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하는 날에는 돼지고기 수육을 많이들 해먹는다고 하는데, 나는 한국에 살면서 대규모 김장을 경험한 적도 없고, 그래서 김장 하는 날에 보쌈 고기를 먹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애팔래치아 산자락에 살면서 직접 김장을 해보니 배추국에 돼지고기 보쌈이 김장하는 날에 해먹기 좋은 음식인 것을 알았다.

배추를 절이다보니 시래기가 되기 직전인 시퍼런 배춧잎이 많이 남는데 이건 된장과 함께 푹 끓이면 구수한 배추 된장국이 된다.

김치 양념을 만들고 남은 무를 채썰어 한겨울에 제맛이 나는 생굴과 역시나 김장하고 남은 새우젓을 절인 배추에 쌈싸먹을 때에는 삶은 돼지고기가 아주 제격이다.

김장하느라 바쁘니 고기 요리를 따로 썰고 양념하고 할 겨를이 없어서 그냥 물에 삶는 조리법이 적합하다.

 

돼지고기는 미국 마트에서 숄더 어쩌고 하는 베개만한 덩어리 고기를 구입한다.

큰 솥에 마늘과 생강과 통후추를 넣고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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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실로 잘 묶어서 삶아야 살이 부스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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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요리하다 사진찍는 걸 자주 보더니 흉내를 내고 있는 둘리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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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중간보다 약한 불에 두 시간 동안 삶았다.

고기를 삶는 동안에 새우젓과 쌈장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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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와 새우젓을 같은 분량만큼 잘게 다져서 섞으면 새우젓의 짠맛이 조금 희석되어 맛있는 쌈 소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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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장은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서 만들지 않고 그냥 가게에서 파는 것을 담았다.

된장은 공장에서 만들어 파는 것이 맛이 없지만, 고추장이나 쌈장은 만들어져 판매하는 제품이 직접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간편하고 맛도 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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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장을 다 준비했지만 아직도 돼지고기는 더 익어야 하니 이번에는 쌈 채소를 씻어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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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배추 절인 것 중에 노란 속 부분을 따로 챙겨두었다.

상추와 잉글리쉬 오이는 추수감사절 휴무를 앞두고 마트에서 싸게 세일해서 파는 것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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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를 삶을 때 된장도 두 숟갈 풀어 넣었는데, 여기에는 한국에서 날아온 귀한 된장이 아까워서 넣지 않고 예전에 오아시스 마트에서 사두었던 시판 된장을 썼다.

이모가 직접 담아서 보내준 비행기 타고 온 된장은 아껴가며 먹고 있는데 벌써 절반이나 먹었다 :-)

두 시간 정도 삶은 다음에는 고기를 무거운 것으로 눌러주어야 살이 단단하게 뭉쳐져서 썰어서 먹기에 좋다.

파이렉스 유리 뚜껑을 뒤집어 덮으니 평평해서 그 위에 무거운 것을 올리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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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정도 눌러두니 잘 굳었다.

이제 묶었던 실을 잘라내고 고기를 얇게 썰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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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기는 쫙 빠지고 고기는 된장과 마늘 생강 후추의 향이 맛있게 배었다.

고기를 삶고난 국물은 건더기를 잘 걸러낸 다음 배추의 시퍼런 잎과 파를 넣고 국을 끓였더니 초대받은 손님 한 사람이 사골국으로 끓인 것이냐고 물었을 정도로 고기국물 맛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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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어려서 못온 사람, 해외 출장중이라 못온 사람, 등을 제외하고도 세 분의 선생님들이 와서 추수감사절 만찬을 함께 했다.

그 중에 경제학과에 계신 유선생님은 코난아범과 술마시고 이야기하는 성향이 비슷해서 남편이 무척 즐거워했다.

먹고 마시고 노느라 사진을 찍는 것을 잊고 있다가 겨우 건진 몇 개의 사진이다.

내 추수감사절을 바쳐 만든 작품인 김장김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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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나 소금 젓갈 같은 것을 모두 합해봐야 재료비는 얼마 안들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공수한 고춧가루는 그 값도 값이지만, 우리집까지 보내주신 손길과, 비행기와 기차를 번갈아 타고 온 그 여정을 생각하면 무척 소중하고 값진 재료이다.

그래서 결론은, 이 김장김치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비싸고 귀한 음식!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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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쌈 고기를 상추에 싸먹을 때 곁들이면 좋은 무생채와 생굴이다.

무채는 푸드 프로세서로 간단하게 썰어서 소금 설탕 식초에 하룻밤 절여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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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굴은 미국 마트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 예전의 경험상 손님들이 굴을 잘 안먹길래 올해에는 작은 것으로 샀더니 조금 모자란 듯 했다.

사실, 돼지고기를 사고나서도 너무 많이 산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손님들이 어찌나 모든 음식을 잘먹는지, 공연한 걱정이었다.

김장김치도 여러 번 더 덜어서 먹고...

손님을 부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맛있게 잘 먹어주는 손님이 가장 좋다.

그런데 올 때 빈 손으로 오지 않으니 더욱 기쁜 손님이었고,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후에 카카오톡이나 이메일로 초대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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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사람을 가려가며 사귀는 편이다.

인심좋게 여러 사람들과 나눠먹고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한해서이다.

그런데 역시나 이렇게 초대 받아 와서 함께 이야기하고 식사하는 것이 즐거웠고 돌아간 후에도 고마웠다는 인사를 받으며 흐뭇한 마음이 드니, 내가 좋아할만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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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추수감사절 휴일이 다 끝나가는 일요일 저녁이다.

놀고 먹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더니만 오늘 급 피곤이 몰려와서 낮잠을 자기도 했고, 끙끙거리며 팔다리가 아프기도 하다.

아무래도 놀고 먹는 것이 즐거운 배짱이 체질이라 그런가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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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