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f that's what they want,..(상)
  • 파파게노
    조회 수: 2859, 2008.04.02 07:32:31
  • 어느덧 4학기째(여름 학기 포함하면 6학기), 이곳에서 가르치면서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제법 알 것도 같다.
    나름대로 명성이 있는 학교가 이렇게 돌아가면, 다른 곳도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처음 이곳에서 시작해서 한달 남짓 되었을때, 학과장이 내게 지금껏 잘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사실 좀 의아했다. 교수들 중 어느 누구도 내 강의에 들어와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잘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이렇게 묻진 않았지만, 곧바로 답을 알 수 있었다. 학과장은 여태껏 불평을 한 학생이 없다는 것이다.
    그 뒤 얼마 뒤에 비서도 나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 그 땐, 대하기도 편하고 해서 'How do you know?' 라고 물었다.
    대답은 마찬가지. 아무도 불평을 안했다는 거다.

    첫 학기는 나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몰랐고, 돌이켜 보면 나는 약간은 학생들한테 휘둘린 듯하다.
    나도 나름대로 학생들을 파악도 했다. 일단 명성과 달리 소수의 우수한 학생들을 제외하곤, 기초 실력이 형편 없다는 것을 깨닫고 처음엔 적지않게 놀랬다.
    나는 일반 물리 두번째 학기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첫학기에서 A 를 받아았다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학생조차 그학기에 배운 아주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은 공대생들인데, 미적분이나 벡터, 하다 못해 삼각함수조차도 잘 모르는 학생이 너무 많았다.
    가장 놀란 것은 학생들의 대다수는 자기가 무얼, 얼마만큼 배우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학점이 중요하지, 머리에 든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번째 학기엔 학생들을 좀 다그쳐서, 내 수업에서 뭔가를 배우도록 신경을 썼다. 기초가 되는 수식은 외우도록 하고 (기본적인 수식을 준다든가, 아니면 컨닝 페이퍼를 써오게 한다든가 하는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또 한 학기에 4번 있는 시험을 매번 평균에 맞춰 고치는 것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영어로는 curving 한다고 하는 건데, 대부분의 교수들이 시험후에 평균점수를 구한 다음, 그 성적분포를  그 평균을 75 점인 정규 분포로 바꾸어서 점수를 계산한다. 평균이 50점인 시험에서 50점을 맞으면, 그 학생의 점수가 75점이 된다는 것이다.) 기초가 되는 수식을 모르고서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이며, 머리에 이 기초가 없으면 어떻게 응용이 가능할까가 상당히 염려스러우며, 50점을 75점으로 바꾸는 것은 무슨 조화인가? 처음에 평균이 50점이었는데, 고쳐서 75점이 되면, 다음 시험에 학생들이 공부를 별로 안해서 평균이 45점으로 떨어져도 교수가 다시 75점으로 만들텐데, 공부할 의욕이 과연 생길까?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이렇게 평균이 나쁘면 성적을 올려주는 것이 중, 고등학교에서 이미 습관화되어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도 그것을 당연히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그치는데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았다.
    다른 교수들은 다 그렇게 하는데, 왜 나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는가라는 e-메일을 수없이 받았다. 어떤 학생은 자기 친구는 쉬운 교수한테 수업을 들어서 점수가 좋은데, 자기는 나한테 듣게 되어서 점수가 나쁘다고 불평을 했다. ('쉬운 교수'란 아래에 '우수한 강사와 그렇지 못한 강사' 에서 이미 이야기 했다.) 이 불평을 무마하기 위해 불러서, 설명을 해야만 했다. 아무 것도 배우는 것 없이 성적만 받을 것과 아니면 내 강의해서 뭔가를 배워서 나갈 것 어떤 것이 나은지 한번 생각해보라고.
    curving을 하지 않고, 공식을 외우게 해서 어쨌든 한 학기를 끝냈다. 하지만, 내가 준 성적에서 A 부터 F 까지의 비율은 다른 교수들의 수업과 비슷해야 했다. 결국, 나도 눈가리고 아웅한 셈이다.

    네번째 학기(두번째 여름 학기)에서 학생들은 더 가관이었다. 여름이라 듣는 학생이 얼마 되지 않는데(열 다섯 명 정도),
    자기네들이 첫 시험 성적이 나쁘니까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하루는 강의에 들어갔더니 부학과장이 않아 있었다.
    이런 모습을 거의 1년만에 처음 보니까, 무슨 일이 있구나 하는 것을 직감했다.
    강의 끝나고, 부학과장이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했다. '강의 내용이 excellent 하고, 영어도 훌륭하다'고. 학생들이 불평을 해서 들어왔는데 양해를 구하고, 강의를 듣고 나서는 왜 학생들이 불평을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나는 필경 시험에 대한 불만이라고 이야기 했다. 부학과장도 시험 전에는 불평이 없다가 시험 후에 불평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고 했다.
    두번째의 불평이 과에 전달된 셈이다. (몇 명이서 반란을 일으킨 셈인데, 그 중에 수업시간 내내 불평을 이야기 하던 학생 하나가 다음 학기에 또 내 강의를 들었는데, 그 때 그 학생은 정말 찍소리 못했다. 호의적인 분위 속에서 혼자서 불평을 늘어댈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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