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그레이의 암담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언젠가는 이 날이 오리라 믿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들과 어른들이 힘을 모아 이런 날이 오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공동 창작한 이야기가 책으로 완성되었고 그것을 축하하는 날이다.
코난군의 학교에서는 아직도 이 소설을 무시무시한 병균 쯤으로 여기는 사람들과, '나도 그 소설 꼭 읽어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부류가 공존하고 있다.
코난군이 오탈자 발견을 위해 종이로 인쇄한 소설을 학교에 가지고 간 날이 있었는데, 다른 아이들에게 떠벌이며 자랑하거나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담임 교사가 그 책을 발견해서 교장한테 이야기하고, 교장은 파르르~ 해서 나한테 전화를 했다.
학교 어카운트와 학교에서 받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허락했지만 학교 내에서 소설을 쓰지는 않기로 약속한 것을 어기지 않았느냐고 따지려는 교장에게, 소설쓰기는 이미 마쳤고 오탈자를 발견하기 쉽도록 책 모양으로 인쇄한 것을 학교에 가지고 가면 안되는지는 몰랐다, 우리가 동의한 항목에 그건 확실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모든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읽으려고 개인 소유의 책을 들고 학교에 가지 않느냐, 그런 맥락에서 괜찮을 줄 알았지만 교장이 불편하다면 그 책을 교장실에 보관하고 있어라, 내가 퇴근하면서 찾으러 가겠다, 하고 대응하니 교장이 금새 수그러들면서 태도를 전환해서 아이들이 마침내 소설을 완성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는 둥, 오탈자는 종이로 인쇄해서 찾아야 제맛이라는 둥, 아첨을 하다가, 그래도 더이상 학교에 책을 들고 오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전화를 끊었다.
다행스럽게도 코난군의 새로운 담임 교사는 이전의 무지하고 무례한 교사와 달리, 코난군을 무조건 윽박지르거나 함부로 야단을 치지 않고 조용히 코난군 모르게 교장과 의논을 하는 대응을 했고, 교장이 나와 통화를 하는 동안에 코난군은 상담 교사에게 불려가서 책을 학교에 가지고 온 경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상담 교사도 코난군을 야단치는 분위기가 아니라 친절하고 자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를 유지했다고 한다.
상담 교사는 심지어 자기도 코난군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담 교사에게 코난군이 하는 이야기와 교장에게 내가 말한 내용이 일치하니, 학교측에서도 '불순한 의도'가 아니었음을 알고 안도하는 듯 하다.
여기서 반전은, 학교에 소설책을 가지고 간 것은 '이것봐라, 너희들이 아무리 억압해도 우리는 이루어냈다, 메롱~' 하는 불순한 의도가 맞았다 🙂
토요일 점심에 공동저자 아이들이 모두 모여 파티를 열었다.
나의 친한 동료 데비도 아이들을 데리고 참석해서 축하해주었다.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에 둘리양 옆에 앉은 남매가 데비의 아이들 캘빈과 올리비아이고, 나머지 아이들이 소설을 함께 쓰고 편집한 작가들이다.
코드 그레이 사건에 지대한 공헌을 한 타미네 아빠는 파티 시간 전에 잠시 들러서 인사를 하고 갔고, 타미는 부활절 방학을 맞아 엄마와 누나와 함께 친척을 방문하러 가서 파티에 참석하지 못했다.
올리비아는 방학에는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하고, 창작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좋은 이야기 소재가 떠오를 때마다 기록을 하는 등 장래희망이 작가인 아이라서 코난군의 소설에 관심이 많았다.
캘빈은 코난군을 친형처럼 따르고 좋아해서 언제나 함께 놀고 싶어하는데, 파티에 참석해서 신나게 놀아서 좋았다.
뷔페식으로 부엌 카운터에 음식을 차려놓고 각자 원하는 것을 담아서 다이닝룸에 앉아서 먹도록 하니, 이제 다 커서 자기들끼리 웃고 이야기하며 식사를 즐겼다.
이젠 더이상 엄마가 따라다니며 음식을 먹여주거나 흘린 것을 치우거나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참으로 감동스러웠다!
덕분에 아이들끼리 먹고 노는 동안에 나는 데비와 부엌 테이블에 앉아서 어른들끼리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며 어른들의 플레이 데이트를 즐겼다.
데비와는 같은 시기에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같은 직장에서 일을 하니, 이렇게 아이들을 많이 키워서 얻게 되는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어서 좋다.
파티 음식으로는 초딩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국 음식과 한국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서 만든 한국 음식 조금을 준비했다.
음료는 다이어트 콜라와 딸기 향이 나는 물을 준비했다.
무알콜 샴페인으로 축배를 들기도 했다 🙂
명색이 출판 기념회인데 이런 이벤트 정도는 해주어야 제 맛!
