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학교로 배달된 책과 동봉된 엽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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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 웹페이지에 베이비트리 라는 섹션에서 필진으로 활동하는 서이슬 님은 미국에서 살면서 아들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중인데, 나와는 베이비트리 에서 서로 댓글을 주고받으며 알게 된사이이다.

연재하는 글에서 묻어나는 그녀의 자녀양육에 관한 철학이 평소 내 생각과 일치하는 점이 많아서 반가웠고, 또 미국에 산다는 점, 유아교육을 공부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친근감을 느꼈다.

언젠가는 코난군에게 작아져서 못입게 된, 그러나 모르는 남에게 주기에는 아까운 옷을 우편으로 보내주었을 정도로 서로를 이물없이 여기는 사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

전화 통화도 해본 적이 없지만, 서로의 블로그를 오가며 서로의 글을 읽는 동안에 정보통신 사회에서만이 가능한 싸이버 우정을 쌓고 있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녀가 이번에 책을 출판했다.

그리고 나에게 한 권을 보내주었다.

이런 좋은 책은 돈을 내고 사서 읽어야 저자에 대한 예의겠지만 미국에서 한국책을 구하기란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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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리양보다 10개월이 어린 아들 산이를 키우면서 있었던 일, 배웠던 것, 느꼈던 점, 등등을 아주 읽기 쉬운 문체로, 그러나 여러 가지 전문 서적을 참조하여 쓴 책이라서 배달 받은 그 날 하릇 저녁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유시민 작가의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쉽게 술술 잘 읽히는데 그 내용은 무척이나 방대하고 다양하고 전문적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나는 한국을 떠나온지 오래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때문인지, 유려하다고 평가받는 문장이나 몇 번을 곱씹어 읽고 생각해야만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어려운 글을 읽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다.

전공이 유아교육이라 더 그런지 몰라도, 아무리 심오하고 어려운 내용이라도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방법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공연히 현학적으로 어려운 말을 늘어놓거나 복잡하게 꼬아놓은 글을 읽기가 싫다.

그런 점에서 유시민 작가의 글이나 이 책은 내게 훌륭한 독서의 대상이다.

내 사고의 논리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술술 쉽게 읽어가는 동안에 유용한 정보를 얻기도하고 깊은 감동을 받기도 하고 또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위의 책 표지 그림은 아마추어 화가의 서투른 작품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정글짐을 오르는 아이의 발과 다리가 어색하게 보이지만, 그것은 서투른 그림 때문이 아니고 아이가 가지고 있는 질환 때문이다.

그 질환 때문에 이 책의 저자는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투지를 불태우기도 하며, 그러나 여느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크게 다를 것 없이 살고 있다.

짝짝이 다리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것은, 유난히 충치가 잘 생기는 아이나 편도선이 걸핏하면 붓고 염증이 생기는 아이를 키우는 것과 많이 다를 것은 없지만 - 늘 조심하고 지켜보면서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심정은 똑같을 것이다 - 충치나 편도선에 비해 눈에 잘 띄는 특징 때문에, 그리고 딱히 치료법이 아직 없는 질환의 희소성 때문에, 저자는 보통의 엄마들보다 조금 더 노력하고 수고해야 한다.

공연히 비련의 주인공이 되기 보다는, 팔을 걷어 부치고 힘을 내어 의학을 공부하고, 유아교육을 공부하고,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대중을 계몽시키는 노력을 하는 저자에게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

언젠가 그녀가 검정 가죽 수트를 빼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쿠바의 해안선을 달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그냥 내 마음 속의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이 그러하다 :-)

 

 

2018년 4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