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배꼽은 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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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가르치는 과목 중에 하나가 아동발달 이다.

출생 전 시기부터 청소년기 까지 신체, 인지, 정서 발달에 관해 가르치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발달기는 물론 유아기 (영어로는 초기 아동기, Early Childhood) 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전 단계에 비해 언어능력이 놀랍도록 향상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표현할 수가 있는데, 인지능력은 아직도 발달하는 중이라 그들의 논리와 추리력은 아주 독창적이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강의 시간 내내, 학기 내내, 나혼자 앞에서 떠들어대는 것보다, 학생들을 갖가지 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이 더 나은 학습효과를 가져온다고 믿기 때문에, 이 과목에서 학생들은 한가지 주제를 정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엊그제 발표한 학생들은 유아기 발달에 대한 프로젝트를 했는데, 그 중 한 학생이 제출한 과제물이 유아기 특유의 사고방식 (Piaget의 요어를 빌자면, Preoperational thinking, 전조작적 사고) 을 매우 잘 보여주었다.

서너명의 유아를 인터뷰했는데, 질문은 다음과 같다:

해는 밤에 어디로 갈까? (Where does the sun go at night?)
잔디는 왜 푸른색일까? (Why is the grass green?)
눈은 왜 내릴까? (Why do we have snow?)
새들은 왜 지저귈까? (Why do birds sing?)
파리는 어떻게 천장에서 걸어다닐까? (How do flies walk on the ceiling?)
주근깨는 왜 생길까? (Why do you have freckles?)
말하는 법은 어떻게 배웠을까? (How did you learn to talk?)
배꼽은 왜 있을까? (Why do you have a belly button?)
간지럼은 왜 탈까? (Why are you ticklish?)
별은 왜 반짝일까? (Why do the stars shine?)
아기는 어디서 올까? (Where do babies come from?)

유아기 아이들은 위의 질문에 바르게 대답할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정확한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고, 언어능력이 뒷받침 되는지라, 재미난 대답을 한다.

눈이 왜 내리느냐는 질문에, “뉴스에서 눈이 온다고 했으니까” (일기예보를 유심히 봤던 모양이다)

주근깨는 왜 생기는가 하면 “개구리가 얼굴에 오줌을 싸서” 라고 대답한 녀석도 있었고…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배꼽은 왜 있을까?” 에 대한 대답이었다.
“To keep my belly closed”

배를 닫아두기 위해서?
유아의 상상력에서 나온 대답이라 재미있기도 하지만, 과학적으로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사족:
태내기,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중에서 유아기 강의가 이번 금요일 시험으로 완전히 끝나니… 이번 학기도 확실하게 후반으로 접어드는 모양이다.

또 사족:
영어는 여전히 잘 안되어서 괴로운데, 한글 쓰기는 또 왜 이렇게 어려운걸까? 그래도 한 때는 ‘글 잘 쓴다’ 소릴 듣기도 했는데… bilingualism 이 아니라, bilingual disability가 생기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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