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김형석의 Mr. President

소년공원 2018.03.23 12:45 조회 수 : 256

01.jpeg

작년부터 즐겨 보기 시작한 국경일 기념식을 지난 삼일절에도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언젠가부터 기념식이나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에서 대통령이 입장할 때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꽤나 요란스러운 빵빠레 음악이라고 생각했고,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듣다보니그 주제가 익숙해지면서 제법 세련된 행진곡 풍의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삼일절 기념식을 본 이후로 그 음악에 대해 본격적으로 궁금해졌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바로 발라드 가요 작곡가로 유명한 김형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헌정한 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02.jpeg

김형석 작곡가는 예전에 복면가왕 글에서 쓴 적이 있는데, 패널로 나와서 복면 속에 숨은 가수가 누구인지는 번번히 못맞추지만, 그 목소리와 노래에 담긴 감정에 대해 진솔하고 고무적인 평가를 하는 점이 좋았다.

여느 오디션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심사위원과는 달리, 못하는 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잘 하는 점을 발견해서 칭찬을 해주는 태도와, 또 그 특유의 나긋나긋한 말투에서 따스한 마음씨가 느껴졌고, 알고 보니 유명한 가수들의 유명한 노래들을 많이 작곡해서 저작권 수익 만으로도 꽤 큰 부를 축적한 잘 나가는 작곡가라는 것도 알았다.

Unknown.jpeg

그리고 2012년 대선때 부터 문재인을 지지하고 선거를 돕는 음악을 작곡하는 등의 일을 한다고도들었다.

어느 시사 팟캐스트에서 들으니, 원래는 정치에 별 관심도 없고 정치인과 친분이 있지도 않았지만 2012년 대선을 겪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나 올바르게 살아왔는지를 알게 되었고, 그에 반해 세상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에 그를 돕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통령 (당시로서는) 후보의 자리에 까지 올랐던 사람이 일개 대중음악 작곡가가 앉을 피아노 의자의 눈을 쓸어주고 우산을 씌워주는 경험을 하면 누구라도 그 인격에 감동을 할 것 같기는 하다.

대통령이 자기 식판을 직접 들고 와서 식사를 하는 장면을 보며, 김형석 작곡가도 더이상 매니저에게 무엇을 가지고 오라는 등의 심부름을 시키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암튼, 김형석의 인터뷰에 따르면, 예전에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일을 말하는 것 같다) 보니우리 나라 대통령이 공식 행사장에 입장하는데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이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 주제가일 때도 있었고, 군밤타령이 연주되기도 하는 등, 딱히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수장에게 어울리는 고유의 음악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한다.

 

 

그래서 작곡한 음악이 바로 Mr. President 이다.

곡이 시작하면서 나오는 메인 테마는 우리 나라 고유의 장단을 리듬으로 삼았고, 장중을 압도하는 메인 테마가 나온 다음에는 행진곡 풍의 가락이 이어지며, 그 다음에는 아주 가녀리고 감성적인 분위기의 가락이 나온다.

김형석 작곡가가 설명하기를, 그 감성적인 부분은 문재인과 노무현 대통령이 서로 이어지는 장면을 생각하며 썼다고 한다.

위의 유튜브의 화면은 문사홍 이라는 단체(혹은 사람?)가 제작한 것인데, 작곡가의 심정을 콕 집어서 제대로 잘 표현했다고 한다.

04.jpg곡만 써서 덜렁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KBS 교향악단을 섭외해서 꽤 여러 차례 수정해가며 공을 들여 녹음을 하고, 그 녹음된 원본 음원과 저작권이나 사용권 등 관련된 모든 권한까지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야말로 바쳤다고 한다.

위의 악보에서 보듯, 수많은 관악기와 현악기 타악기 연주자가 필요한 웅장한 곡인데, 김형석 작곡가가 자기 입으로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연주자 섭외와 녹음 비용까지도 직접 부담한 모양이다.

아무리 저작권 수입이 많아서 돈을 잘 번다고 해도, 이렇게 큰 돈을 들여 (내가 공연 기획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지불할 일당과 그 많은 인원이 들어가서 연주할 장소를 빌리는 것, 최상의 음질로 녹음할 장비를 구하는 것, 등등 꽤 많은 돈이 들었을게다)누군가에게 다 바치는 일을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그도 먹여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팟캐스트에 위에 언급한 문사홍 님도 참석했는데, 그의 설명을 들으니 이 곡이 더욱 대단한 것임을알겠다.

가장 앞부분의 빵빠레 부분은 아직 대통령이 나타나기 전에 서곡처럼 나오고, 웅장한 음악 부분에서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사회자가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입장하고 계십니다" 하고 말하고나면 행진곡 분위기의 음악이 이어지는 동안 대통령이 단상위 혹은 행사의 중앙에 자리하게 되고, 그다음 애절한 분위기의 음악이 흐를 무렵이면 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나 국가 유공자 등의 내빈과 악수를 하는 타이밍이 된다는 것이다.

악수를 마치고 대통령이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서 앉거나 정착하게 되면 음악도 끝이 난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보았던 국가 기념식에서 무언가 음악이 아귀가 잘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형식은 참 재능도 뛰어나고 사람을 보는 안목도 뛰어나며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

 

2018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