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썼듯이, 이번 가을 학기부터 나는 두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명실상부한 학부형이 되었다 🙂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부적응 행동으로 나를 힘들게 만들곤 했던 둘리양이 언제 또 문제를 일으킬지 몰라서 불안한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예전에 비하면 비교적 성숙해지고 분위기 파악을 하는 능력이 신장되었으니, 학교 생활을 잘 하리라는 긍정적인 희망을 품고 있기도 하다.
암튼 두 아이들이 도시락과 간식을 매일 가지고 가야 하니, 내가 할 일도 더 많아졌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오히려 두 사람 먹일 도시락을 준비하는 일이 코난군 한 명만을 위해 준비하던 것보다 덜 힘들게 여겨진다.
한 번 하는 일로 두 사람 – 사실은 내 도시락도 싸고 있으니 세 사람이 맞다 – 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효율성 덕분에 그런가보다.
코난군 한 명의 도시락은 챙겨도 그만, 안챙겨도 그만인 보람없는 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두 아이의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영양적으로도 균형이 맞고 학교에 가서 먹을 때까지 맛이 보존될 수 있는 메뉴를 찾아내서 조리하고 담아서 보내는 일은 사뭇 중요하고 의미가 큰 일이다.
이번 학년의 목표는 내가 어지간히 바쁜 때가 아니면 매일 집에서 도시락을 싸보내려고 한다.
학교 급식을 사먹는 것은 값도 저렴하고 간편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에게는 덜 좋은 음식이고, 또 학교에서 도시락 가방을 열면서 엄마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기회를 줄 수 없게 되니 그리 마음먹은 것이다.
그래서 개학 준비 쇼핑을 할 때 보온이 되는 도시락 통과 휴대용 수저라든지 물병 같은 것도 꼼꼼하게 장만해두었다.
둘리양은 나를 닮아 한식을 좋아하고 과일과 야채를 잘 먹는 반면, 코난군은 밥보다 샌드위치를 더잘 먹고 과일과 야채는 잘 먹는 품목이 아주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모습을 보이고, 또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이 예전만큼 힘들지 않아진 코난군 덕분에, 우리 가족의 입맛 범위가 조금씩 응집? 결집? 집중? 되어가고 있다.
(아, 한국어 단어가 점점 더 생각이 안나게 되어간다… 한글로 글쓰기 연습을 더 부지런히 해야겠다…)
덕분에 감자칩이나 쿠키만 싸주던 옛날에 비해 간식으로 이런 것도 넣어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하루 아침에 입맛이 확 변하는 것은 아니어서 야채와 과일을 남겨오기도 하고, 둘리양 조차도오늘 당근은 별로 맛이 없었어요 하면서 한 두 개 남기기도 했지만, 입안에 넣고 씹다가 토하던 코난군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자면 이 만큼만 해도 큰 발전이다.
어제와 오늘은 도시락 쪽지도 써서 넣어주었다.
(어제는 볶음밥 도시락이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아뿔싸,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렸다!)
오늘은 쇠고기와 토마토 소스를 넣은 스파게티가 메인 메뉴였다.
간식으로는 사과과 당근을 담아주었는데, 코난군은 사과를 껍질째 먹고 싶어하고, 둘리양은 모든 과일의 껍질은 제거하고 먹는 습성이 있어서 각기 취향을 존중해서 담아주었다.
윗쪽의 많은 분량은 내 도시락의 일부이다.
코난군의 도시락 쪽지에는 당부하거나 상기시킬 일을 적기도 하고 수수께끼나 농담 같은 것을 적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둘리양은 아직 혼자서 글을 읽지 못하니 무얼 길게 써줘봤자 소용이 없다 ㅎㅎㅎ
그래도 알파벳 문자로 대충 짐작해서 읽을 줄 아는 단어가 있으니, 사랑해! 좋은 하루! 그런 정도로짧게 써서 쪽지를 넣어주고 있다.
아이들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음식을 만드는 김에 내 도시락도 매일 챙겨오니 마침 학교 식당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이 때에 식사를 하러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되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 일본제 도시락통과 가방은 몇 년 전에 한인마트에서 구입한 것인데, 예쁘고 편리하긴 하지만 담기는 음식의 양이 너무 적어서 꾸준히 사용하지는 않았다.
보온이 되는 밥통은 밥이 반 공기나 될까 싶게 들어가고, 반찬통 두 개는 위의 사진에서 보듯 사과 반 개가 겨우 들어가는 크기이다.
하지만 아이들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이 작은 용량의 도시락을 며칠 째 먹고 있자니 아랫배가 홀쭉해지는 것을 느낀다.
매일 아침 상쾌하게 운동을 하는 것도 좋고, 점심 도시락을 소량으로 먹는 것도 좋고, 일하느라 바빠서 군것질을 할 시간도 없으니, 이 참에 제대로 다이어트가 되겠다 🙂
이건 며칠 전에 끓여 먹었던 김치 비지찌개인데, 이것만 따로 사진을 올리기에 애매해서 여기에 함께 올린다.
남편의 두유를 만들고나면 남게 되는 비지를 잘 모아두었다가 김치를 넣고 같이 끓이면 밥을 먹지않고 김치와 비지 건더기만 먹어도 배가 불러져서 칼로리 섭취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남편 입맛에는 무언가 밍밍했던지, 여기에 된장이나 고추장을 조금 넣고 끓여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다음에 그렇게 한 번 끓여보지 뭐 🙂
2017년 8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