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생원두를 로스팅하고 핸드밀로 갈아서 마시기 시작하고부터 커피 만들기는 남편의 업무가 되었다.
원두를 골라서 구입하고 로스팅하는 것은 내가 아예 엄두도 못낼 일이라 일찌감치 포기했고, 전동 그라인더로 커피를 갈면 입자가 곱지 않고 모터에서 나오는 열이 커피향을 죽이기 때문에 핸드밀로 갈아야 하는데 그게 팔뚝힘이 제법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동 커피메이커가 아닌 모카포트로 커피를 만들려면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포트의 나사부분을 잘 맞추어 잠궈야 하고, 우유 거품을 내기 위해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잘 다루어야 하는 등… 점점 커피 만드는 과정이 나의 분야를 벗어나게 되었다.
하여, 아침마다 맛있는 커피를 남편이 만들고 나는 얻어먹기만 한다 🙂
남편 덕분에 이렇게 맛있는 커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예전에 카푸치노를 사먹을 때는 계피가루가 거슬리기만 했는데, 제대로 맛있는 커피로 만든 카푸치노에는 계피가루를 뿌리니 그 맛과 향이 훨씬 더 좋아지는 것을 알겠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 커피를 전혀 사먹지 않게 되었다.
맛없는 커피를 먹느니, 차라리 안먹고 말지! 하는 생각에 하루에 마시는 커피 양은 오히려 줄기도 했다.
하루에 한 두 잔만 마시는 대신에, 그 맛과 향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퀄리티이니, 검소한 우리 부부에게 이게 유일한 호사인 듯 하다.
2014년 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