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은 여기에
http://www.hani.co.kr/arti/SERIES/487/675001.html?_fr=mb2


원문이 없어질까봐 한겨레 기사를 여기에 옮긴다.

그런 일이 간혹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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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번쯤은 스쳐면서도 들어봤을 불후의 명곡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로 유명한 2인조 그룹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아트 가펑클이 오는 2월 한국 순회공연을 한다고 하죠.

비록 그의 ‘영혼으로 이어진 친구’ 폴 사이먼은 함께 오지 않아 조금 아쉽지만, 남자 보컬로서는 드물게 천사의 목소리라는 찬사를 듣는 그의 솔로 공연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설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트 가펑클은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부를 예정인데요, 이 노래는 여러 가지로 구구절절한 사연이 많습니다.


우선 1970년 이 노래를 발표하고 콘서트 활동을 잠깐 한 뒤 그룹 ‘사이먼 앤 가펑클’은 음악적·음악 외적 의견 차이로 해체를 하게 됩니다. 둘은 예전부터 상당히 티격태격하며 아슬아슬하게 그룹을 유지해 왔습니다.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작업 중이던 1969년 가펑클이 영화 ‘캐치-22’에 출연하게 되면서 수개월간 곡 작업이 지연되어 갈등이 커집니다. ‘캐치-22’는 조셉 헬러의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풍자적 반전(反戰) 동명 소설을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영화화한 작품이었습니다. 원래 사이먼도 이 영화에서 맡은 부분이 있었는데, 촬영 시작 전에 잘려나갔다고 하죠. 게다가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들이 주요 배경음악으로 쓰여 그들에게 엄청난 음악적 흥행의 영광을 안겨준 영화 ‘졸업’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합니다. 기쁨과 불화의 불씨를 동시에 안겨주어 본의 아니게 사이먼과 가펑클의 이합집산 하는 인생 드라마를 일정부분 연출한 셈이 된 것이죠.


