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음식점 증후군’을 아시나요

시사저널 2004.07.16 17:14 조회 수 : 1015 추천:2

인공 조미료 과다 섭취하면 두통·메스꺼움 등 유발…신생아에겐 ‘금물’


한번 조미료 맛을 보면 그 뒤에도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더 맛있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두통, 메스꺼움, 가슴통증, 저림, 안면 홍조, 졸음, 무력감, 식은땀, 안면 근육 경직, 입 주위 무감각, 심장 박동 빨라짐, 괴상한 꿈꾸기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과다 섭취를 금하라.’

의약품 상자에 나와 있는 경고 문구가 아니다.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화학 조미료 ‘MSG(monosodium glutamate)’를 섭취한 뒤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설명한 글이다. 이같은 증세들은 미국의 중국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뒤에 많이 나타난다고 하여 ‘중국음식점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909년 일본의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는 다시마를 삶은 국물에 인간의 기본적인 네 가지 맛(단맛·신맛·쓴맛·짠맛) 외에 ‘감칠맛’이라는 제5의 맛이 존재하고, 이 맛이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나트륨염’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시마 국물 맛을 인공적으로 합성해낸 것이 MSG인데, 1909년부터 ‘아지노모토’라는 상품명으로 시판되기 시작했다. 이후 대부분의 화학 조미료에 MSG가 들어갔다.

흰색 결정체인 MSG는 매우 신비한 물질이다. 그 자체는 이렇다 할 맛을 지니고 있지 않은데, 음식에 곁들이면 음식 맛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2002년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 연구진은 실험 대상자들에게 MSG가 들어간 음식과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여러 차례 제공한 뒤 맛을 평가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실험 대상자 모두 음식에 대한 선호도, 맛의 풍부함, 짠맛 등에서 MSG가 들어간 음식을 높게 평가했다.

이같은 결과는 MSG 첨가 여부를 사전에 알려준 경우에도 동일하게 나타났고, 실험 대상자 중에는 앞으로도 MSG가 들어간 음식을 먹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노인층일수록 MSG 농도가 높은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MSG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영양 상태 나쁠수록 선호도 높아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MSG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MSG가 들어간 음식과 들어가지 않은 음식의 맛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MSG를 맛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 뒤에 MSG가 들어간 음식을 더 맛있게 느낀다는 것이다.

1968년 권위 있는 의학 잡지 <뉴잉글랜드 저널 어브 메디신>에 MSG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처음으로 제기된 뒤, 지난 30년 동안 그 진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동양의 맛 MSG를 경험한 미국인들 사이에 중국음식점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은 축적된 연구 결과를 근거로 MSG를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성분’으로 분류해 놓았다. MSG에 의한 부작용은 일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후군’일 뿐이지 ‘질병’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생아용 음식에는 MSG를 첨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천식 및 고혈압 환자, 우울증 약 복용자, 울혈성심부전 환자, 알레르기 민감자들은 예방 차원에서 MSG 섭취를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식품의 표지에는 MSG라는 용어 대신 ‘엘-글루타민산나트륨’으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피천득 시인은 ‘맛은 그때뿐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MSG가 주는 순간의 행복과 발생 가능한 부작용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 www.eandh.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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