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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도 함께 배우고 자란다.

둘리양이 없었다면 내가 티벳계 중국인 여가수 잠양 돌마에 대해서 알았을 확율은 아주 낮다 :-)

 

이야기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둘리양은 태어나던 날부터 우렁찬 성량을 자랑하며, 우는 아기들을 돌보는 것이 일상인 신생아실 간호사들을 놀래켰다.

무슨 갓 태어난 애기가 이렇게 크게 우느냐며 놀라는 눈치였다.

(장하다 내 딸!)

그 우렁찬 목청은 그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다듬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요즘은 조금 덜해졌지만 거의 매일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우는 동안에 둘리양의 목청은 더더욱 가다듬어지고 성량은 더더욱 풍부해졌다는 뜻이다.

서럽게 울 때는 중저음을 사용하고, 자존심이 상하거나 챙피함을 당했을 때에는 돌고래 초음파에 가까운 고음을 뽐내며 목소리를 지르곤 한다.

 

어제와 그제는 눈이 많이 내려서 학교가 휴교한 덕분에 친하게 지내는 학교 친구 주주네 집을 번갈아 오가며 플레이 데이트를 했다.

그런데 둘리양을 데리러 주주네 집으로 갔더니 주주네 엄마가 호들갑을 떨며 말하기를, 둘리양의 목소리는 만 명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희귀하고도 매력적이며 성악에 적합한 목소리라는 것이다.

중국계인 주주의 엄마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이혼한 남편과 번갈아 주주를 돌보며 살고 있는데 - 부부가 이혼은 했어도 귀하게 얻은 딸에 대한 애정은 무한하여 서로 멀리 이사가거나 하지 않고 매주 아이를 데려오고 데려다주며 그렇게 살고 있다 - 밤근무 동안에 아이를 돌봐주실 겸 와계시는 친정 어머니까지도 둘리양이 얼마나 예쁘고 목소리가 얼마나 좋은지를 중국어로 추임새를 넣어주셨다.

 

그러면서 이 여가수가 중국에서는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둘리양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사실 둘리양의 음성은 나를 닮아서 (코난군도 그렇다) 허스키 보이스인데, 거기에다 평소 울음으로 단련된 뱃속에서 우러나는 성량이 중저음이라 이 가수의 목소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수줍음 많은 둘리양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좀처럼 흔한 일이 아니다보니, 주주와 함께 놀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처음 들은 주주네 엄마를 놀래켰나보다.

 

집에 돌아와서 남편과 이 이야기를 하며 한참 웃었다.

중저음에서 초고음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목소리이긴 하지... ㅋㅋㅋ 하면서 말이다.

 

주주네 엄마가 보내준 동영상을 듣고 또 더 검색해보니 한국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아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메조 소프라노 가수였다.

중국에서도 소수민족인 티벳계 사람인데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 돈이 없어서 중학교를 중퇴할 정도였는데 우연히 노래 솜씨가 알려져셔 중국에서는 음대 명문으로 알려진 쓰촨 음대를 나왔다고 한다.

중국 메이저 방송사에서 상을 받기도 하고 유명한 영화 음악을 부르기도 했다.

인종적 배경이 중국 북부 산악지대 출신이다보니 그녀가 부르는 노래의 분위기도 어쩐지 몽골이나 티벳 등의 산악지대 풍경이 연상되는 그런 분위기이다.

(위의 사진과 동영상에서 입고 있는 의상도 그러하다.)

 

그러고보니 우리 둘리양도 애팔래치안 산맥 자락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어쩌면 그 점도 잠양 돌마와 닮았다 :-)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돌마" 라는 성씨는 우리 나라의 김씨 박씨 처럼 흔한 모양으로, 여러 명의 티벳 사람들이 돌마씨가 검색되었다.

 

둘리양에게 "노래 한 번 배워볼래?" 하고 물어보니 단박에 "놉" 한다.

자꾸만 성악 레슨을 시켜보라는 주주네 엄마한테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를 고민해야겠다.

 

2018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