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젯 스피너라는 장난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달에 한국에서 다니러 온 시누이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로 사온 것을 보았을 때였다.

아무런 다른 특징 없이 그저 빙글빙글 돌리기만 하는 단순한 기능을 가진 장난감이 한국 어린이들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런 게 있나보다 했는데, 그로부터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코난군네 학교 친구들도 하나둘씩 이 장난감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얼마전에는 이 장난감이 주의력 결핍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말이 떠돌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에도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이런 주제로 전문가의 의견을 내어줄 패널을 찾는다는 이메일이 오기도 했다. (내가 여러가지 일로 바쁘지만 않았어도 출연하는건데... 쩝 :-)

내 사견으로는 학습능력 향상은 과도한 기대감이고, 그저 꼼지락거리기 좋아하는 아이들 손에서 폭력적이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장난할 거리를 제공해주는 좋은 장난감 정도인 것 같다.

그래서 이름도 fidget 꼼지락거리는 spinner 돌아가는 장난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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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자체는 단순하게 돌아가는 기능밖에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아이들은 갖가지 방법으로 이것을 돌리는 놀이를 하는데, 그래서 아이들의 창의성이 드러난다.

자기가 개발한 방법을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올려놓은 사람들도 있고, 그걸 보고 거기에 더해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집 아이들은 이마나 콧등 위에서 돌리는 묘기를 연습하고, 두 개 세 개를 한꺼번에 돌리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의 놀이를 뒷받침해주려고(진짜?) 코난아범은 이런 물건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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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젯 스피너가 최신 유행 아이들의 장난감이라면, 이건 최신 유행하는 어른들의 장난감이라 할 수 있는 3D 프린터이다.

갖가지 색깔의 필라멘트를 사고 베어링 부품도 사서 집에서 이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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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군의 이름을 새겨 넣기도 하고, 다양한 모양과 색깔로 장난감을 거의 매일 찍어내고 있다.

아이들은 당연히 좋아하고 있으며, 자기 친한 친구 누구에게 줄 것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코난아범은 이번 여름 동안에 캐드 (컴퓨터를 이용한 디자인 프로그래밍) 공부를 해서 더욱 다양한 모양의 장난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제 남편은 여름학기 강의를 위해서 출근을 했고, 나는 학교에서 회의가 있어서 두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을 했다.

점심 시간 동안에는 학교 근처의 중국음식 뷔페 식당에 갔는데 (방학 중에는 학교 식당이 문을 열지 않는다), 내 나이 또래의 중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식당은 갈 때 마다 내가 다 걱정이 될 정도로 손님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싼 가격에 비해 음식의 질과 종류가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주변에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다른 상권이 없는 외진 곳에 위치해서인지 점점 그 규모가 축소되는 것 같아보인다.

이제는 주 고객인 대학생들마저 방학을 맞이해서 마을을 떠났으니 일하는 직원도 없이 두 부부가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응대하는 모든 일을 다 도맡아서 하기로 했나보다.

우리집 둘리양 또래의 남자 아이가 분주하게 음식을 조리하고 나르는 엄마 아빠를 방해하지 않고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서 하릴없이 심심하게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먹고 싶은 음식을 가져다가 먹기도 하고 냅킨을 접었다 펼쳤다 하면서 얌전히 놀고 있었지만 그 표정에서 무척이나 지루하다는 느낌이 보였다.

게다가 그 지루한 일상이 오늘 하루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두 달간의 방학 내내 그 아이의 일과가 될 것이 너무도 뻔해보여서 그 까까머리 어린이가 안쓰러워보였다.

심심하던 터에 어린이 손님이 와서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는지 눈길을 우리쪽으로 보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니 살짝 미소를 지어주는 귀여운 아이에게 무언가 주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코난군의 손에는 아빠가 만들어준 피젯 스피너가 있길래, 아빠한테 새로 만들어 달라 하기로 하고 저 꼬마에게 이 장난감을 주자고 권했더니 코난군도 그러자고 했다.

몇 년 단골로 이 식당을 드나들다보니 주인 부부와도 안면을 튼 사이인데, 인상이 좋고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 좋아보였었는데, 아들 아이도 계산을 하면서 말을 걸어보니 또박또박 대답을 잘 하는 유쾌한 아이였다.

우리집에서 직접 만든 장난감이라며 쥐어주니 식당 주인 부부가 크게 고마워했고 꼬마 아이도 행복해 했다.

그 가족의 행복을 보는 내 마음도 행복해졌다 :-)

 

 

2017년 6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