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이후로 내가 즐겨 찾는 주부 커뮤니티 82쿡 싸이트에는 매일 매일 대통령의 업적을 기록하는 자칭 사관이 되어 이니실록을 날마다 써서 올려주는 사람이 생겼고, 그 알찬 요약본 덕분에 관련 기사와 사진과 동영상을 찾아보는 재미가 솔찬하다.
그 중에서도 5-18 광주 민중항쟁 기념식이 인상적이었는데, 아버지를 잃은 유족에게 다가가서 위로해주는 대통령의 모습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현충일 추념식,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유투브에서 검색해내서 시작부터 끝까지 샅샅이 시청했다.
그러고보면 내 평생에 이런 기념식 행사를 티비로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루하기만 한 목소리로 표정없는 사람들이 뭐라뭐라 하는 기념사니 축사니 하는 말들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 행사가 내 인생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일반 참석자와 똑같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연설에 감동해서 눈물을 닦거나, 체면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성큼성큼 다가가서 슬픈 사람을 위로해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어지간한 멜로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감동이 크고, 쉬운 말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그의 연설은 주어와 술어가 제 자리에 있으며 논리와 내용이 마음에 꼭 드니, 굳이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따로 보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그러고보니 5-18 민주항쟁 운동이 우리 역사에 얼마나 큰 의미가 되었는지, 현충일과 보훈이 의미하고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6-10 민주항쟁의 자세한 내용을 기념식을 시청하면서 배울 수 있었다.
1987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부산에서도 날마다 서면과 광복동 등 도심과 부산대학교 앞에서는 시위가 있었던 기억이 있지만, 학교 선생님들은 우리에게 ‘그런 위험한 곳에 갈 생각도 말고 얌전히 공부만 하라’고 당부하셨다.
언니 오빠도 없고 간이 크지 못했던 나는 그런 시위현장에 가지도 않았고,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최루탄을 맞아가며 시위를 하는지도 자세히 알지 못했다.
다만, 잘생기고 공부 잘 하던 대학생 오빠야들이 데모하다가 억울하게 죽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는 정도를 알 뿐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보고 있는데, 그러고보니 우리 민족은 3-1운동 시절부터 5-18, 6-10, 촛불집회 등등, 대대적으로 모여서 시위를 하는데에 타고난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무척 자랑스럽다.
문재인 정부의 내각 인사들은 외모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도덕성으로나 모든 면에서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그 사람간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찾아내려 하는 습성이 있는데 🙂 강경화 장관 후보의 염색 안한 흰머리카락이 멋져 보이고 ,그래서 나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염색을 안하고 늘어가는 흰 머리카락을 잘 간수할 계획이다.
김정숙 여사의 꼿꼿하고 당당한 걸음걸이가 좋아보여서 나도 수시로 자세에 신경쓰면서 성큼성큼걸어다니려고 한다.
그리고 요즘 꽂힌 것 하나가 있는데…
바로 문재인의 안경테 이다.
덴마크 안과 의사가 자신이 쓰려고 직접 개발했다는 린드버그 안경테이다.
그 중에서도 모르텐 이라는 이 모델은 티타늄을 아주 가느다란 철사처럼 뽑아내어 한 가닥을 꺾고둥글리고 구부려서 나사라고는 쓰지 않고 만든 테이다.
한 때 이런 비싼 안경을 쓰고 다닌다며 문재인을 깎아내리려고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이 있었는데, 가격과 성능을 검색해보니 아닌 게 아니라 값이 비싸기는 하다.
미국에서 이 모델을 구입하려면 테 값만 530달러이고 렌즈 값을 더하면 560 달러 정도 되겠다.
내가 아직 노안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다중 촛점 렌즈를 맞추지 않아도 되어서 그 정도 값이 된다.
하지만, 이 제품은 아주 가볍고 튼튼해서 어떤 충격에도 부러지거나 휘어지는 일이 없다고 한다.
나사가 전혀 없으니 부품이 망가지거나 빠져서 잃어버리는 일도 없고, 설사 무슨 일이 생겨서 안경이 망가지면 무제한 무상 수리 혹은 교체 서비스를 해준다고 하니, 그 가격이 거품이 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찌니 샤넬이니 하는 사치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만든 안경테는 이보다 내구성이나 기능이 떨어지지만 가격은 그 몇 배를 하니 말이다.
내가 이 안경을 쓴다면…
이렇게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날카로운 지성을 자랑하는 학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인자한 교수님의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난 직후 국산 제품 안경테로 바꾸었다고 하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 따라하기 프로젝트에서 이 안경테는 더이상 해당이 없게 되었다…
내 형편에 530달러 짜리 안경테는 과소비이기도 하고…
다음번 기념식은 7월 17일 제헌절이겠군…
ㅎㅎㅎ
2017년 6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