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 금요일에 리치몬드에서 있었던 버지니아주 유아교육연합회 연례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기 위해서 한국에서 교수로 일하고있는 친구가 다녀갔다.
수원 모 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일하는 친구는 1991년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친하게 지내는 과동기이다.
학부를 다니던 시절, 그녀도 나도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학과 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는, 평범하거나 심지어 강남출신 부잣집 딸들에 비하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부류에 속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처럼, 이화여대를 다니는 학생들은 부모를 잘 만나 부잣집에서 곱게 자라고, 그 때문에 사치스러운 차림새를 하고 다니며, 공부보다는 멋부리는데 더욱 관심을 가진 이가 많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은 부류의 사람도 상당수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 “이대 나온 여자” 답지 않은 사람들을 “이대 출신 답지 않다”는 평을 하곤 한다.
즉, 내 친구 B교수도, 나도, “이대 출신 답지 않아보이는” 부류인 것이다.
나흘 간의 짧은 방문 일정 동안에 B와 나는 많은 일을 함께 하고, 먼 거리를 함께 다녀오고,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 중에 많은 부분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유아교육에 관한 것이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 이야기도 하게 되었다.
재미난 사실은, 그 때 잘 나가던 친구들은 의외로 지금 평범하게 살고 있고, 그 시절 그닥 잘나가지 못했던 이들은 여전히 전공지식과 경험을 살려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제법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면, 우리 선배님들 중에도 “이대 출신이 아닌 것 같은” 분들이 지금 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의식있는 영화배우 김여진이 그렇고, 존경하는 한명숙 전총리가 그러하다.
나는 권위의식과 자존심만으로 똘똘 뭉쳐서 도무지 다른 이와 화합할 줄 모르는, 게다가 쓸데없는 잘난 척이나 하고 다니는 “이대나온 여자”들을 경멸한다. 어떨 때는 내가 그들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다.
그러나, 내 친구 B교수를 만나서도 그랬고, “이대나온 여자답지 않은” 자랑스런 동문을 보면 내가 그들과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 모순같은 느낌이란…
2011년 3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