또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앨범의 12번째 수록곡을 놓고도 둘 사이에 갈등이 있었습니다. 가펑클은 미국인들의 쿠바 방문을 금지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정치적인 노래 ‘쿠바 시, 닉슨 노(Cuba Si, Nixon No)’를 마지막 12번째 트랙에 넣자는 사이먼의 의견에 반대했다고 합니다. 사이먼은 바흐의 합창곡 ‘페울리 오’ (Feuilles Oh)를 편곡해 부른 것을 넣자고 하는 가펑클의 의견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하네요. 그렇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주장한 두 곡을 모두 빼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앨범에 11곡만 넣어 발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때 수록하지 못한 ‘페울리 오’는 나중에 가펑클이 다시 작업하여 자신의 솔로 앨범에 ‘페울리 오/ 우주 비행사들은 달로 가는 길에 죽은 영혼들을 지나쳐 갔나? (Feuilles Oh/Do Spacemen Pass Dead Souls On Their Way To The Moon?)’라는 이름으로 실어 세상에 내놓았다고 하죠. 사이먼이 고집했던 노래 ‘쿠바 시, 닉슨 노(Cuba Si, Nixon No)’는 미국 마이애미 대학에서 가졌던 공연을 녹음한 라이브 앨범 ‘백 투 컬리지’에 실렸습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쿠바 시, 닉슨 노(Cuba Si, Nixon No)’ 동영상.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fRu2OrDynrU
아트 가펑클의 노래 ‘페울리 오/우주 비행사들은 달로 가는 길에 죽은 영혼들을 지나쳐 갔나?’ 동영상.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45qYvvkjfGs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앨범은 1970년 ‘올해의 노래’ ‘올해의 녹음’ 등 그래미상을 7개나 수상했고 미국에서 10주 동안 1위에 오르는 등 거의 1년 반 동안 차트에 머물며 1300만 장의 앨범 판매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드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김세환, 송창식, 윤형주가 부른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가 KBS 심의규제에서 방송부적격으로 분류되어 금지곡 목록에 올랐다가 2008년에서야 비로소 해제되었기 때문이죠. 1055곡 중 417곡이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와 함께 풀렸다고 하는데 ‘피디 저널’에 따르면 체제부정, 현실성 없음, 외설 퇴폐 등이 당시 규제의 이유였다고 합니다. 또 사이먼 앤 가펑클의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앨범에 수록된 노래 중 마지막 트랙에 실린 노래 ‘세실리아’도 우리나라에서는 금지곡이었습니다. 노래의 가사는 자기의 침대 위에서 자신의 연인인 세실리아가 다른 남자와 뒹굴고 있는 걸 보고 그녀에 대한 믿음이 깨져 가슴이 무너져 너무나 괴롭지만 무릎을 꿇고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75년 한국정부가 발표한 대통령 긴급조치 9호에 따르면 국가안보와 총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외래 풍조의 무분별한 도입과 모방, 패배 자학 비관적인 내용, 선정 퇴폐적인 것들을 골라내 이미 나와있는 음반까지 폐기토록 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하니, 전 세계적으로 희대의 명반으로 불리는 사이먼과 가펑클의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앨범 속의 명곡들조차 한국에서는 금지곡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죠. 항간에서는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의 가사 중에 “세일 온 실버 걸”이라고 노래 부르는 부분 때문에 이 노래가 마약인 헤로인에 관련된 것이고 그 때문에 금지곡이 된 것이라고 하는 루머가 돌았는데 그건 잘못된 소문입니다. 왜냐하면 사이먼은 그 부분의 가사를 쓸 때 당시 여자 친구였고 나중에 그의 부인이 된 페기 하퍼가 자기 머리에서 회색 머리카락 몇 개가 난 것을 보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걸 보고 농담처럼 읊어 적은 것이었다고 하니까요. 게다가 당시에 사이먼은 가스펠 그룹 ‘더 스완 실버톤즈’의 노래를 많이 듣고 있을 때여서 ‘실버’라는 단어가 무의식중에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죠. 사이먼은 실제로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가 잠재적으로 가스펠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쪽에서는 그들의 노래가 한국에서 금지곡이 되었던 게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내용의 가사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그 가사 때문에 금지곡이 됐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메시지의 가사가 그들의 노래에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 노래는 의외로 한국 사람들도 대부분 잘 알고 있는 노래 ‘스카보로 페어’입니다. ‘스카보로 페어’의 노래 가사 뒷부분에 보면 “그녀에게 가죽 낫으로 자르라 말하세요“ (Tell her to reap it in a sickle of leather) 바로 다음 부분에 노래가 살짝 겹치면서 속삭이듯 “전쟁은 밑에서, 진홍색 군대 속에서 활활 타올라요”(War bellows, blazing in scarlet battalions)고 노래 부르고 “파슬리, 샐비어, 로즈마리, 백리향” (Parsely, sage, rosemary, & thyme) 다음 부분에도 “장군들은 군인들에게 죽이라고 명령해요”(Generals order their soldiers to kill)라고 읊습니다. “그걸 모아 꽃다발로 만들어 달라고 해줘요” (And gather it all in a bunch of heather) 다음 부분에는 “또 싸우라고 하죠. 그들이 오래전에 잊어버린 명분을 위해”( And to fight for a cause they‘ve long ago forgotten)라고 읊조립니다. 원래 ‘스카보로 페어’는 중세시대부터 영국 잉글랜드 지방에서 불리던 민요였는데 사이먼이 가펑클과 떨어져 영국에 가 있던 동안 듣고서 감명을 받아 편곡하고 가사를 덧붙여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가사를 덧붙일 때 자신의 또 다른 전쟁반대 노래인 ‘사이드 오브 힐’의 가사 일부를 여기에 가져다 쓴 것이죠. “장군들은 군인들에게 죽이라고 명령해요” “또 싸우라고 하죠. 그들이 오래전에 잊어버린 명분을 위해”라고 노래 부르는 이 부분이 바로 ‘스카보로 페어’에도 다시 쓰인 부분입니다. 잔인한 전쟁 때문에 언덕 위에 쓰러져 사람들에게 잊혀진 채 스러져 가는 작은 소년의 삶을 슬퍼하는 내용을 ‘스카보로 페어’에서 다시 노래한 것이죠.
사이먼 앤 가펑클의 ‘스카보로 페어’ (Scarborough Fair/Canticle) 동영상.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Jj4s9I-53g
폴 사이먼의 ‘더 사이드 오브 어 힐’ 동영상.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wBnMtxWY28g
위의 노래들을 듣다 보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로스쿨에도 진학했던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사이먼의 가사는 상당히 운율이 뛰어나고 현실에 대한 생각 또한 상당히 정교한 문학적 논리로 노래에 녹여낸다는 느낌이 다시 한번 피부로 느껴집니다. 이번에 혼자 한국에 오는 가펑클은 대학 때는 건축학을 공부했고 그 뒤엔 노래, 연기에 이어 시를 써서 ‘스틸 워터’와 같은 시집을 내는 색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10년 전 성대결절 때문에 맞은 가수로서의 큰 위기를 눈물까지 흘리는 과정을 통해 이겨냈다고 하는데, 아마도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준 음악들이 그 아픔을 이겨낸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엘비스 프레슬 리가 부른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동영상.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mLbOBoa8vD8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는 엘비스 프레슬리, 아레사 프랭클린, 린다 클리포드 등도 불렀습니다. 다들 훌륭하고 멋진 가수들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 노래만큼은, 가펑클이 부른 것에 대해 작곡자 사이먼이 크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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