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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디즈니 크루즈 출발일까지 88일이 남은 날이다.

위의 사진은 아이폰 앱에서 매일 매시간 카운트다운 하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이 디즈니 크루즈 앱은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서 설치할 수 있는데, 출발하기 전까지는 예약 사항을 확인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기능과 이렇게 실시간 카운트다운 해주는 기능밖에 없지만, 일단 승선을 하고나면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크루즈 항해 기간 동안에 배 안의 곳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벤트를 확인할 수 있고, 저녁 정찬 메뉴를 미리 보여주어서, 웨이터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무엇을 각 코스마다 먹을지 미리 정할 수도 있다.

승객끼리 문자 메세지를 보낼 수도 있고, 키즈클럽에서 '댁의 아이가 이제 그만 놀고 방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합니다' 하는 메세지를 받을 수도 있고, '세탁실에서 진행중인 당신의 빨래가 10분 안에 끝나니, 얼른 와서 챙겨가세요' 하는 메세지를 세탁실로부터 받을 수도 있다.

 

이제 88일 남은 디즈니 크루즈 여행이 새 집을 사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지금부터 그 두 이야기가 얽혔던 사연을 소개한다 :-)

 

앞서 썼듯이, 우리 부부는 집을 짓기로 계약을 하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새 집을 지어서 이사를 해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따라서, 올 겨울 방학은 디즈니 크루즈를 타고 멕시코 코즈멜 섬과 케이먼 군도의 수도인 조지타운, 그리고 바하마에 있는 디즈니 섬, 케스트어웨이 키에서 즐겁게 보내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집을 짓기로 결정하고나니, 그 비용 마련에 고심하게 되었고, 지금 사는 집을 팔고나서도 거의 그만큼의 액수를 더 융자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30년간 갚아나가야할 빚을 지게 되니, 한 푼이라도 아끼며 살아야지, 호화로운 크루즈 여행이 웬말이냐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금전적인 면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집을 팔고 새로 짓는 그 복잡한 과정을 치루어 내는 것만해도 정신이 없을텐데 과연 크루즈 여행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집을 짓기로 계약하는 날이 9월 8일 일요일이었고, 디즈니 크루즈 여행의 잔금을 지불해야 하는 마감일이 9월 7일 자정이었다.

이제와서 여행을 취소하면 이미 만들어둔 가족 셔츠와 피쉬익스텐더가 쓸모없게 되고, 선물교환을 위해 준비해둔 물품들도 공연히 미리 사두어서 돈만 날리는 셈이 되지만, 여행의 잔금을 아낄 수 있으니 눈물을 머금고 이번 여행은 취소를 하기로 남편과 의논끝에 결정을 내렸다.

우리와 같은 배를 타고 여행을 하는 사람들만 모인 페이스북 그룹에 들어가서, 이러한 연유로 아쉽지만 이번 여행을 취소하게 되었다는 글도 쓰고, 선물교환 그룹에서도 우리 가족 이름을 지웠다.

그리고 둘리양을 재우러 방으로 들어갔다...

 

둘리양은 2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자기 방 자기 침대에서 혼자 자고 있지만, 잠들기 전까지는 엄마가 옆에 누워있어 주어야 한다 :-)

둘리양이 잠들고, 나도 피곤해서 살풋 선잠이 들려던 즈음에 남편이 방으로 들어와서 잠시 나와보라고 했다.

그 시각이 9월 7일에서 8일로 넘어가는 자정을 조금 넘긴 때였다.

남편의 폭탄같지만, 사실은 불꽃놀이와도 같은 선언, 우리 디즈니 크루즈 여행 그냥 가기로 한다!

크루즈 여행의 잔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예약이 취소되는 줄 알았는데, 혹시나 하고 디즈니 크루즈 홈페이지에 가서 찾아보니,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은 이미 지나버려서 이 날 (잔금 마감일) 안으로 잔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위약금조로 미리 냈던 계약금을 날려버리게 된다는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의 시각은 이미 자정을 몇 분 넘긴 때였는데 (잔금 지불 마감 시간은 7일 밤 11시 59분) , 남편은 순간적으로 초스피드 머리를 굴려 판단을 내리기를, 지금이라도 얼른 잔금을 온라인으로 지불해보고, 몇 분이 늦어서 지불이 안되면, 계약금은 날리더라도 여행경비를 절약할 수 있고, 만약에 잔금이 지불되면 이사 비용은 비용이고 그냥 원래 계획대로 즐거운 가족여행을 즐기자,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광속으로 신용카드 번호를 쳐넣어서 여행 잔금을 냈더니 그대로 잘 들어가지더란다.

디즈니 크루즈 회사는 잔금 지불 마감 시한을 칼같이 지키지 않고 몇 분 정도 여유를 두었던가보다.

그 덕분에 우리 가족은 여행 포기에서 다시 여행 모드로 극적 반전을 경험했다.

 

다음날 다시 페이스북 그룹에 들어가서 이런 극적반전을 알리고 다시 선물교환 그룹에 사인업을 했다.

우리 가족이 잠시 빠진 사이에 다른 가족이 빈 자리를 메꾸고 들어와서, 우리 가족은 다음 그룹에 새로이 이름을 올려야 했다.

새 집을 지어서 사겠다고 계약서에 싸인을 한 것도 이 날이었다.

 

지금보다 두 배 비싸고 두 배로 큰 집으로 이사도 가고, 크루즈 여행도 가고!

크루즈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지금 집을 손보고 새로 페인트칠을 하고, 그렇게 바쁘고 힘들었으니 겨울 방학 동안에 크루즈 여행에서 힐링을 좀 하고, 돌아와서는 힘을 내서 이삿짐을 꾸리고...

그 후에는 30년 상환 융자금을 갚아야 하니 아끼고 절약하며 살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또 언젠가는 - 다음번에는 유럽으로 가는 디즈니 크루즈를 타는 날이 오겠지...?

 

2019년 9월 23일 디즈니 크루즈 88일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