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반 위의 엘프 요정

소년공원 2017.12.12 14:19 조회 수 : 177

2005년에 선반 위의 엘프 라는 동화책이 출판되면서 미국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새로운 풍습이 생겼다.

동화책 내용에 따르면, 단 한 명의 산타가 온 세상 아이들의 품행을 일일이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각 가정마다 엘프를 보내서 (엘프는 북극에서 살고 있는 요정족인데 산타를 도와서 선물을 포장하는 등, 산타의 조수 노릇을 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다.) 추수감사절이 끝나는 시점부터 크리스마스 전날 까지 매일 밤 북극으로 날아가서 산타에게 해당 아동의 품행을 보고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이 엘프는 천성적으로 개구쟁이 기질을 타고났기 때문에, 단순히 산타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일만 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모두 잠든 밤에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신나게 놀고, 다음날 아침이면 그 흔적을 남긴채 다시 인형으로 돌아가는 신기한 현상을 일으킨다 (고 책에 씌여있다.)

인형의 모습으로 돌아간 상태에서 사람이 엘프를 만지면 그 신기한 마법이 사라져서 밤에도 깨어나지 않게 되므로 아이들은 절대 엘프 인형을 만져서는 안된다고 하는데, 코난군이 어디선가 주워듣기로는, 만약에 엘프를 만졌다면, 엘프와 시나몬 스틱을 상자에 넣고 하룻밤을 두면 마법이 다시살아난다고 한다.

코난군이 엘프에 대해 처음 배운 킨더 학년부터 우리집에서도 엘프의 활약이 시작되었으니 올해가 4년째인 것으로 짐작된다.

작년부터는 둘리양도 본격적으로 엘프에 대한 지식을 확장한 덕분에 12월 내내 밤마다 엘프 인형을 들고 창의력을 쥐어짜는 일을 내가 담당하고 있다.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나처럼 밤마다 엘프 인형을 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엘프 아이디어에 관한 책도 나오고 인터넷에서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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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에 올해에는 머리를 덜 쥐어짜고도 아침에 아이들을 즐겁게 해 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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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군은 이빨 요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지만 산타와 엘프는 여전히 굳게 믿고 있어서, 필담으로 엘프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내가 학교에 간 사이에도 좀 움직여서 재미난 일을 만들어줄래?

하고 부탁하는 말을 써두었는데, 엘프는 단호하게, 낮에는 쉬어야 한다며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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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코난군은 엘프의 필체를 면밀하게 관찰한 다음, 엄마나 아빠의 필적과는 다르다는 결론을 내리고, 따라서 엘프는 실제로 존재한다는 믿음을 더욱 굳건이 다졌다.

어느 날엔가는 엘프가 자신이 움직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남겨놓기도 한 덕분에, 코난군의 믿음은 한층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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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둘이니 남자 여자 하나씩 해서 엘프 두 명만 거두면 될 줄 알았으나, 코난군의 친구 하나가 코난군에게 뜬금없이 엘프 인형 하나를 주는 바람에 세 명이나 되는 엘프의 거취를 마련하느라 추가 고생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더해서 오빠는 엘프 인형이 둘인데, 자기는 하나 밖에 없으니 불공평하다며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자 엘프 인형을 하나 더 선물해달라고 둘리양이 산타에게 편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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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에게 듣자니, 그나마 나는 형편이 나은 편으로,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밤사이에 엘프 인형을 물고 뜯어서 부모가 애써 준비한 엘프의 마법 현장이 훼손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내년 이맘때면 5학년인 코난군이 엘프의 실체를 깨닫고, 동생을 위해 직접 엘프쑈를 준비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2017년 1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