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오늘은 기온이 낮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긴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도 땀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지난 번 자전거를 탔던 포스터폴스에서 시작해서 이번에는 남쪽으로 7.5마일 정도를 내려갔다가 돌아왔다. 우리집에서 포스터폴스 까지 차로 50여분 정도 운전해서 가야 하는데, 그 지루한 시간 동안에 짜증이 난 둘리양은 사진 찍기를 거부해서 뒷모습만 보여주었다 ㅎㅎㅎ
자전거를 타기 싫다고까지 했지만 몇 마일 안가서 부러진 나무 위에서 점프를 하고 놀더니 기분이 다 풀어졌다. 오늘도 예전에 기찻길이었음을 보여주는 자전거길을 달렸다.
큰 강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아래에 서있으니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진동이 무서울 정도로 크게 느껴졌다. 이렇게 크고 높은 도로를 지어둔 것이 위대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훌륭하다고 여긴 것이 하나 있었으니…
트레일 중간에 잠시 쉬었던 피크닉 테이블이 있었는데, 둘리양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왜 의자가 반쪽밖에 없어요?”
피크닉 테이블로 들어가기 위한 입구의 모습과 반쪽 뿐인 의자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바로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 진입장벽을 없앤 것이다.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함께 트레일을 산책하다가 피크닉 테이블에 앉게 되었을 때, 테이블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서 불편하지 않도록 의자를 반만 남겨두었고, 테이블까지 가는 입구에도 턱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내가 그렇게 설명하니 코난군이 “장애인이 자전거를 어떻게 타요?” 하고 반박하려 했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사람이 자전거는 탈 수 없을지 모르지만, 트레일이 워낙 평탄해서 휠체어로 산책을 하기에는 충분해 보이니, 함께 온 일행들과 불편없이 피크닉을 즐기게 하려는 것일 거라고 내 짐작을 말해주었다. 나는 미국에 오래 살고 시민권도 받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제일 좋은 나라 라고 찬양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구석구석에 숨겨진 작지만 훌륭한 모습을 보면, 이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 조금은 더 행복하게 여겨진다. 화려한 대리석으로 아름답게 꾸민 테이블은 아니지만, 한 쪽의 의자를 짧게 만드는 배려는 진심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세상을 고민한 흔적이 잘 보인다.
약 7.5마일을 달렸더니 예전에 그렉 홀 박사님이 여행와서 묵었던 아이반호 마을에 도착했다. 유명한 고전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아이반호 이다. 12세기 영국의 중세기사였던 아이반호와 이 조용한 강가 마을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참에 올 여름 방학 동안에 소설 아이반호를 읽어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여기에서 점심을 먹고 포스터폴스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이제 뉴리버 트레일의 절반 이상을 정복한 셈이다.
오늘 점심은 내가 만든 유부초밥이었는데, 남편과 나만 즐겨 먹고, 아이들은 다른 군것질거리로 배를 채웠다. 원래 소풍을 가면 늘 먹던 것 보다도 과자와 간식등 군것질이 더 맛있는 법이긴 하다 ㅎㅎㅎ
오늘의 총 여행 거리는 왕복 15마일, 환산하면 24킬로미터이다. 내일도 오늘처럼 서늘하지만 맑은 날씨라고 하니, 내일도 자전거를 타러 나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내일은 차로 아이반호 까지 와서 주차해놓고 더 남쪽으로 10마일 정도 내려갔다가 돌아오려는 계획이다. 차 안에서 둘리양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읽을 책이나 영화를 아이패드에 다운로드 받아서 가지고 와야겠다.
이런 추세로라면 아마도 다음 주 주말 쯤에 목표했던 뉴리버 트레일 완전정복이 이루어질 것 같다. 그러면 짜장면 사먹으러 가야지!
2021년 5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