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이 되는 둘리양 학교 오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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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부터 새 학년이 시작되지만 이틀 전 화요일 저녁에 학교를 미리 둘러보고 담임 선생님과 만나 인사하는 오픈하우스 행사가 있었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코난군의 중학교도 같은 행사가 있어서 코난군은 아빠와, 둘리양은 엄마와 함께 각자 학교에 참석했다.

둘리양의 담임 선생님은 지난 5월에 래드포드 대학교 초등교육학과를 졸업한 파릇파릇한 신참 교사이다. 지난 봄학기 동안에 교생실습을 바로 이 학교에서 했기 때문에 초임 교사이기는 하지만 학교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미 익숙한 사람이다. 내 동료인 리즈와 멜리사가 교생실습 지도를 했다고 한다.

미국 학교에서는 4학년 1반, 2반, 하고 숫자로 반을 나누지 않고, 4학년 앤더슨 선생님반, 메포드 선생님반, 퍼거슨 선생님반, 하는 식으로 반의 이름을 붙인다. 각 교사의 학급운영을 독립된 체제로 보려하는 관점이 드러나는 것 같다. 교무실도 따로 없고 각 교실 한쪽 코너에 선생님의 책상이 있고, 교실의 장식와 책상의 배치 등도 모두 교사의 재량에 맡기기 때문에 같은 학년이라도 반마다 교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앤더슨 선생님은 이제 갓 졸업하고 부임한 젊은 여교사이지만 교실 분위기는 차분한 톤으로 식물을 주제로 삼아서 꾸며놓았다. 교실 문에는 “우리는 자랄 준비가 되었어요” 하는 문구 아래로 아이들의 이름을 각기 다른 식물 그림과 함께 붙여 두어서 반친구들의 이름을 익힐 수 있게 해두었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개성이 다른 식물처럼 각자의 아름다움이 발현되도록 키워내겠다는 교사의 철학이 엿보인다.

학교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그런지, 아니면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예전에는 연필, 가위, 풀, 색연필 등등 각자 집에서 준비해가야할 물품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공책 한 권과 헤드폰 말고는 아무것도 챙겨갈 필요가 없이 교실에 미리 준비가 되어 있었다. 새학년 맞이 학용품 쇼핑을 아주 간단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떨 때는 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아주 까다롭게 물품을 구입해야 한 적도 있었다. 예를 들면 형광펜은 분홍과 녹색으로 준비하고, 지우개는 연필 꽁무니에 꽂아서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어야만 하고, 하는 식으로 꼼꼼하게 챙겨서 구입해야 할 물건이 많아서 반드시 리스트를 손에 들고 확인을 해가며 쇼핑을 했던 때에 비하면 올해 쇼핑은 아주 간단했다.

새로 지은 학교 건물 안에는 책상과 의자도 새 것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선생님은 아이들 이름표를 붙여두어서 자기 자리에 미리 앉아볼 수도 있었다. 둘리양의 자리는 출입문에서 가장 가까운 뒷자리이다. 동네 친구 매디는 저멀리 칠판 바로 앞 자리여서 둘이 수업시간에 장난을 할 수는 없겠다 🙂

한 반에 스무명 남짓한 학생이 있는데 학생들은 한국에서와 비슷하게 🙂 일련 번호를 부여해두었다. 아마도 이름의 알파벳 순인 것 같은데 둘리양은 10번이다. 10번 사물함 안에는 교과서가 들어있고 또 선생님이 직접 준비한 물병 선물도 들어있었다. 저 물병은 해마다 여름에 월마트에서 1달러에 파는 물병인데 예전에 디즈니 크루즈 선물교환 놀이를 할 때 나도 구입해서 스티커로 이름을 만들어 붙여 만든 적이 있다.

앤더슨 선생님은 아이들 이름을 스티커로 만들어서 병에 붙이는 수고를 해서 이런 멋진 선물을 했다. 고맙기도 해라! 부임 첫 해라서 수업 준비만 해도 일이 많아 벅찼을텐데 이런 선물까지 준비를 한 것을 보니 마음속 열정이 느껴졌다.

교실 뒷쪽 문은 옆반 교실로 연결이 되는데 거기에도 여러 가지 좋은 문구를 인쇄해서 붙여두었다. 창가 벤치에 놓인 쿠션과 앞문에 붙여둔 아이들 이름표, 뒷문에 붙인 글귀들이 모두 파스텔톤의 녹색으로 차분하게 보기 좋다.

