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유학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할머니 교수님이 내게 "네 노란 셔츠와 얼굴에 가득한 미소가 나까지 기분좋게 만들었어!" 하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저 늦은저녁 수업을 마치고 피곤한 두뇌와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려던 길이었을 뿐이다.

십 수년 전, 갓 임용되어 하루하루 강의 준비에 쫓기며 사는데, 가끔씩 컴퓨터가 애를 먹이는 설상가상의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 날도 애써 준비한 강의자료가 제대로 저장이 안되어서 쩔쩔매며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너는 어쩌면 화를 내어도 그리 기분좋게 화를 내니?" 하고 말씀하셨다.

읭?? 기분좋게 화내는 사람이 어디있담? 하는 얼굴로 엄마를 쳐다보았는데, 엄마 말씀이, 무언가 잘 안되어서 속상해 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 너머로 행복하고 기분좋은 모습이 보이더라고 하셨다.

어제도 학교에서 한국인 새댁 한 명을 만나 아이 키우는 일이며 장래 진로에 대한 의논을 들어주고 있었는데, 나더러 무척 행복해 보인다며 부러워했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누군가로부터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듣는 것은 두 가지 경우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는 사람...

아니면

내가 미쳐 깨닫지 못하는 순간마저도 행복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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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두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것만 해도 사실 행복한 일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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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들이 고집은 좀 부려도 학교에서 큰 말썽 안부리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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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테니스 코트에 나가서 함께 테니스를 치거나 야드 세일에서 고작 몇 달러 짜리 장난감을사주며 흐뭇함을 느낄 수 있으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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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나 가까이서나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는 것도 좋은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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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걱정 안하고 살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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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웃을 일이 가끔 있다는 것...

(교내 커피샵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한명숙 선생님이 멀리서 찍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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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여러모로 살펴보니 내가 행복하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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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스 교수와 학생들을 초대한 연회에서 총장님과 함께한 기념사진)

 

 

2017년 10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