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f that's what they want,..(하)
  • 파파게노
    조회 수: 4643, 2008.04.03 08:45:20
  • 한 학기에 4번 시험을 치게 되는데, 이 때마다 실랑이를 벌인다. 학기 초에 정해진 시험 계획에 아랑곳하지 않는 학생들의 태도 때문이다. 어떨 땐,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수가 400명 가까이 되는데, 별별 학생이 다 있다. 자기 여자친구랑 1주년 되는 날인데, 시험을 다른 날 치면 안되냐고 묻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자기 엄마가 오라고 해서 꼭 집에 가야 한단다. 이런 이야기를 다 들어주면 한정이 없어서, 학칙에 준하는 한도내에서만 허용을 한다고 했는데, 자기 엄마가 오란다는 학생은 시험 있는 날 아예 집에 가버렸다. 그리고는 시험 치기 30분 전에, 그 학생의 엄마한테 e-메일이 왔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자기가 보고 싶어서 불렀다고. 일을 저질렀으면 수습은 그래도 학생이 해야되지 않을까? 보충 시험이 있는 날 엄마로부터 또 메일이 왔다. 자기 아들이 시험을 치고 있냐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 학생의 엄마에게 앞으로 부모와는 상대하지 않을 테니 학생더러 나한테 직접 연락하라고 했다. 그 학생은 3일이 넘도록 수업에 안들어오고, 나에에 메일도 없었는데, 또 뒤통수를 쳤다. 시험 안치고 집에 간 경우에 해당되는 규정이 없나, 비서에게 물어보러 갔고, 비서는 또 부학과장에게 전달되고, 부학과장은 다시 나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리고, 부모가 연락을 했으니 학생에게 시험을 치게 하라고. 나도 그렇게 할려고 하지만, 학생이 나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학기에 또 누가 나의 뒤통수를 쳤다. 한 학생이 자기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메일을 보냈다는데 나는그 메일이 남들과 다를바가 없는 메일이라서 오피스 아워에 찾아오라고 한 것 같다. 근데, 이 학생이 자기 부모에게 이야기해서, 부모가 과에게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는 상황 발생.

    이 학교가 공대로서 명성이 약간은 있는 듯한데, 그것 때문에 정식 교수들이 느끼는 압력도 심하다. 학교에서 교수들이 연구를 해서 연구비를 많이 따오라는 무언의 압력을 계속 가하고 있는데, 이유는 교수들이 외부에서 따오는 돈의 상당부분이 학교로 가기 때문에 학교로선, 이런 교수를 좋아하게 마련이다. 이렇다보니, 정식 교수들은 연구비를 따오는 것이 우선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엔 뒷전이고, 학교도 수업의 수준에 대해선 별 상관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양질의 수업이 학생들에게 전달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학교가 유명할수록 더하다. 교수들이 돈도 안되고 연구에 도움이 안되는 강의를 꺼려하니까, 학부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는 대학원생들로부터 수업을 듣는다. 이 학교 같은 경우엔, 신경이 많이 쓰이는 대형 수업은 수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나 같은 강사에게 맡기는데, 그래서 양질을 수업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오산이다. 나도 처음엔 나같은 사람이 양질의 수업을 가르쳐서, 학생들이 많이 배울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먼저 썼던 글에서도 밝혔듯이, 진도는 남들보다 50%정도 나가고, 시험은 미리 알려주고, 숫자만 바꿔서 내는, 그러고도 성적을 다시 올려줘야 하는 (학생들이 이미 그 수업을 들으면 좋은 성적을 받는다는 알고 있고, 그러니까 공부를 안하니까 내가 내는 시험보다도 훨씬 수월함에도 평균은 더 낮다. 그러나 다시 평균을 75점으로 만든다.) 그런 강사가 우수 강사로써 여러 번 상을 받는 현실이다. 근데 과에서는 이런 강사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아무런 불평이 안들어오니까. 이게 맨 처음 내가 학과장이나 과 비서로보터 들었던 말과 일맥 상통한다. 너하테 강의를 맡기니까, 우리는 너한테 신경을 안 썼으면 좋겠다는 메세지다. 학생들이 한 학기동안 잘 배우건 못 배우건 상관 없다. 그냥 말만 안나오게 하라. 이 학교에 군인 신분의 학생들이 많은데, 한번은 ROTC 학생들이 나에게 와서 자기들만 특별히 봐 주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규정은 들은 적이 없다고 하니까, 지난 학기에 자기네들을 가르쳤던 모 강사한테 물어보란다. 그 강사 앞에서 이야기한 강사다. 규정에 의하면, 그들을 특별 대우하는 것은 다른 학생들을 차별하는 것인데, 이것은 equal opportunity 에 어긋난다.  이미 군인 신분의 학생들한테, 첫 학기 물리는 누구한테 들어라는 지령이 내려진다고 한 학생이 이야기 했다. 다행히 두번째 학기 물리를 가르치는 교수 중에 이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뭣 모르는 학생들이 두번째 학기를 가르치는 교수들 한테 버젓이 같은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럼, 이 사실은 과연 과에선 모르고 있을까? 학생이 누구 교수에서 물어보라고 까지 하는 메일을 보내는데도?

    이쯤 되면 나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 원칙을 지키며 욕들어가며 가르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내 나라 학생도 아닌데, 내 자식도 아닌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여태껏 그들이 내는 비싼 등록금을 생각해 가면서, 또 한편으론 이렇게 형편없이 배워서 나가는 공대생들이 만든 다리를 내가 과연 안심하고 건널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내가 안심하고 그들이 만든 다리나 물건을 쓸려면, 내가 제대로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었는데, 이젠 그건 잊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싫은 것은 내가 현실과 타협하는 것인데, 이제 무너져버린 원칙을 들고 학생을 가르칠 수 있을까?
    이제는 나도 여기서 물러서서 편하게 사는데 낫지 않을까, if that's what they w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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