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알려진 음식 상식 ‘오해와 진실’

시사저널 2004.06.14 00:51 조회 수 : 523


음식에 관한 각종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어떤 음식의 어떤 성분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갖고 있다고 발표되면, 그 연구 결과를 우스꽝스럽게 단순화해서 복음처럼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이제 먹는 일이 하나의 의학적 과정이 되었다.

그러나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음식 상식 가운데 대부분은 극히 피상적인 지식일 가능성이 높다. 그 가운데 최근 주목되고 있는 상식의 진위 여부를 알아본다.

<당근은 몸에 좋다? >

‘당근’(‘물론’이라는 뜻의 신세대 용어)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당근에는 당질·칼슘·나트륨·비타민 A·B·C 등이 골고루 들어 있다. 또 적색을 띠게 하는 카로틴은 인체에 들어가 비타민A로 바뀐다. 성분만 놓고 보면 당연히 건강에 이롭다. 그러나 암 치료나 건강에 좋다는 말을 믿고 당근을 지나치게 많이 먹었다가 간질환과 황달에 걸렸다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꿀이 설탕보다 더 이롭다? >
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꿀과 설탕을 비교하는 것조차 거북해할지 모른다. 당연한 생각이다. 그동안 꿀은 거의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꿀 속에 비타민이 더 많고, 꿀은 먹어도 살이 찌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설탕에 비타민과 무기질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꿀 100g에 든 비타민은 B2(리보플라민) 0.04㎎뿐이다. 우리가 하루에 섭취해야 할 비타민B2는 약 1㎎. 그러니까 꿀을 100g씩 먹는다고 해도 하루에 필요한 리보플라빈을 4%밖에 섭취하지 못하는 셈이다. 꿀은 설탕과 거의 다른 점이 없다. g당 칼로리까지 비슷하다.

<라면과 컵라면에 관한 진실은? >
논란이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기름에 튀긴 라면은 시간이 지날수록 산화한다는 것이다. 산화한 기름은 유전자에 상처를 입히고 노화를 촉진하기 때문에 꼭 먹어야 한다면 나온 지 얼마 안된 제품을 골라 먹는 것이 좋다. 안티패스트푸드 박명숙 간사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선 수입산 밀가루를 쓴다. 그리고 면을 쫄깃쫄깃하게 만들기 위해 알카리제를 첨가하고, 맛난 색을 내기 위해 착색제를 사용한다. 또 산화 방지를 막기 위해 산화방지제까지 사용한다. 화학 조미료의 양(2g)도 지나치게 많다(세계보건기구는 화학 조미료 하루 섭취량을 3~5g으로 제한하고 있다). 사발면의 용기도 여전히 위험하다. 생식 기능을 저하시키는 물질로 알려진 스티렌 다이머 등이 용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면만 건져 먹으면 안전할까. 아니다. 한 실험을 통해 용기에서 나온 물질이 빠르게 면으로 스며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국물보다 면이 더 위험하다는 뜻이다.


<싱겁게 먹는 것이 더 좋다? >
많은 사람이 저염(底鹽) 음식을 선호한다. 짠 음식이 고혈압을 유발하고 뇌졸중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 탓이다. 그러나 소금을 듬뿍 섭취하지 않는 한, 소금을 1~2g 줄이는 것보다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건강에 이롭다. 일본의 식품연구가 마구치 히데오(<초라한 밥상> 저자)는 우리 몸에 소금이 부족하면 오히려 식욕 부진·권태감·피로감이 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참고로 우리 나라 사람 1인당 소금 섭취량은 하루 평균 12.5g(액체에 녹아 있는 양)이나 된다.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량은 하루 5g 이하.

