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는 아편과 닮은 꼴

김양수 2003.12.04 05:04 조회 수 : 626


뇌의 화학 작용 변화시켜 중독성 유발…동물 실험에서는 노화 촉진 현상도
  
패스트푸드는 ‘폐기물’이라는 뜻이 담긴 ‘정크’ 푸드라고 불릴 만큼 그릇된 식생활의 주범으로 꼽힌다.

전세계에서 비만 어린이가 급증하면서 동맥경화·고혈압·당뇨병 등 이른바 성인병이 아이들에게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밖에서 뛰어 놀기보다 집안에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를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의 습성이 비만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다. 그러나 어린이 비만의 주범이, 패스트푸드를 과다 섭취하는 그릇된 식생활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발표되는 연구들은 패스트푸드의 부작용이 비만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에 들어 있는 높은 지방과 설탕 성분이 뇌의 화학 작용을 변화시켜 담배나 마약과 같은 중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단 패스트푸드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패스트푸드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정기적으로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식욕과 관련된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해 점점 더 많은 양의 지방을 원하게 되고, 식욕을 자극하는 물질을 과도하게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 또한, 패스트푸드와 같은 고지방 식품은 뇌에서 ‘오피오이드’라는 아편과 유사한, 쾌감을 자극하는 화학 물질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패스트푸드의 유해성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나타났다. 어린 시절에 패스트푸드와 같이 영양소가 부실한 음식을 공급받은 무리에서는 노화가 더 일찍 일어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일이 인간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생물학적으로 흔한 현상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패스트푸드는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다. 텔레비전 광고와 어린이들의 패스트푸드 섭취량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밝힌 연구들이 쏟아지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패스트푸드 광고에 인기 연예인이 등장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확한 판단을 하기 힘든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우상이 광고에 나와 패스트푸드를 먹는 장면은 부모를 졸라 패스트푸드를 찾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튀긴 음식, 인체에 해로운 포화 지방 많아

현재 미국의 거대 패스트푸드 회사들은 담배 회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거액의 법적 소송에 직면해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담배 포장지에 나와 있는 인체 유해성에 대한 경고 문구와 같이 패스트푸드가 비만이나 중독성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포장지에 표시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모르고 먹은 소비자들에게 해를 입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필립 모리스라는 담배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던 변호사가 선봉에 서서 패스트푸드 회사를 상대하고 있다.

2002년 9월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맥도널드 사는 지난 10여년 동안 계속된 보건학자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동종 업계에서는 최초로 자사의 ‘프렌치 프라이’를 비롯한 튀김 음식류에서 인체에 해로운 트랜스 지방과 포화 지방의 양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기름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 초 일부 패스트푸드 매장에는 과일과 샐러드가 새로운 메뉴로 등장했다.

우리 나라의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이와 같은 근본적인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제품 가격을 인하하거나 장난감을 끼워 주는 얄팍한 상술로 난관을 타개하려 한다면, 지금까지 이룩한 고속 성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시장에서 사라져 갈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관한 인식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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