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중순에는 조지아 대학교 봄방학이 일주일간 있습니다.
오늘은 그 봄방학의 마지막 날입니다.
수업을 듣지 않는 제게 봄방학이란 강의 준비를 하지 않고, 교생실습 지도가 없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해방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더우기 방학 직전에 가졌던 논문 연구계획 회의에서 논문심사위원 교수님 한 분께서 제 논문 디자인을 수정할 것을 권하셨기 때문에 일주일 간의 방학 기간 중 나흘을 논문 자료를 붙잡고 씨름을 하느라 더욱 그랬습니다. 게다가 날씨도 조지아의 3월답지 않게 비가 오고 추워서 바깥 나들이라고는 밤에 한 시간씩 하는 조깅외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 봄방학을 이렇게 시시하게 만든 것은 바로 남편의 부재였습니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집안에서 빈둥거리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이 함께 있었다면, 아무리 바쁘고 날씨가 나빠도 짧은 나들이라도 했거나 재미난 일을 만들었을텐데… 하다못해 세차를 하거나 가까운 공원에서 바베큐라도 한 판 했을텐데…
남편과 떨어져 산지 이제 일곱 달째…
혼자 자는 것도 무섭지 않고, 이불 빨래도 혼자서 잘 하고, 장거리 운전도 너끈히 잘 할 수 있지만… 공부와 조교일이 힘겨울 때가 있어도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나서 다시 힘을 내서 도전하고 있지만…
남편이 가장 그리울 때는 바로 지금처럼 심심할 때입니다. 혼자 일하기 혼자 밥먹기 같은 건 어렵지 않지만, 혼자 놀기는 너무나 힘든 일입니다.
아마 남편도 저와 똑같은 심정일 겁니다. 오랜 자취생활과 부지런한 성격 덕분에 마누라가 없어도 생활에 불편함은 없겠지만, 날씨 좋은 주말에 카메라 들고 함께 나설 짝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따분할 노릇일 겁니다. 재미난 영화가 개봉을 해도 함께 볼 사람이 없으면 남의 나라 일이요, 먹거리 시장보러 나서는 발길도 혼자서는 아무런 즐거움이 없는 그저 해치워야 하는 일일 뿐이겠죠.
이제 두 달만 있으면 남편과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아주 신나는 프로젝트를 하나 할 계획입니다. 그것은 바로… 4년 간 살아온 살림살이를 모두 꾸려서 버지니아로 옮기는 일… 전문용어로 “이사” 라고 하는 것입니다. ^__^
학교 창고를 뒤지고 가게를 돌아다니며 종이 상자를 구해오고 (돈주고 사면 간단하지만 우리 프로젝트는 쓸데없는 지출을 안하는 것에서 재미를 추구하므로), 그 상자를 하나하나 채워나가며, 이 물건은 버리고 갈 것인가 가지고 갈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고, 짐을 싸는 동안 남편의 힘자랑에 놀라워하거나 마누라의 잔머리에 감탄하며 우린 행복해 할겁니다… 버지니아까지 가는 여섯 시간 동안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할 것이고, 새 집에 들어가서 함께 짐을 정리하고 벽에 못을 박거나 샤워커튼을 달면서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감사히 여길 것입니다.
아…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신나는 일이네요.
얼른 남편과 다시 합쳐서 매일매일 그렇게 신나고 재미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안녕… 나의 마지막 방학이여…
(교수가 되면 방학은 방학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하기야 방학은 누가 뭐래도 학생의 특권이긴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