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코난군에게 플레이 데이트를 하게 해주었다.
여름 방학 동안에는 다른 누구 보다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거나, 혼자 놀이하게 하려는 목표가 있었기에 일부러 친구들을 부르지 않았는데, 방학이 두 달 쯤 지나가고나니 코난군은 친구들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친하게 지내던 레드룸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니, 어떤 아이들은 여름 프로그램을 매일 다니고 있고, 또 어떤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가서 지내고 있고, 또 어떤 아이는 장기간 가족 여행중이어서 함께 놀 친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목요일에는 여자아이 엘리가 와서 하루 종일 놀다가 갔고, 이번 주에는 코난군이 가장 좋아하는 친구 소렌이 한 달여 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어제는 그 집에서, 오늘은 우리집에서 이틀 연속 플레이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사실은 여름 방학 동안에, 소렌이나 다른 친구들과 심리적으로 조금 멀어지게 만들어서 초등학교에 가면 새로 친구들을 사귀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었는데, (소렌은 코난군과 다른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것보다도 코난군의 친구를 향한 그리움이 더욱 커서, 결국 소렌을 다시 불러다 놀게 한 것이다.
오늘 아침, 소렌을 맞을 준비를 하느라 아침 일찍부터 식사를 마치고, 거실과 방을 정리하고, 놀이 규칙을 정했다.
오늘의 규칙은 단 네 가지:
1. Clean up after each play
2. Gentle play inside, tough play outside
3. No hurt each other
4. Respect each other
1번 규칙은 각각의 놀이가 끝나면 그 때 그 때 장난감을 치우도록 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놀고나서 헤어지기 직전에 정리를 시켰더니 아이들은 이미 지쳐있기도 하고, 치워야할 것이 너무 많아서 엄두가 나지 않거나 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수시로 장난감을 정리하면 다음 놀이를 할 공간이 확보가 되어서 보다 원활하게 놀이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2번 규칙은, 예전같았으면 ‘실내에서 칼싸움 하지 않기’ ‘침대나 소파에서 뛰지않기’ 등의 구체적인 규칙을 정했을 것이나, 이젠 아이들이 더 자라서 조금은 추상적인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반면에 세부 행동 수칙을 일일이 정하기에는 그들의 사고와 행동의 반경이 넓어졌기 때문에, 그런 세부사항을 뭉뚱그려 하나의 규칙으로 정한 것이다. 뛰고 구르고 소리지르며 터프하게 노는 것은 바깥에 나가서 놀 때 하고, 집안에서는 얌전하게 논다. 이렇게 추상적으로 쓰고, 예를 들어 설명을 해주니 두 아이들 모두 수긍하고 동의했다.
3번 규칙은 코난군이 먼저 생각해낸 것인데, 2번 규칙을 설명하면서, 바깥에 나가서는 얼마든지 뛰고 구르고 레슬링을 해도 된다고 했더니, 그래도 레슬링을 너무 심하게 하면 넘어져서 옷이 더러워지고 다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걱정을 했다. 그래서, 터프하게 노는 것은 좋지만 다치지는 않도록 조심하자는 규칙을 추가한 것이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건을 머릿속으로 떠올려서, 가능한 경우의 수를 예측해내는 사고능력이 생긴 코난군이 자랑스러웠다.
4번 규칙이 가장 추상적인 개념이고 다소 모호한 말일 수도 있는데, 서로를 존중하자는 이 규칙을 구체적인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코난군은 스타워즈 영화를 보고싶고, 소렌은 파워 크리쳐 만화영화를 보고 싶을 때, 무조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고집하지 말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도 한 번 고려해보고, 가급적이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자 하는 것이다.
사실 respect 라는 말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자주 쓰는 말인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을 깔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학급 혹은 학교 전체 차원에서 독려하는 덕목이다. 여기에서 다른 사람이란 굳이 동급생 친구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도 어린 학생들을 존중해야 하고, 교장 선생님, 학부모, 급식 아주머니, 등등 그 누구라도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에 속한다.
이제 곧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할 코난군에게 미리 단어의 뜻을 생각해보고 익숙해지라고 일부러 마지막 규칙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코난군과 소렌 각각이 자필 싸인을 하도록 했는데, 방학 동안 매일 일기를 쓰고 스터디 타임을 가져온 코난군은 이제 자기 이름을 익숙하고 정확하게 쓰는 것을 보며 다시 한 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자란 코난군을 보니, 초등학교 생활도 무리없이 잘 해나갈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2013년 8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