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강사와 그렇지 못한 강사. 버지니아 텍에서

Papageno 2007.08.05 17:01 조회 수 : 1773 추천:4

이곳 버지니아 텍에서 가르친지 어느덧 1년, 가르친 학기는 4학기가 된다.
일단 먹고 사는, 그리고 모기지 다달이 내는 것이 우선 과제였기에, 가르치면서 약간의 돈을 버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이왕이면 잘 가르쳐서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기를 바랬다. 이 학교는 공대로서 나름대로의 명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니까.
처음엔 학생들이 준비가 덜 된 것에 놀랐고, 다음엔 그들의 태도에 놀랐다.
어떤 학생은 이원 일차 연립 방정식도 못 푼다. 로그를 어떻게 계산하는 지는 전적으로 계산기에 의지한다. 물론 잘하는 학생도 드물게 있지만, 평균적인 학생들 때문에 그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는 듯해서 나는 미안한 생각을 많이 든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의 대부분이 1학년, 2학년들이라서, 그들은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편하게 점수를 받던 습관에 익숙해져 있다. 물어보면, 고등학교에선 집에서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고 쉽게 A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없었거나, 아니면 학생들이 천재였거나 둘 중에 하나인데, 그들이 이곳에 와서도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는 잘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선, 후자는 아닐 듯 싶다.
실제로 고등학교에서 AP 클래스를 2달 정도 가르친 적이 있는데, 이 수업을 듣는 제법 똑똑한 학생들은 심장 수술을 받고 있는 원래 자기 선생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나름대로 내가 종합한 바로는 이 선생 자신도 잘 모르면서 가르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심장 수술을 받게끔 한 것 같다.
달래고 으르고 해서, 매 학기를 보냈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런 실태를 모르고, 다들 조기 유학을 보낸다고 난리를 치니...

과에는 나 말고도 또 다른 강사들이 몇 명 더 있다.
그 중 한 사람은 대만 출신인데 Teaching award 를 몇 번씩 받았고, 또 수 많은 학생들이 그의 수업을 신청하려 하고, 그의 오피스엔 학생들이 끊이지 않는다.
처음에 이곳에서 가르치기 시작할 땐, 나는 어떻게 그가 가르치길래 반응이 이렇게 좋을까 궁금했었고, 나도 그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6개월 뒤 내가 알게된 그의 노하우에 난 경악을 했다.
한 똑똑한 학생이 내게 와서 이야기 한 것이다.
그의 수업 진도는 내 수업 진도의 60% 정도만 나간다는 것이다.
처음에 이곳에서 가르치기를 시작할 때, 나는 일종의 수업 진도표를 부 학과장으로부터 받았다. 여러 명의 교수와 강사가 같은 수업을 가르치니 일종의 통제가 필요한 것이다.
난 그걸 믿고, 부지런히 그 진도표에 맞춰서 진도를 뺐다. 학생들은 진도가 너무 빠르다고 아우성이다. 난 그들에게 버지니아 텍의 모든 물리 수업의 진도가 나와 같다고 했는데, 그들은 그걸 믿지 않는 듯 했는데 처음엔 영문을 몰랐다. 이제 한 가지 의문이 풀렸고, 그래서 부 학과장에 다시 물었다. 정말 이 진도표대로 해야만 하냐고. 답변은 매번 '그렇다' 였다. 이곳 문화의 특성상 내가 섯불리 그 대만 강사는 그렇게 하고 있다는 말을 해선 안된다.
얼마 후 또 다른 경악할 만한 사실을 알았다. 학생들이 그를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를. 그는 매 시험 전에 연습 시험을 온라인 보드에 올린다. 그러면 학생들은 그걸 공부를 한다. 시험은 그 연습 시험과 똑같고, 단지 숫자만 다르다.!!!!!
첫 학기에 학생들이 내게 연습 시험을 줄 수 있냐고 했다. 나는 그런 것을 하지 않는다고 했고, 학생들이 왜 그것을 요구하는 지를 몰랐다. 이제 이해가 된다.
시험 전이면 대만 강사의 오피스가 학생들 바글거리는데 다들 문제가 인쇄된 종이를 한장씩 들고 있다. 이제 이 미스테리도 풀린 셈이다.
미국에서 산 지도 어느 덧 15년 정도된다. 이곳의 문화 속성상 내가 섯불리 고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높은 보직에 있는 사람들은 말썽이 나는 것을 싫어한다. 어찌보면, 관리자 급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잘 가르치냐 못 가르치냐 보단, 학생들의 불평, 불만을 듣지 않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이곳에 온지 처음 얼마되지 않았을 때, 다들 내게 'You're doing a good job' 이라고 했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줄알고 받아들이다 한번은 궁금해서 물었다. 'How do you know?'. 사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내가 하는 수업에 들어오지도 않고, 내가 잘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몹시도 궁금했으니까. 대답은 가관이다. 'Because I don't hear any complaint from students.' 그렇다 학생들의 불만이 그들에 귀에 전달되지 않으니까 나는 잘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 학과장 또한 비슷한 얘기를 여러번 했다. 그땐 몰랐지만 이젠 알 것 같다. 대만 강사가 어떻게 우수 강사로서 상을 받고 있는 지 그들은 관심이 없을지도.. 알지만 별 말썽이 없으니 그냥 그렇게 내버려둘 것이다.
거대한 조직 앞에서, 매 학기 걱정을 해야하는 나로선 비겁해질 수 밖에 없는 무능함을 느낀다. 아니 어쩌면 이런 것이 그들의 삶의 방식일지도, 그래서 이 나라가 크게 달라지거나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 지도 모른다. 내가 굳이 변하지 않는 이 나라에 돌맹이를 들 필요가 있을까?
그렇다면 이 시점에 내가 택할 수 있는 것은 있을까.
나도 그처럼, 진도 천천히 나가고, 시험 문제 다 가르쳐주고 시험을 보면, 나도 문제 없는 강사가 되겠지. 하지만, 나도 이미 숙제나, 수업시간에 풀어주는 유제에서 대부분 시험을 낸다. 이미 많은 타협을 했고, 내 마음은 항상 불편하다. 하지만 더 이상은 도저히 양심상 그럴 수 없다.
우리 바로 옆집 (111 번지)에 사는 교수와 가끔씩 마주치게 되면 잡담을 나누는데, 가끔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물리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고 했고, 근데 그 학생들은 다들 A 를 받았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 교수에게 이유를 설명해줬다. 그도 이해는 하는 듯 했다. 상을 받았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수 많은 불평을 듣는다고 해서 우수 강사, 나쁜 강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허나 현실이 우습다. 교수의 평가는 이렇게 준비가 안된, 공부할 마음이 없는 학생들로부터 받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다음 학기도 내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며 실랑이를 벌일 것이라는 것. 아직은 내가 이런 현실과 타협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만 알고 잇을 뿐이다. 하지만, 얼마나 버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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