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천식, 생후 1년이 좌우한다

시사저널 2004.06.14 00:53 조회 수 : 746 추천:1

어린이 천식, 위험 요소 일찍 접촉할수록 발생률 높아

100m를 전력 질주한 사람에게 주스를 마실 때 쓰는 빨대 하나를 주고 그것으로 숨을 쉬라고 한다면 그 고통이 얼마나 클까? 천식 환자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당하는 고통을 비유한 표현이다.

선진국 질병으로 여겨지던 천식이 이제 전세계에서 가장 흔한 질환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어린이 천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 나라도 어린이 10명 가운데 1명이 천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천식(기관지천식)은 유전·생활 습관·환경 같은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최근 천식과 관련한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예방의학과 연구진은 5세 이전에 천식 진단을 받은 어린이들과, 천식에 걸리지 않은 또래 어린이를 대상으로 그들의 과거 생활 환경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천식 증세가 있는 어린이들은 어린 시기, 특히 생후 1년 이내에 천식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위험 요인에 노출된 경험이 있었다. 천식 발생이 위험 요소와 접촉하는 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태어난 지 1년이 안된 시기에 나무나 기름을 태울 때 발생하는 그을음이나 바퀴벌레에 노출된 어린이들은 5세 이전에 천식을 앓는 비율이 2배나 높았고, 살충제에 노출된 어린이는 2.4배, 제초제에 노출된 경우는 자그마치 4.6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화석 연료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일산화탄소·미세 분진 등은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호흡기 질환을 비롯해 천식 발생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상태이다. 바퀴벌레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로 하여금 과민 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자극 물질을 배출한다는 사실도 실험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같은 시기에 개나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과 접촉한 어린이들의 천식 발생률이 애완동물과 접촉하지 않는 어린이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나아가 몇몇 연구들은 젖먹이 시절 애완동물과 빈번히 접촉한 어린이들은 오히려 나중에 천식 발생 위험이 줄었다고 보고하고 있어,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형제 많은 집안 아이들 천식 걸릴 가능성 낮아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부모가 천식을 앓았던 병력이 있는 경우,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은 자녀의 천식 발생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애완동물이 모든 어린이의 천식을 예방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린이가 살충제에 노출되어 살충제 성분이 체내로 침입하게 되면 이를 해독하는 능력은 성인보다 훨씬 떨어진다. 그 결과 체내에 오랫동안 남아서 아직도 발달하고 있는 그들의 호흡기와 면역 체계를 더욱 민감하게 만들어 천식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천식에 걸릴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식이 형제 자매의 수나 생활 환경과 연관이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그러나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탁아 시설에 맡겨진 경험이 있는 어린이들은 천식 발생 위험이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탁아소에서 각종 호흡기 질환에 감염될 위험이 높고, 이로 인해 폐 기능이 손상되어 그것이 천식 증세 발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어린이들의 생활 환경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성인이 되어 호들갑 떨며 건강 관리를 하는 것보다 비용·효과 면에서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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