냉동 콘독과 냉동 타키토는 오븐에 데워서 내기만 하면 되는 초간단 음식이지만 아이들이 가장 잘 먹었던 초딩 입맛에 딱 맞는 요리이다.
전채요리로는 옥수수칩과 치즈딥 소스, 치즈와 페퍼로니 크래커, 크림치즈 만두를 준비했다.
코난군과 둘리양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준비하다보니 모든 전채요리에 치즈가 들어갔다 🙂
과일은 씻어서 담기만 해도 그 색과 모양이 화려해서 아이들의 손길을 유혹했다.
한국 음식 중에서 매운것을 못먹는 외국인에게 인기가 좋은 잡채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김치가 들어간 김치 볶음밥을 준비했다.
김치를 헹궈서 잘게 썰어넣고 참기름이나 식용유 대신 버터를 넣고 설탕을 약간 넣어서 만들면 내 경험상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맛있게 먹었다.
코난군 친구 잭이 '피로기' 를 좋아한다길래 그게 무슨 음식인가 찾아보니 감자와 치즈가 들어간 폴란드식 만두였다.
만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있고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인 것 같다.
물에 삶아 먹는 피로기 보다는 바삭하게 튀긴 만두가 더 맛있을 것 같아서 크림치즈게맛살 만두를만들었다.
평소에 만들어 먹는 제대로 된 만두는 손이 너무 많이 가서 이번에는 초간단 만두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양파와 게맛살을 같은 양으로 잘게 다져서 크림치즈와 섞기만 하면 만두속이 완성된다.
보통의 만두와는 달리, 만두속을 티스푼으로 조금만 떠넣고 만두피의 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도록 빚는다.
만두피만 바삭해지도록 익히면 되니 튀기는 시간도 짧아서 만들기가 아주 쉬운 만두이다.
모든 손님들이 아주 맛있게 먹어서 투자한 노력에 비해 아주 많이 남는 장사였다 🙂
출판기념회의 하이라이트, 아빠가 제본한 책과 엄마가 만든 책 케익이다.
책 케익은 두 번째 만든 것이라 그럴싸한 모양이 잘 나왔다.
남편이 직접 만든 책은 보통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어서 며칠 동안 커피가 똑 떨어져도 커피 구울 시간도 없이 잠도 설쳐가며 만들었다.
표지 사진을 위해 특정 요일과 시간을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기도 했다.
평일 오후 시간에 특정 문자 메세지를 받는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공동 저자에게 직접 제몬한 책 한 권씩을 선물로 주었다.
초기 스토리 라인 의논과 편집에 참여했던 잭.
아래는 코난군의 오랜 친구 소렌.
자랑스런 코난군.
코난군과 함께 가장 열심히 썼던 조나스.
조나스의 엄마는 이 책의 제목을 스티커로 출력해주어서 표지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조나스는 매주 토요일마다 코딩을 배우기 위해 우리집으로 오는데, 내가 만들어주는 한국 음식을 무척 잘 먹고, 코난군과 늘 재미난 생각을 의논하며 노는 좋은 친구이다.
아직 3학년인 마테오는 이 책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 함께 참여했으나 코드 그레이 사건으로 일이 커지면서 열외시켰던 아이이다.
아직 어린 아이라서 이 폭풍우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래도 형아들의 소설을 응원해주었고 코난군과는 바이올린 레슨 등으로 친한 사이이기도 해서 초대했다.
마테오의 아빠는 버지니아 공대의 미대 교수인데, 공대 속의 미대 교수라서 추후에 필요한 장비나 기술에 대해 좋은 정보를 남편과 나누었다.
파티에서 유일한 5학년 여자아이라서 소외감을 느끼지나 않을까 우려했지만 남자 아이들과 신나게 어울려 놀았던 올리비아는 나보다도 키가 더 크다.
다음편 소설은 올리비아와 함께 써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코난군에게 이야기해보니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것 같았다.
코난군과 조나스는 코드 리벤으로 시작한 소설을 전체 4부작으로 쓰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글을 잘 써서 훌륭한 작가가 되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어른이 되어서 무슨 일을 하며 살든지간에,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고 그 계획을 잘 실행해서 좋은 결과를 이루어내는 것은 대단하고 훌륭한 일이므로, 코난군의 글쓰기를 계속해서 응원하려고 한다.
2019년 4월 21일
어려움이 있어도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방법을 배운 아이는 세상 한 복판에 나가도 걱정 할 일이 없을 듯 합니다
출판 기념을 축하 하고 이 아이들이 만들어 나갈 미래가 기대됩니다
다시 한번 축하 드립니다
진심어린 축하 말씀 감사합니다.
결과물 보다는 과정에서 배운 것이 아주 많았던 경험이었습니다.
과정에서 배운것이 많았던 경험이라는 말에 큰 박수를 보내고 공감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 하는데 특히 어려움을 통해서 더 발전하고 성숙해지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