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만화가 허영만 선생이 <식객> 이라는 음식을 소재로 한 만화를 오래도록 연재해 왔다.

남편과 나는 인터넷으로 연재 만화를 열심히 챙겨보고, 거기에 나오는 음식 몇 가지는 직접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한국 방문에서 남편 친구들이 단행본으로 출판된 만화책 식객 25권 전집을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한국에 가보니 집집마다 김치 냉장고를 쓰고들 있었는데, 거기서 꺼낸 김치맛이 유난히 맛있고, 또한 김치냉장고 값이 그리 비싸지 않아서, '저걸 하나 사서 국제 이삿짐으로 부쳐볼까...?' 하는 궁리를 심각하게 하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이 전압이 다르고, 국제 화물 운송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포기했지만, 결국 미국에 돌아와서 교포를 대상으로 특별 제작 판매하는 김치 냉장고를 거금 천 달러를 주고 질러버렸다.

 

시험삼아 담궈본 김치가 김치 냉장고에서 잘 발효되고나니, 아삭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얼마나 좋은지, 동네방네 친한 한국인 친구들에게 맛보라고 나눠주고, 이번엔 배추를 한 박스를 사서 (나로서는) 대규모 김치를 담궜다. 마침 봄방학이라 시간도 많고, 날씨도 이젠 봄기운이 많이 올라와서 물 일을 하는 것이 춥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한 <식객> 1권.

에피소드 중에 하나는 "밥" 에 관한 것이었다.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대장금> 에서도 장금이가 음식 대결을 하는 종목 중에 하나가 밥짓기였는데, 식객에서 하는 이야기도 장금이 이야기와 많이 다르지 않았다.

내용이 비슷한 것이 아니라, 밥이 음식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 그리고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 등이 거의 같았다는 뜻이다.

갓 지은 맛있는 밥 한 그릇이면,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맛있는 식사를 할 수가 있다는 것.

여느 모든 음식 만들기가 그러하듯이,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서는 수고와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

 

만화를 읽고나서 나도 맛있는 밥짓기에 곧바로 도전해 보았다.

마침, 남편도 예전부터 갓지은 밥을 맨밥으로 퍼먹으면서 맛있다고 한 적이 많았고, 잘 익은 김치도 있겠다, 압력밥솥 고무패킹도 새로 갈아두었겠다, 모든 준비가 이미 완료된 것 아닌가.

 

밥을 짓는 과정과 맛있게 먹은 이야기는 굳이 따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한마디로 맛있는 밥 짓기는 성공이었다. ^__^

 

내가 어렸을 때, 우리집 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 우리 나라가 지금보다 가난하게 살던 시절이었지만, 밥 한 그릇에 김치 한 가지로 밥을 먹고 사는 것이 일반적인 삶이었지만, 그래도 내 뇌 속 저 신경세포 한 자락 끝에는 즐겁고 맛있는 식사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

 

"무엇"을 먹느냐 보다는 "어떻게" 만들고 먹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엄마이자 아내로서, 물론 바깥일도 하는 바쁜 사람이지만, 가능하면 한 번 더 손이 가더라도, 조금 더 시간을 들이더라도, 정성을 기울여 음식을 만들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오늘 저녁엔 콩을 삶아서 청국장을 띄워보려고, 메주콩을 불리고 있다.

하얀 대접에 노랗고 동글동글한 콩이 꼭 영민이를 닮은 것 같아 슬며시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