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0

엄마를 바쁘게 만드는 어린이 여름 캠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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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 전에는 캠프 라고 하면 야외로 나가 텐트를 치고 밥을 해먹고 노는 야영만을 떠올렸다.

그래서 여름 방학 동안에 어린이들이 여름 캠프를 간다고 하면 며칠 동안 집을 떠나서 특별활동을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코난군을 키우면서 보니, 여름 캠프란 그저 한나절 혹은 반나절 동안에 참여하는 갖가지 특별활동이지, 집을 떠나 숙박을 하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학제는 여름 방학이 겨울 방학에 비해 훨씬 더 길기 때문에 방학 기간 동안에 아이들에게 즐겁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나처럼 방학이 있는 직업은 상관없지만 아이들 방학 동안에도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를 맡아줄 프로그램이 필요하기도 해서, 동네에는 갖가지 여름 캠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여름에 코난군은 서너 가지 캠프에 등록을 했는데 축구, 테니스, 만화 그리기 캠프는 마쳤고 테니스 캠프를 한 차례 더 다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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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캠프에 다니려면 당연하게도 운동복과 테니스 신발, 라켓, 시원한 마실 물, 간식 등을 준비해주어야 하고, 캠프 장소까지 차로 데려다주고 마칠 시간이 되면 다시 데려와야 하니, 내가 은근히 바빠진다.

아침밥을 먹이고 준비물을 챙겨서 캠프에 보내놓고 집에 돌아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아침 먹은 설거지를 하고나면 금새 다시 아이를 데리러 가야할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둘리양은 엄마 옆구리에 달라붙어 있으니 그 녀석을 보살피고 시중을 들어주어야 하는 것은 기본 사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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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캠프 프로그램은 일주일 단위로 지속되는데, 마지막 날에는 수료증 같은 걸 나눠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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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아빠와 함께 자주 테니스 코트에 나가서 공을 쳤던 덕분에 매일 세 시간씩 배우는 테니스 캠프가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음 주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하는 종일반 테니스 캠프를 더 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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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이지만 태권도는 계속 배우고 있어서 매일 저녁 여섯 시 까지는 태권도장에 데려다 주어야 한다.

품띠를 받으면 6개월이 지나야 검은 띠 심사를 받을 수 있다길래 한동안은 심사나 새 띠를 받는 세레모니가 없겠다 싶었는데, 중간 심사라는 것이 있었다.

어젯 저녁에 여섯 명의 품띠 어린이들이 심사를 받았는데 그 중에 한 명은 검은 띠를 받게 되고 나머지 아이들은 중간 심사를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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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를 배우는 동안에 하나 둘 셋 넷 하고 한국어로 수세기를 하거나 앞차기, 양손으로 아래 막기, 등등의 한국어로 된 용어를 배울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태권도장에 걸려 있는 태극기를 매일 볼 수 있고, 산악 지형인 한국에서 시작된 태권도가 섬나라 일본의 가라테와 어떻게 다른지를 배우기도 하고, 사범님께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한국식 예절을 익히는 등등, 한국인 부모를 둔 코난군에게 여러 모로 유익한 점이 많아서 가능하면 태권도를 오래도록 배우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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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침 저녁으로 한 아이는 옆구리에 달고 또 한 아이는 캠프에서 태권도장으로 실어나르느라 분주한 와중에 또 학교 일도 전혀 없지 않아서 간간이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해서 회의에 참석하거나 가을 학기에 오실 비지팅 스칼러 선생님이 살게 될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

남편과 대학생 딸과 함께 오실 비지팅 선생님은 마침내 이 집을 계약하기로 하셨다.

두 세 군데 집을 내가 가서 살펴보고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리고, 각 집의 구조와 특징과 장단점을 카카오톡으로 설명해드렸더니, 무척 고마워하신다.

마침 방학이라 스케줄이 탄력적이어서 집을 보러 다닐 시간이 허락되기도 했고, 또 집을 보러 다니는 일이 재미있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30평대 아파트 하면 떠오르는 구조가 거의 비슷하지만, 미국집은 한 동네에 나란히 붙어 있는 비슷한 크기의 집이라도 그 구조가 각각 다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어떤 집은 방을 작게 쪼개어 놓았고 또 어떤 집은 방의 갯수는 적지만 각 방의 싸이즈가 크기도 하고, 어떤 집은 지하실이 있고 어떤 집은 지하실 대신에 차고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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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지었다는 이 집은 옆집과 벽을 공유하는 타운하우스인데 침실이 세 개, 화장실이 세 개반, 부엌과 거실이 있는 삼층집이다.

