해야 할 물품이 많아서 그냥 인스턴트 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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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과 소세지를 먹어서 배가 부르지만, 저녁 무렵에 비올 확율이 있어서 비를 맞기 전에 얼른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며칠 전에 82쿡에서 가마솥에 지은 밥 게시물을 읽었는데, 냄비밥을 지을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쌀을 씻어서 30분 정도 불린 다음 센 불에 밥이 끓을 때 까지 가열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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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끓으면 불을 낮추어 아주 약한 불에 물기가 잦아들 때까지 뜸을 20-30분간 들인다.

투명한 냄비 뚜껑으로 블루리지 숲의 나무가 울창하게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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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져온 야채와 소세지를 잘게 썰어서 버터나 식용유가 없으니 그냥 물을 먼저 붓고 다짜고짜 끓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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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덩어리를 넣고 끓여 카레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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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비가 오기 전에 식사 준비"만" 먼저 해두려고 했으나, 갓 지은 밥과 막 끓여낸 카레를 보니 식욕이 생겨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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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흘리며 뛰어놀아서 아까 먹은 소세지와 팝콘은 이미 소화가 다 되었으니 밥을 먹을 위장의 준비는 충분히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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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반찬도 없이 먹는 카레라이스 이지만 캠핑장에서 먹는다는 즐거움이면 충분히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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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캠핑 음식의 화룡점정, 스모어를 만들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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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엄 크래커 위에 초코렛과 구운 마쉬멜로우를 넣고 샌드위치 처럼 만들어 먹는 이 과자는 어마어마한 단 맛과 칼로리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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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이들이 스모어 먹기를 간절히 원하니 만들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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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라이스를 먹고난 후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텐트 안으로 들어가서 카드놀이를 조금 하다보니 다시 비가 그쳤다.

나무가 조금 젖기는 했지만 가지고간 휘발유를 뿌려서 다시 불씨를 살리니 스모어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만큼 다시 불을 피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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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어를 먹고난 후 귀신 이야기를 하고 놀다가 이를 닦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니 곧이어 또 비가 내렸다.

독립기념일 저녁인데 이리 비가 많이 내려서야 아마도 인근 불꽃놀이가 다 취소되었을 것 같았다.

텐트 안에서 자려고 누웠지만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마치 내 이마빡에 내려꽂는 듯 가까이들려서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한밤중에 화장실이 가고싶어 일어나니 랜턴을 들고 깜깜한 숲길을 더듬어 화장실을 찾아 가야 했다.

화장실 가까운 자리를 예약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은 불은 켜지지 않지만 수세식이어서 냄새가 나거나 지저분하지는 않았고, 이용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시끄럽지도 않았다.

다음에도 캠핑을 오게 되면 화장실 가까운 곳으로 오자고 했다.

다만, 전기는 없으니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가져서 좋으나 샤워가 없는 것은 제법 불편해서 새워장은 꼭 설치된 캠핑장을 찾아보자고도 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라면을 끓여서 아침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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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아침을 안먹는 나도 숲속에서 퍼지는 신라면 국물의 향기에 넘어가고 말았다.

샤워를 못해서 머리카락이 까치집처럼 된 코난군은 신라면을 먹고 국물에 밥도 말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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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를 하고 밤사이 비에 젖은 텐트를 접어넣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직도 점심 시간 전이었다.

너무 멀지 않고 너무 고생스럽지 않은 캠핑이었다.

집에 와서 씻고 점심을 먹고 아이들은 미술 수업을 받으러 보내놓고 나는 카페에서 아이들 수업이마치기를 기다리며 이 글을 쓴다 :-)

이제 애들 데리러 가야겠다.

 

2019년 7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