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네 초등학교에서는 해마다 enrichment (풍족 또는 비옥하게 만들기 라는 뜻) 클래스 라는 방과후 특기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한 학기당 30-50달러 정도의 실비만 내면 참여할 수 있는 클래스의 종류는 무척 다양해서, 불어나 스페인어 등의 외국어를 배우거나, 과학 실험을 하거나, 요리 교실, 마라톤 클럽, 체스 클럽, 연극 공연, 악기 연주, 등을 배울 수 있다.

강사진은 대부분이 자원봉사자들인데, 길벗 초등학교의 교직원이나 인근 버지니아 공대 학생들이주류를 이룬다.

 

바이올린 선생님, 브리짓:

코난군이 재작년부터 등록해서 배우는 String Theory 라고 이름지은 현악 수업은 길벗 학교 학부모인 브리짓 선생님이 지도하고 있다.

브리짓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지금은 개인 레슨을 하고 있는데, 자신의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방과후 특기활동을 지도하는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특기활동 강사들은 실비일 망정 소정의 수고비를 받는 것 같은데, 브리짓은 그마저도 사양하고 완전히 무료로 봉사를 하고 있다.

남편이 버지니아 공대 교수로 일하는데다 아이라고는 한 명 밖에 없으니, 몇 푼 안되는 수고비 마저도 기부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개인 레슨을 할 시간을 봉사활동에 쓰게 되니 실제로는 무척 많은 금액을 희생하는셈이다.

게다가 String Theory를 지도하기 시작한지 어언 2년이 넘어가고 있으니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꾸준히 봉사하는 그 마음가짐이 존경스럽다.

 

악기를 기부한 레이 선생님:

미스터 레이 라고 불리우는 턱수염을 기르고 깡마른 할아버지는 전직 버지니아 공대 교수이자, 현재는 길벗 학교에 매일 출근해서 킨더 학년 교실을 돕는 봉사를 하는 분이다.

코난군이 킨더학년을 시작하던 해에 은퇴를 했는데, 집안에만 있지 말고 매일 나가서 보람있는 일을 하라며 등을 떠밀어준 부인 덕분에 길벗 학교 킨더 학년 선생님들은 보조 교사 한 명을 무료로 채용하고 있는 셈이다.

코난군이 다닐 때부터 작년에 둘리양이 킨더학년을 다닐 때 까지, 그리고 올해에도 변함없이, 늘 교실에서 선생님을 도와서 우는 아이를 달래주거나, 교재를 복사하거나, 따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옆에서 수업을 돕고 계신다.

그런데 작년에 브리짓 선생님이 무료로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친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의 주머니를 열어 악기 스무 대를 사서 기부를 했다.

그 덕분에 String Theory 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악기를 구입하거나 대여료를 지불할 필요없이 악기를 빌려서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시간과 돈을 무진장 많이 기부하신 미스터 레이는 내 노년기 롤모델이시다 :-)

 

String Theory:

물리학의 끈이론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현악기를 배운다는 점에서현악기의 줄을 의미하는 string 을 넣어서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지었다.

바이올린 연주 음악을 좋아하는 코난 아범은 코난군이 취미로 바이올린을 배워서 연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코난군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억지로 레슨을 받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게 하기 전에, 코난군이 바이올린을 만져보게 하고 맛보기 정도로 배우게 했으면 하고 바라던 차에 학교에서 특기수업으로 바이올린을 가르쳐 준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비싼 값을 주고 악기를 구입했다가 금방 그만두게 되면 악기 값을 날리게 될 걱정을 안해도 되니 - 공짜로 빌려서 쓸 수 있으니 - 더더욱 좋은 기회였다.

바이올린과 첼로를 모두 맛보기로 배워보았고, 바이올린 연주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마침내 브리짓 선생님으로부터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

String Theory 오케스트라에서는 부악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악장은 브리짓 선생님의 딸 조슬린 양이다 :-)

 

몽고메리 카운티 스쿨 보드:

학생과 학부모와 자원봉사자들이 협력해서 대단한 업적을 이루어냈으니 - String Theory 오케스트라는 동네 음악회에서 여러 차례 공연을 해서 제법 이름을 알리고 있다 -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길벗 학교의 슬롱카 교장 선생님은 이 모범적인 사례를 알리고 싶어서 이번 학년도에 처음 열리는 스쿨 보드 미팅에 String Theory 가 와서 연주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카운티마다 있는 스쿨 보드는 우리 나라로 치자면 지역 교육위원회에 해당하는 자치기구이다.

선거로 선출되는 교육감이 수장이고, 교육위원회의 멤버역시 선출직이지만 종신직이기도 해서, 정기적으로 선거를 하지 않고 공석이 생길 때마다 투표를 한다.

한 달에 두 번씩 열리는 회의에서는 초중고등학교의 예결산이나 교사의 임금 인상, 교과서 선정, 등의 중요한 일을 의논하는데, 회의 자체는 보드 멤버들끼리 하지만 공청회 형식으로 주민들에게 개방되어서 법정의 장면과 흡사하게, 방청석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경청하고, 멤버들은 마이크를 사용하여 토론과 의결을 한다.

아래 사진에서 둥그렇게 둘러 앉은 사람들이 교육위원회 멤버들이고 (교육감과 일곱 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을 찍은 내가 앉은 방향으로는 백 여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맨 아래 댓글에 올린 링크를 따라가보면 교육위윈회 회의장을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 소감을 발표하는 코난군의 앞모습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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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석의 모습이다.

자료화면을 보여주는 스크린이 양쪽 벽에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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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연주를 하게 된 어린이 연주자들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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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의는 시작할 때 국기에 대한 맹세를 가장 먼저 하고, 지역 국회의원이 출석해서 의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보고하고, 회의 과정을 녹화해서 공공 자료로 보관하는 등, 아주 격식을 갖춘 자리였다.

연주를 할 아이들의 복장을 최대한 단정하게 입혀서 보내달라는 공지가 있었는데, 마침 양복 스타일의 옷을 사둔 것이 있어서 코난군에게 입혀주었다.

심지어 코난군은 학생 대표로 짧은 소감 한 마디를 발표하게 되어 있어서 깔끔하게 차려입힌 보람이 더욱 컸다.

 

사실, 이 날은 나와 남편이 무지막지하게 바쁜 날이어서, 남편은 하루종일 굶으며 자동차를 손보는일을 했고, 나역시 회의와 수업에 쫓겨서 하루 종일 굶다시피 하며 일을 하다가 아이들을 픽업하고집에 데려와서 급하게 간식을 먹이고 옷을 갈아입혀서 회의장으로 달려갔어야 했다.

그 와중에 코난군은 바이올린을 학교에 두고 와서 다시 가지러 가느라 도로를 질주하기도 했다.

코난군은 또 제 나름대로, 소감 발표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무척 긴장하고 있었는데, 거기다 실수로 바이올린을 빠뜨리고 그 때문에 엄마가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보며 마음이 더욱 쪼그라들었을것이다.

연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모든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들기도 했다.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영화 쥬라기 공원의 주제가를 들어보자.

 

https://youtu.be/4yy2AZB_MfM

 

 

 

2018년 9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