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유아교육에 있어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주요 인물이다.
그가 정의한 네 개의 인지발달 단계 중에 첫 번째 단계인 감각운동기는 출생부터 만 2세 전후까지 지속되는데, 다시 여섯 개의 세부 단계로 나뉘어진다.
여섯 개의 세부 단계중 세 번째인 2차 순환반응기의 특징은 1차 순환반응기의 관심이 유아 자신의 신체에 국한되는데 반해, 외부의 사물로 관심이 확대되는 것이다.
사물에 대해 무언가 반복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그 물체를 인지하고, 같은 반응을 다시 얻어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한 가지 행동을 반복하는데, 오늘 둘리양을 관찰하다가 아주 좋은 예를 발견했다.
피아제의 단계별로 둘리양의 지금까지의 발달 상황을 보자면, 첫번째인 반사운동기 (생후 1개월까지) 동안에는 모로반사행동을 보였다. 팔의 운동이라고는 그저 깜짝 놀랐을 때 화들짝 하고 양 팔을 동시에 떨어주는 것 뿐이었다는 뜻이다. 그것은 근육의 반사작용일 뿐, 둘리양의 어떤 의도가 더해지지 않은 것이었다.
다음으로 두 번째 단계인 1차 순환반응기 에는 팔을 움직여 손을 입으로 가져가서 쪽쪽 빨곤 했다. 어느날 우연히 주먹을 빨아보니 만족스런 느낌이어서, 일부러 같은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하는 단계였다.
그리고 오늘 관찰한 세 번째, 2차 순환반응기 에는 장난감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팔을 뻗어 아래위로 흔드는 행동을 처음에 우연히 시작했다가 ‘이거 재미있군’ 하고 의도적으로 반복해서 같은 행동을 몇 십분 동안 계속 했다.
아마도 가을 학기에 가르치는 영아발달과 학습 과목에서 좋은 강의자료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사진을 잘 모아두려고 한다.
소서에 붙은 여러 가지 놀이감 중에서 시소타는 팬더곰 두 마리가 둘리양과 더불어 오늘의 주인공이다.
팬더곰을 계속 움직여 시소타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니 스스로 팔을 뻗는 둘리양. 관심의 시작이다.
우연히 한 번, 팔을 흔들었더니 손이 시소를 쳐서 팬더곰이 움직였다.
엄마가 시소를 다시 움직여서 둘리양 손이 가까운 쪽이 다시 내려오게 해주었다.
또다시 손을 움직여 엎드린 팬더곰 쪽 시소를 올리는 둘리양.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를 보고 만족하는 모습이다.
아하!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둘리양이 손을 그 쪽으로 뻗었던 것이 노란 대나무 모양 기둥을 잡았기 때문이었구나…
이젠 제법 능숙하게 장난감을 움직이고 쳐다보게 되었다. 불과 몇 십 분간의 학습의 결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훌륭한 학습자료는 사람이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이다.
나의 연구대상인 두 아이들.
2012년 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