<붉은 포도주는 암을 예방한다? >
최근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포도와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소량의 페놀 성분(레스베라트롤)이 어떤 암을 예방할지 모른다. 그런데 마르코 리바 교수(밀라노 대학·식품영양학)에 따르면, 이 정보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무시된 채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우선 사람이 아니라 실험용 쥐를 이용한 연구 결과였다. 사람이 쥐에게서 나타난 효과를 얻으려면 매일 레드 와인을 15ℓ(와인 20병)나 마셔야 한다는 점이다.

<감자는 많이 먹을수록 좋다?>
사람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다. 감자는 잘 알다시피 세계 모든 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건강 식품이다. 감자의 성분은 쉽게 소화되는 녹말(탄수화물 그룹)이 대부분이다. 감자 같은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는 사람은 심장마비나 뇌졸중·암·소화기 질환 등에 걸릴 확률이 적다. 일부 영양학자가 감자를 ‘완전 식품’으로 분류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섣부른 주장이다. 마른 사람과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은 매일 감자를 먹어도 좋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가끔 적당히 먹어야 이롭다. 구운 감자는 동일한 열량을 내는 순수한 설탕보다 훨씬 빠르게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상승시키고, 또 상승 폭도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튀긴 감자는 훨씬 더 나쁘다(윌터 윌렛 <웰빙 푸드>).



<설탕보다 크루아상이 더 안전하다? >
많은 사람이 커피를 마실 때 설탕을 넣지 않는다. 이유는 살찌기 싫어서이다. 그러면서 크루아상은 사양하지 않고 먹는다. 놀라운 것은 크루아상 속에 든 설탕의 양이다. 커피에 들어가는 설탕이라야 5g도 안되지만, 대부분의 크루아상에는 대략 20g의 설탕이 들어 있다(<슬로푸드>에서).

<달걀은 ‘완전 식품’인가? >
꽤 오랫동안 달걀은 완전 식품의 대명사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각종 질병의 주범으로 알려진 콜레스테롤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소비량이 대폭 줄었다. 실제 한 개의 달걀 노른자에는 200㎎ 이상의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다. 이는 1일 섭취 권장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러나 미국의 월터 윌렛 교수(하버드 대학 보건대학원 영양학과장)는 여러 모로 볼 때 달걀의 위험성이 소문만큼 크지 않다고 말한다. 별도의 콜레스테롤을 하루에 200㎎씩 식사에 추가했더니,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만 약간 올라갔다는 것이다(이론적으로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10% 증가). 반면 달걀은 포화지방의 함량이 무척 낮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단백질, 일부 다중불포화지방, 엽산, 비타민 B 복합체를 포함하고 있다. 단순히 콜레스테롤 수치 때문에 달걀을 외면하는 것은, 이익보다 손해를 보는 행위이다.

<통조림은 안전한가? >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특히 오래된 통조림은 주의를 요한다. 사람들은 흔히 통조림의 내용물이 쇠통 속에 들어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다르다. 용기는 금속제이지만 내용물이 접촉하는 부분은 플라스틱으로 코팅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 이향기 부회장에 따르면, 이 내면 도료는 에폭시 수지이다. 에폭시 수지의 원료는 비스페놀A. 태아기에 비스페놀A에 노출되면 전립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난자의 성숙을 방해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임신부는 비스페놀A를 멀리해야 한다.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있다?>
소문이 아니라 진실이다. 커피가 대단히 안전한 음료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오랫동안 커피는 평판이 좋지 않았다. 유방암·췌장암·심장병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 탓이었다. 나중에 그같은 결론을 도출한 실험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흡연 습관을 빼놓고 조사했던 것). 그렇다고 커피가 물처럼 순수하다는 말은 아니다. 커피에 든 카페인은 분명히 약물과 같은 활성을 갖고 있다. 부정적인 면도 있다.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몸이 떨리거나 신경과민·불면증 따위가 생긴다. 게다가 중독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종이 필터를 거치지 않은 커피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하지만 커피는 적당히 마시면 신장결석과 담석이 생길 확률을 낮추고, 자살 욕구를 줄여주고 기분 전환까지 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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