문에 붙은 여러 가지 글귀 중에서 둘리양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처음 해보는 일에 실수를 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 라는 것이었다 🙂 유명인사 누군가가 했던 말을 인용한 것인데 그게 누구였는지는 생각이 안나지만, 그 말에 깊이 동의했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데다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둘리양이 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조금은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졌으면 싶다.

일과표도 붙어 있었는데 매일 아침 수학 수업이 있고 바깥에 나가 노는 시간(recess)은 오전과 오후에 각기 한 번씩 있다. 미국 초등학교는 1교시 수업후에 10분 쉬는 시간, 2교시, 3교시, 하는 식으로 수업 시간이 규격화되어 정해져 있지 않고, 교사 재량에 따라 과목별 수업 시간이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면 위의 시간표에서 보듯이, 수학 수업은 50분간 진행되지만 사회(Virginia Studies) 와 과학 수업은 30분씩으로 짧다.

매일 11시 45분 부터 12시 30분 까지는 특별활동 과목이 날마다 다르게 들어있어서 월요일은 체육 (Physical Education을 줄여서 PE라고 쓰고 피,이, 라고 읽는다), 화요일은 미술, 수요일은 음악, 목요일은 도서관, 금요일은 스템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의 앞글자를 따서 스템이라고 읽는다) 수업이 있고, 이 과목들은 특별교실로 이동해서 전담 교사로부터 배운다.

점심시간이 다소 늦은 12시 35분에 시작하기 때문에 혹시 오전에 간식을 준비해가야 하는지 여쭤보니 앤더슨 선생님의 대답이 확고하지가 않았다. “어.. 아마도 배가 고프면 간식을 먹을 수도 있겠죠…?” 하는 식… ㅎㅎㅎ 아직 신임 교사라 그러려니 이해가 된다. 처음 임용된 교사라서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그래서 서투른 면이 있겠지만, 이제 막 자신이 바라던 교사가 된 참이라 잘해보자 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확실하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둘리양에게는 젊고 기운차고 의욕이 넘치는 젊은 선생님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교실과 복도를 다 돌아보고 화장실과 식수대의 위치도 확인하고 이제 돌아가려고 하던 즈음에 이웃집 매디가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교실로 들어왔다. 엄마의 근무 시간 때문에 우리보다 한 시간 가량 늦은 시각에 온 것이었다. 매디의 남동생 핀도 올해부터 이 학교 킨더학년에 입학하기 때문에 두 아이의 교실을 모두 들러서 인사를 해야하니 더욱 바쁘고 정신이 없을 것 같았다. 나도 불과 2-3년 전까지는 매디 엄마처럼 정신없이 살았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삶이 평화로워졌다 🙂

참, 올해 몽고메리 교육청은 모든 학생과 교사와 학교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규칙을 정했다. 예방접종을 맞았건 아니건 상관없이 무조건 실내와 학교버스 안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숨쉬기가 조금 불편하기는 해도, 마음은 편하다. 얼른 9월이 오고 어린 아이들도 예방접종을 받았으면 좋겠다.

복도 곳곳에는 담임이 아닌 교사(예를 들면 특별활동 과목)들이 서서 길안내를 해주었는데, 그 중에 한 분은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잘 볼 수는 없지만 목소리와 체형과 몸짓이 상당히 낯익은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더 나누다보니, 영재교육 전담 교사였고, 둘리양의 자료를 이전 학교 영재교육 선생님으로부터 전달받아서 읽어보고 숙지한 상태라 우리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알고보니 우리 학과 동료 교수의 동생이라고 한다! 어쩐지… 그 동료 교수와 목소리가 너무나 비슷하더라니… ㅎㅎㅎ 로빈스 교수도 영재교육 분야를 연구하고 강의하는데, 그 동생은 영재교육 교사로 일하고 있으니,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무척 가까운 자매지간인가보다.

이번 학기에 이 학교 프리스쿨 반에 내가 지도하는 학생 두 명이 실습을 나오게 되었기 때문에 프리스쿨 반에도 들러서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했다. “오늘은 실습지도 교수로서가 아니라 학부모로서 왔습니다~” 하면서 둘리양을 소개하니 두 반 선생님들 모두 환영해 주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내 교실로 찾아와!” 하고 말해주기도 했다. 4학년 아이가 프리스쿨반 선생님께 도움을 청할 일이 뭐가 있으랴만은 (게다가 교실도 엄청 멀리 떨어져 있다 ㅋㅋㅋ) 말씀만이라도 든든하게 해주시니 고마웠다. 프라이스 포크 초등학교로 전학시키기를 잘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일 아침 새 학년의 첫 등교를 실로 오랜만에 하게 되어서 두 아이들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나도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주 오랜만에 도시락을 싸주려고 한다.

2021년 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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