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은 지난 번 과학 교사와의 일 이후로 학생회 간부가 되어서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다. 모든 과목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아트 레슨, 테니스 클리닉, 바이올린 레슨과 오케스트라 연습도 잘 하고 있다. 지난 화요일은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있는 날이었다.


버지니아 공대에도 음대가 있는데 그 학생들과 지도교수가 지역 아이들을 도와서 스트링 프로젝트 라는 이름의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다. 코난군은 바이올린 레슨을 브리짓 선생님으로부터 따로 받고 있지만, 오케스트라의 다른 아이들은 여기 학생 선생님으로부터 개인 지도를 받기도 하는 모양이다. 벌써 수 년째 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다른 아이들과 수준 차이가 벌어져서 아무래도 내년부터는 로아녹에 있는 오케스트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콘서트는 오케스트라를 처음 시작한 초보 그룹의 연주부터 시작했는데, 코난군이 바이올린을 처음 배우던 시절이 생각났다. 깽깽이 수준의 음악이지만,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경험이 중요하므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꼭 해야 한다고 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고 코난군은 저렇게 많이 자랐다.

초보 그룹, 2년차, 3년차 그룹의 연주가 끝나고 마침내 코난군이 속한 유스 오케스트라 그룹이 연주를 시작하는데, 코난군이 무대에 없었다! 이게 머선 일이고! 싶어서 남편과 함께 걱정하기 시작했는데, 곡의 첫 소절을 무대에 있는 연주자들이 마치니 무대 뒷편에서 바이올린 연주가 시작되었다. 알고보니 곡명이 [에코 캐롤] 이었다. 한 소절씩 나누어서 객석의 앞(무대위)과 뒤(윗층 관객석)에서 연주를 해서 마치 에코가 울려퍼지는 것처럼 구성한 것인줄 모르고, 나는 혹시 코난군의 바이올린 현이 끊어져서 연주를 못하게 되었나, 갑자기 어디가 아프게 되었나, 하고 걱정을 했던 것이다. 그 곡을 마친 후에는 에코 부분 연주를 하던 바이올리니스트가 모두 무대로 내려와서 두 곡을 더 연주했다.




연주를 할 때 입을 의상은 헐렝이 셔츠나 청바지, 운동화는 안되고 정장 자켓이나 단정한 셔츠를 입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에게 정장 양복을 사줄 수는 없겠고… 고민하다가 버튼 셔츠를 사주고, 바지와 구두는 아빠 것을 입게 했다. 코난군의 덩치가 아빠와 비슷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리고 옷걸이가 멋지다보니 그렇게만 입혀도 충분히 멋있었다.


영어로 핸섬 (handsome) 이라는 말이 잘생겼다는 뜻이긴 하지만, 차밍 (charming) 이라는 말도 남자의 미모를 묘사할 때 자주 쓴다. 디즈니 만화영화에 나오는 잘생긴 왕자님을 차밍 프린스라고 부르곤 한다. 우리집 코난군이 언제 커서 이렇게 차밍 프린스가 되었는지, 그저 쳐다만 봐도 흐뭇했다. 콘서트가 평일 늦은 저녁시간에 끝났고 어서 집에 돌아가서 숙제도 해야 하고 다음날 등교 준비도 해야 했지만, 이렇게 이쁜 아이들이 조르는데 어찌 그냥 귀가할 수 있으랴… 집에 가서 대충 급하게 차린 저녁밥을 먹는 대신, 오랜만에 치킨윙을 사먹으러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다. 둘리양이 백신을 맞았으니 판데믹 이후로 가족 외식을 처음 한 것이다. 무척 행복한 저녁이었다.

2021년 12월 12일