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1

그냥 일기 5-21-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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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을 앞두고

여름 연구 프로젝트

우리 학교는 2주일 전에 졸업식을 끝으로 공식적인 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코난군과 둘리양의 학교와 어린이집은 그로부터 3주 후에 방학이 시작된다.

남편은 나보다 일주일 늦게 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졸업식을 마친 날부터 정말로 모든 학교의 업무가 끝나기 때문에 이번 주 내내 집에서 나무를 심거나, 거실 벽장을 사와서 조립 설치하거나, 태양열 지붕 공사를 감독하는 등, 사실상 교수업무 끝, 풀타임 남편/아빠 업무 시작 모드로 돌입했다.

반면에 유아교육 프로그램 헤드인 나는 공식적으로는 방학이지만, 매일 출근해서 학기 중에 마무리짓지 못한 일을 하고, 또 여름 연구 계획을 세우고, 연구 기금 신청서를 쓰기위해 다른 교수들과 만나서 회의를 하는 등, 아직도 아내/엄마 모드가 아닌 상태이다. 내 마음이 더 조급한 이유는, 아이들이 방학을 시작하면 교수로서의 모든 업무는 올스탑을 해야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아이들 방학이 시작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해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내가 내자신의 성향과 심리상태를 잘 알기 때문에, 아이들과 놀아주다가 문득문득 끝내지 못한 일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서 아이들에게 짜증을 부리는 일을 방지하려면 지금 열심히 일해서 최대한 많은 성과를 이루어 놓아야 한다. 나는 한 가지 일을 하다가도 다른 일을 떠올리는 이른바 멀티 생각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동시에 머릿속에 늘 딴 생각이 들어있어서 현재에 충실하게 집중하지 못하거나, 쓸데없는 잔걱정을 달고 사는 단점도 있다. 반면에 남편을 관찰해보면,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온전히 집중해서 해내기 때문에, 전반적인 시간이나 자원 운용에 있어서 효율성은 나보다 못하지만, 업무의 완성도와 속도에 있어서는 나보다 우위에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윗층에 뭔가를 가지러 가는 길에 아이들이 벗어던진 양말을 주워서 화장실 빨랫감을 모으는 통에 넣고, 또 아랫층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남편의 서재에 있는 빈 컵과 설거지 거리를 들고 내려온다. 반면에 남편은 필요한 물건만 얼른 가지고 온다. 어느쪽이 더 나은가? 이런 비교는 별 의미가 없고, 너도 나처럼 이렇게 하지 왜 안그러니? 하는 생각은 더더욱 할 필요가 없다.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고, 우리는 부부이므로 그런 장단점을 서로 보완하며 살면, 가족 전체에게는 아주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학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연구활동을 하기로 했다. 동료교수인 레이아와 데비와 함께 돈을 활용한 어린이 수학교육을 실행하고, 그 교육효과를 분석해서 연구논문도 쓰고 학회에 가서 발표를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지금은 사범대 학장님이 수여하는 연구기금 신청서를 쓰는 일을 마무리짓고 있는 중이다. 수학에 관한 이해평가를 위해서 코난군을 인터뷰했고, 오늘 저녁에는 데비네 두 아이들을 인터뷰할 예정이다. 그리고나면 7주간의 여름 방학동안에 데비와 나는 각자의 아이들을 데리고 연구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8월 말에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다시 한 번 인터뷰를 하고, 데이타 분석을 하려고 한다.

ㅋㅋㅋ

연구 프로젝트니, 데이타 분석이니, 이런 말로 쓰니 무언가 대단한 연구작업 같이 들리지만, 사실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이 한 번 닦으면 16센트, 책읽기 한 페이지당 7센트, 방 정리를 마치면 28센트, 이런 식으로 매일매일 7주간 어린이가 하는 일에 대해 돈을 주고, 그렇게 해서 모은 돈은 야드세일이나 달러샵 같은 곳에 가서 원하는 물건을 마음껏 사도록 허용하는 것이 연구 프로젝트의 전말이다.

그런데 이 연구가 학계에 공헌하는 의미는 제법 크다. 초등학교 저학년 수학 시간에 돈 개념을 배우지만, 실생활에서 돈을 직접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는 미국 아이들은 (혼자 걸어가서 문방구나 가게에서 물건을 살 수가 없는 환경이다) 정확한 거스름돈을 계산하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두자리수 이상의 더하기 빼기 연산도 어렵고, 100센트는 1달러이므로, 50센트는 0.5 달러가 되는 소숫점에 대한 이해도 힘들다. 내 혼자 생각은 아마도 이런 기본적인 생활문화 차이 때문에 미국인들이 수학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암튼, 이 연구의 촛점은, 어린이에게 매일 1-2달러 한도 내에서 돈의 액수를 계산하고 받은 돈과 돌려줄 차액을 계산하게 하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가족이 아닌 타인과 실제로 그 돈을 사용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꾸준히 7주일간 이런 활동을 하게 한 다음, 평가 인터뷰를 통해서 7주 전의 수학개념 습득 정도와 7주 이후의 정도를 비교하면, 이 활동의 효과가 증명되는 것이다. 혹시나 비슷한 연구가 있었는지 학회논문을 검색해봤지만, 수천 건에 달하는 유아수학교육 관련 연구중에 단 두 개만이 돈과 관련한 연구가 있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이번 연구는 학계에 의미있는 공헌을 할 것 같다.

어디 학계뿐이랴 🙂

7주일간의 기나긴 여름방학 동안에 자칫하면 아이들의 생활이 느슨해지기 쉬운데, 돈으로 강화하면 아침 저녁으로 이닦기, 매일 샤워하기 등의 위생습관도 유지하고, 독서나 방정리 등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할 수도 있으니, 엄마에게도 무척이나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야드세일에  구경가서 아이가 원하는 물건을 자신의 재산한도 내에서 마음껏 사게 하면 아이들에게는 성취감이 생기고,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서 노력하게 될 것이다 –> 즉 더 자주 이를 닦고 더 많은 책을 읽으려 할 것이며, 또한 더 많은 돈계산 (=수학학습)을 스트레스는 커녕 즐거움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마당쓸고 돈줍는 이런 연구 프로젝트는 항상 이 생각 저 생각이 머릿속 여기저기에서 돋아나는 내가 만들어낸 아이디어이다. 한 번에 하나에 충실하게 집중하지 못하는 성향이 이렇게 빛을 발하는 경우도 있으니, 다시 한 번 내 자신에게 만족한다 🙂

2015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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