지하실을 침실과 화장실, 거실이 딸린 공간으로 개조해서 방과 화장실이 그렇게 많은 것이다.

바닥재가 카펫이 아닌 마루라서 청소와 관리가 편리할 것 같았고 앞뒤로 열린 창문으로 햇빛이 밝게 들어오는 좋은 집이어서 내 마음에도 들었다.

 

집에서 애들과 놀다보면 이런 프로젝트를 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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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스 천을 사다가 온가족이 셋트로 입을 자켓을 만들기로 했다.

남녀노소가 함께 입을 것이라서 고른 것이 밝은 회색 천이었고 지퍼는 각자 좋아하는 색깔로 고르게 했다.

집에 재봉틀이 있기는 하지만 그걸 꺼내서 변압기에 연결하고 – 한국에서 가지고 온 것이라 미국 전압에 맞지 않음 – 자꾸만 끊어지는 실을 연결해가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우다다다 하고 나가는 바늘을 제어하느라 진땀을 흘릴 바에야 손바느질이 훨씬 낫겠다 싶어서 반짓고리를 갖다 놓고 하염없이 손바느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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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크기의 둘리양 자켓을 시험삼아 먼저 만들어 봤는데, 크기가 작아서 단 하루 만에 자켓을 완성할 수 있었다.

모자도 달고 주머니도 달고 그럭저럭 옷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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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코난군의 자켓이 거의 다 완성되었는데, 두 번째 작품이다보니 세로로 절개선도 넣는 등 디자인이 조금 더 진화하고 있다.

두 아이들 플리스 자켓을 만드는데 재료비가 20달러가 들었다.

아이들 것을 다 만들고나면 천을 더 사다가 어른 것도 만들 예정이다.

50달러 정도 들여서 온가족이 셋트로 입을 수 있는 포근한 자켓을 만드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유익한 프로젝트이다.

 

이렇게 매일 재미나고 바쁘다보니 홈페이지에 글을 쓸 시간도 잘 나지 않는데, 이런 틈을 타서 요상한 광고 댓글이 자꾸만 달리는 일이 생기고 있다.

코난아범이 틈틈이 아이피를 차단하면서 지우고 있는 중이다.

 

참, 이번에 학교에서 새로 애플 노트북 컴퓨터를 받았는데 이건 최신 기종이라 카메라의 칩을 끼워서 사진을 옮길 수가 없어서 방책을 궁리하는 중이다.

당분간은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만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2017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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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원

보너스로 하나 더:

http://www.radford.edu/content/cehd/home/teacher-ed.html

우리 학과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유아교육 전공 홍보물에 실렸던 사진을 대문에 걸게 되었다.

다양한 인종을 아우르는 좋은 사진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코난군 양쪽에 있는 두 학생들 모두 내가 가르치고 실습지도를 했던 학생들인데 미모도 뛰어나지만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실습도 아주 잘 해서 지금은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되어 일하고 있다.

레오맘

우와.. 자켓 넘 이쁜데요! 특히 지퍼가 색이 곱고 옷감하고 아주 착 어울립니다. 

저희에게도 레오가 프리스쿨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맞는 방학이에요. 레오도 처음으로 테니스며 수영이며 등록을 했는데 이제 저도 본격적으로 미쿡엄마로서 롸이드 인생이 시작인가봅니다. 테니스는 꼬맹이 녀석들을 위한 30분짜리 강습으로 시작했는데 실제 공은 몇번 맞추지도 못하고 그냥 공 주우러 뛰어다니다가 30분이 그냥 흘러가더라구요. 

소년공원

아이들 운전기사 노릇 하다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버리더군요 🙂

한국에서 봉고차로 실어 나르는 서비스가 얼마나 좋은지… ㅠ.ㅠ

테니스 공 열심히 줍다보면 공이 튀는 정도와 방향을 익힐 수 있고, 그렇게 해서 테니스 실력을 키워나가는거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